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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훈자 그리고 북경

by 발비(發飛) 2007. 2. 13.

-파키스탄 훈자 하이데르인 게스트하우스2006 여름-

 

-중국 북경 천단공원2007.겨울-

 

이 놀이기구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신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위의 사진의 친구는 나와 여행을 한동안 함께 했던 친구이다.

이 친구는 한국에서 출발해서 중국을 거쳐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인도..

그렇게 서쪽으로 1년이 넘는 시간을 여행을 하고 있다.

지금도 여행중이다.

이 친구가 여행 중 심심풀이로 갖고 놀던 장난감이 바로 저 스틱이다.

 

난 그 친구에게 스틱 돌리기를 배웠었다.

그 친구는 독학으로 배운 기술은 장난이 아니었고,

언제나 한 발 느린, 그리고 지나치게 서투른 난 구박을 받곤 했었다.

 

어디에서 처음 시작했나......

인도의 '스리나가르' 달호수 하우스보트에서 하루종일을 배안에서 갇혀 있을 때  정말 할 짓이 없어서

저 스틱을 들었구나

그 날 내내 작은 보트안에서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 저 스틱을 갖고 씨름을 했었다.

 

그리고 여행 중 심심할 때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곳은 파키스탄 훈자, 날이 많이 궂었다.

주로 트래킹을 하는 곳이라 꼼짝 못하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죽치고 있던 날,

저기 저 친구 뒤로 보이는 곳이 그 유명한 만화 나오시카의 '바람의 계곡'이다.

바람의 계곡을 마주 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스틱 돌리기에 열중 했었다.

다들 모자를 앞에 하나 두라고 ... 그랬었지.

(사진은 그 친구의 블러그에서 퍼왔다)

 

오늘 아침 얼마전 짧게 다녀온 중국을 함께 여행했던 다른 친구에게서 몇 장의 사진을 메일로 받았다.

 

천단공원을 구경하던 중, 

한 할아버지가 바로 그 스틱을 돌리고 있었다.

너무나 반가웠다.

다가가서 나도 한 번 돌리겠다고 손짓을 했더니, 그러라고...

앞에는 꽤 많은 사람이 서 있었는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약간의 흥분을 하면서 정신없이 스틱을 돌렸더랬다.

사실 더 많은 기술을 할 수 있었는데

너무 갑자기라서 기본적인 것 밖에 하지 않은 것이 못내 섭섭하기는 하다.

만약 사부인 그 친구가 봤다면

평소의 성격대로 버럭 소리를 질렀을텐데...

 

아무튼 이 두 장의 사진.

길이라는 생각

긴 실같이 이어진 길을 떠올렸다.

 

한 친구가 중국을 여행하면서 사람들이 갖고 놀던 물건을

태국에서 사서 인도를 거치고 네팔을 거치고.... 여러나라를 거치며 숙달되어진 기술을

길에서 만난 다른 사람이 또 배우고,

그 배운 것을 중국의 한 공원에서 갖고 놀고....

 

작은 장난감 하나에 얽혀 있는 실이 참 길고도 복잡하지만,

단 몇 초 하늘을 감아 올라가는 스틱으로 보인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단 몇 분 몇 초를 공중에서 떠서 돌아가는 저 스틱처럼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보여지지 않는 참 오랜 시간과 많은 경험들이

짧은 현재의 한 순간으로 세상에 언뜻 비치고는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뜻 보여지는 순간은

같은 것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그것이 순간이 아니라 길게 

혹은 영원히 각인될 순간이기도 하다는 생각까지...

그런 면에서 보여지지 않는다고 억울할 것이 하나 없는 세상이다.

뭐 그런 개똥철학까지 ....

 

 

내가 저 곳에서 스틱을 돌리는 사진을 찍어 준 간직하게 해 준 사람이 고맙다.

 생각은 잊혀지는 데 사진이 나의 기억을 살려주었다. 기쁘게 만들어주었다.

 

저 스틱 지금도 막 돌리고 싶다.

누가 방콕가는 사람없나요?

길에 많이 팔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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