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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박정대] 되돌릴 수 없는 것들

by 발비(發飛) 2007. 6. 2.
 

되돌릴 수 없는 것들

 

박정대

 

나의 쓸쓸함엔 기원이 없다

너의 얼굴을 만지면 손에 하나 가득 가을이 만져지다 부서진다

쉽게 부서지는 사랑을 생이라고 부를 수 없어

나는 사랑보다 먼저 생보다 먼저 쓸쓸해진다

적막한, 적막해서

아득한 시간을 밟고 가는 너의 가녀린 그림자를 본다

네 그림자 속에는 어두워져가는 내 저녁의 생각이 담겨있다

영원하지 않은 것들을 나는 끝내 사랑할 수가 없어

네 생각 속으로 함박눈이 내릴 때

나는 생의 안쪽에서 하염없이 그것을 바람만 볼 뿐

네 생각 속에서 어두워져가는 내 저녁의 생각 속에는 사랑이 없다

그리하여 나의 쓸쓸함엔 아무런 기원이 없다

기원도 없이 쓸쓸하다

기원도 없이 쓸쓸하다

 

 

양희은이 언젠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불렀을 때,

새파랬을 적이다.

 

새파랬을 적이면서 그럴 것이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서 사랑할 수 있을까 하고 새파랬을 적에 생각했었다.

모든 것이 기원도 없는 쓸쓸함이다.

시인의 말처럼 나의 쓸쓸함엔 기원함이 없다.

나도 사랑했던 경험보다 먼저 쓸쓸했다.

나도 살아가고 있는 것이구나 느끼기 전부터 쓸쓸했다.

5월의 창밖으로 아카시아나무에서 진한 향이 내 방으로 밀려들어와도 난 향이 좋다기 보다 먼저 쓸쓸했다.

 

그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것들.

내 근원도 없는 쓸쓸함이, 짙은 무채색이  누군가의 그늘아래에 들어가면

그 색은 더욱 짙어지고 만다.

어둠이 되고 만다.

나도 그도 캄캄한 어둠에 갇히고 만다.

 

난 원죄라고 가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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