사무실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사이트를 넘나들었다.
인터넷서점, 인터넷신문, 인터넷잡지, 인터넷사이트, 인터넷블로그.....
이제 달라졌다.
책의 기능이 달라졌다.
특히 실용서의 경우는 인터넷의 요점정리를 하는 것과 같은 역할이다.
인터넷의 공간이 사전이라면, 책의 경우는 요약정리본이다.
책은 이제 너무나 넓은 인터넷공간을 넘나들기가 기운빠지는 사람들에게 이것만 외우면 된다고 일러주는 역할을 한다.
문학파트의 책을 만들때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문학이라는 것은 우리들의 감정선의 속도가 인터넷과는 맞지 않아 아예 다른 파트로 나뉘어진다.
시를 읽던 소설을 읽던 인터넷에서 발견하게 되더라도 나의 경우는 꼭 프린트를 하여 읽는 편이었는데...
온오프의 역할이 실용서와 문학서가 너무나 다른 것이다.
낯선 상황이지만, 인터넷에서 어떤 단초를 발견하고
단초에 흥미가 있으면, 서점에서 다른 이들이 단초를 해결하는 방법을 곁눈질로 배워온다.
그리고 다시 인터넷으로 들어가 나도 그들처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다.
그 결과 얻어지는 결론에 따라 자료수집이 시작된다.
이것이 오늘 내가 하루종일 사무실에 앉아 인터넷서핑을 하면서
나의 일과에 대한 의미부여를 한 결과이다.
이것이 정석이었으면 싶다.
거울과 창사이에 몸을 끼워 보겠니. 삶은 달걀처럼 구르는 창밖의 햇살. 밝거나 어둡지 않게 드러나는 몸의 습지. 지느러미를 발꿈치에 꽂고 왼쪽 눈을 길게 뻗어볼래. 거울에 이는 파문. 잘게 떨리는 거울의 살 속으로 깊숙이 깊숙이 오른쪽 눈을 집어넣어 보겠니. 두 눈을 거울 속에 박아 넣고 몇 개비의 아가미를 헐떡여 보겠니. 세차게 쥐어짜는 거울의 손아귀, 수돗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연어알.
-이민하/ 거울놀이 중에서
오늘 나의 업무를 돌아보면서 엉뚱하게도 이민하 시인의 거울놀이 중 1, 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거울과 창사이, 나와 컴사이, 세상과 컴 사이, 세상과 나 사이, 끼어있으면서 서로의 빛에 따라 굴절되고 붙어버리고, 간혹 정신없음이... 그러다 문득 내 앞에 떨어지는 연어알! 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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