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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천상병] 나무

by 발비(發飛) 2007. 5. 30.

 

--- 이 그림은 [집지기 기이한 이야기]라는 책의 표지이다.

      하지만 이 그림이 생각났다.

 

 

 

나무

 

천상병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가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 다시 사람들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그는 말한다.

이제 다 살았다고.... 그럼 나는 말하지.

아직 정정 하다고... . 그럼 그는 말하지.

정말 이젠 다 살았다고..... 그런 나는 말하지.

정말 이젠 다 살았다고... 생각하냐고,

......, 그는 아무 말없이 웃기만 하지( 사실, 웃는지 무표정한건지 정확하지는 않다)

 

난 그의 꿈을 꾼다.

나의 꿈에서 그는 항상 새파랗게 젊다. 나랑 사랑을 나눌만큼은 젊다.

허리를 꺾을 수도 있고, 넘을 수도 있고, 간혹은 나를 업을 수도 있다.

끄덕없이 그 일들을 해낸다.

 

난 말하지.

끄덕없으시던데요. 그럼 그가 다시 말하지.

그게 나냐? 그럼 나는 다시 말하지.

분명 당신인데요. 그럼 그가 또 말하지.

그 놈하고 살아라.....,

 

그럼 난 생각하지, 그놈과 함께 살고 싶다고.....

 

꿈속의 그와 함께 한 난 썩은 나무가 아니었다.

그래서 난 끝까지 우긴다.

정말 썩어가느라 냄새까지 나는 그의 옆에서 난 끝까지 우긴다... 계속 계속 잠을 청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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