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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하루

by 발비(發飛) 2007. 1. 3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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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이 자꾸 자란다.

 

쳇!

잘라야 할 것은 왜 자라는 거지?

노란 고무밴드로 뒷 목에서 간질거리던 머리칼을 묶고 있다가

다시 쳇! 왜 묶고 있는거야?

고무밴드에 묶여있던 머리칼을 가위로 싹뚝------------------------------단발머리가 되다.

 

간단히 싹뚝!

자라지 말아야 할 것들은 꼭 자라고,

잘라야 할 것들은 꼭 벼르며 벼르며 시간을 보내야 하고,

간단히 싹뚝! 터프하게 싹뚝!

 

묶인채 잘린 머리칼 뭉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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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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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넘은 시간 1000번 버스 안

심야할증요금 1500원, 자리 없음.

좌석-------------전 좌석 침대화. 한 밤 중.

뒷자리 통로에 서 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발 앞에서 구르기를 멈춘 누군가의 핸드폰.

뒤로 두 줄에 앉은 사람 중 어느 누구의 것.

아무도 일어나는 이가 없어 멍하니 핸드폰을 주워들었다.

 

딱 그 순간, 진동과 함께 남자의 얼굴이 모니터에 뜬다.

왜 벨이 아닌가 말이다.

모니터에선 내가 알 일이 없던 남자가 나를 보며 손가락질을 한다.

 

진동이 끝날 때까지 내 손바닥 위에서 나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는 어떤 남자.

그 남자의 손가락질을 멍하니 받고 있는 나.

 

쿡! 하고 나를 찌른다. 그 손가락이 아니라 다른 손가락.

완전 자동, 핸드폰을 그 손가락에게 넘겨주었다.

이 손가락, 저 손가락

 

1000번 버스를 타면 항상 멀미가 나. 1500원이나 하는데.........꼭 멀미가 나.

지금도 매스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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