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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최승호] 뼈의 음악

by 발비(發飛) 2007. 5. 30.

 

 

살마도르 달리 -기사의 죽음/1935

 

 

 

뼈의 음악

 

최승호

 

 

   만약 늑골들이 현이었다면, 그리고 등뼈가 활이었다면, 바람은 하나의 등뼈로 여러 개의 늑골들을 긁어대며 연주를 시작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적막이라는 청중으로 꽉 찬 사막에서 뼈들의 마찰음과 울림은 죽은 늑대의 뼈나 말의 뼈와 공명할 수도 있었을 것이며 적막이라는 청중의 마음을 깊이 긁어 놓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하는 뼈의 음악은 그렇다. 아무런 악보도 없이 뼈로 뼈를 연주해 텅 빈 뼈들을 뒤흔든다. 청중으로는 적막이 제일이고 연주자로는 바람이 적합하다.

 

 

 

소리내어 읽는 맛을 간만에 느끼게 한 시이다.

소리내어 읽는 맛.

 

긴장감.

 

아름다운 말들의 조합은 아름답기는 하나 읽는 소리의 긴장감이 없어 탄성이 떨어진다.

뼈의 음악에서 사용되는 단어들- 늑골, 현, 뼈, 마찰, 적막, 공명, 늑대, 청중.... 이런 말들은 입에서 나오는 발음들이 혀의 마찰을 한 번쯤 겪고 나오는 말들이다.

이미 혀가 먼저 말의 맛을 본다고나 할까.

 

끊어읽기.

 

운문이라는 것은 쉴 자리가 분명한 것이다. 노래를 부를 때와 같이 높은 음을 부르고 나서 표시된 쉼표가 정말 우리를 쉬게 하듯, 말이 품어내는 감정의 고조를 잠깐 쉬게 해 줌으로서 안식을 얻기도 한다. 시 안에서 비치는 상황이 아무리 암울할지라도 운문에서는 쉴 틈을 준다. 연주자로서의 바람이 적합하듯 이 시를 읽으면서도 난 숨을 바람으로 몰아쉬었다. 내 안의 것들이 소용돌이처럼 바람에 묻어 밖으로 품어져 나갔다.  끊어읽고나면 속이 시원하다.

 

상상.

 

소리내어 읽는 시의 세상은 마치 영화를 보듯 소리를 따라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속으로 읽는  시는 처음부터 머물러있는 시이다. 하지만 소리를 내어 읽으면 시는 움직인다. 행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숨어있는 이야기도 함께 움직인다. 아니 함께 움직이기 쉽다. 부화내동이라고나 할까.. 이왕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라 모두 덩달아 움직이기가 좋다. 그 필을 받아 깊은 상상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간만에 소리내어 읽으며,

정말 내가 간만에 시를 읽었구나 하면 뿌듯하다.

 

방금 모든 것이 나의 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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