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동안 나를 먹여 살린 일이 있다.
법전 교정!
헌법이란 -네이버사전
국가 통치 체제의 기초에 관한 각종 근본 법규의 총체. 모든 국가의 법의 체계적 기초로서 국가의 조직, 구성 및 작용에 관한 근본법이며 다른 법률이나 명령으로써 변경할 수 없는 한 국가의 최고 법규이다.
1.
헌법이 그리 쪼잔? 할 줄이야.
법전에 적힌 것들이 그리 쪼잔? 할 줄이야.
쪼잔했던 것들 중 대표적인 것.
쓰레기를 어디다 어떻게 버리면 벌금 얼마.
영화 보는 데 15세 관람불가를 어기면 벌금 얼마.
속도위반을 하면 얼마......
뭐 대통령이 어쩌고, 장관이 어쩌고... 뭘 그런 것들도 있었지만, 쪼잔한 것들이 재미있다.
지금껏 나의 생활들을 마치 헌법이 나를 관찰하고 있었던 듯 싶더라.
나 쓰레기 버리나 보고
나 침 뱉나 지켜보고
나 빨간 딱지 비디오 어디서 보나 지켜보고
.
.
헌법이라는 것이 날 감시한다고 해야하나, 지켜준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처음 헌법을 교정보기 시작할 때 하루의 반은 웃었던 것 같다.
마치 노인네 잔소리 같다고 해야하나.
잔소리를 무지 하는 옆집 할아버지의 말소리처럼 그것이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기도하다.
법없이도 산다는 말.
작은 글씨로 깨알같이 적힌 것이 열권이지만, 열 권이 필요없었던 우리들, 완전 실감이었다.
20권이 되고, 30권이 되어도 그것이 필요없는 사람들,
법없이도 살 사람이야..
법대로 해야 해...하는 말.
2.
법전의 내용을 보다보면 우습고, 신기했다.
그렇지만 그게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았지.
책을 후루룩 읽는 습관이 있는 나의 독서법, 바로 그것이 문제다.
법전 교정이라는 것은 조사하나에 목숨을 건다.
목숨을 걸어야한다. 누군가의 목숨이 왔다갔다 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나, 그런 교정을 보면서 책을 읽듯이 습관적으로 활자들을 읽어가고 있단 말이지.
정신을 차려야 해.
읽지 말아야 해.
그렇게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지만, 좀만 풀어지면 난 책을 읽듯이 문장을 읽고 만다.
왜? 헌법이라는 것이 재미있어서 말이지.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에 하나 하나 의미를 부여하고 있더란 말이지. 얼마 혹은 언제, 혹은 어떻게....
그러니 이야기책처럼 읽을 밖에...
교정보는 사무실 직원이 말한다.
"글자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기호에요. 그래서 전 이 일을 하면서 책을 못 읽어요. 문자를 뜯고 있거든요. 직업병이죠."
3.
작년 법전과 올해 개정안문서를 대조해가면서 달라진 헌법을 고쳐나간다.
역사가 그 안에 있었다.
우편에 관한 법조문은 점점 줄어들어가고, 인터넷을 다른 정보편은 점점 늘어간다.
저작권에 관한 부분도 첫 개정에는 출판, 영화, 음악만 있었지만, 지금은 음원이니, 홈페이지니... 뭐 그런 것들의 자리가 차지하는 부분이 많아졌다.
관리자의 무게도 달라졌다.
대통령령이 가장 많았던 것이 개정안에는 장관령으로 많이 내려갔더라.
각 시장이나 구청장으로 변경된 것도 많더라.
무게중심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변하고 거기에 따라 헌법이 변하는 것이 분명하다.
4.
요즘 가장 바쁘다.
국회에서 그동안 탱자탱자 노시다가,
이 연말에 임시국회를 열어 그동안 밀린 숙제를 하느라 물밀 듯이 개정안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법전은 거의 매해 2월 중순 정도에 출간된다. 법이 발효되면서 바로 적용되어야 하기때문에 국회에서 개정되는대로 법전 수정을 해서 2007년판 법전이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 주에는 쭈욱 야근이란다.
이 아름다운 연말에, 그 분들의 벼락치기 성향때문에 빌딩 한 구석에서 휘황한 트리의 불빛을 보며,
시린 눈을 비비며... 그 속을 이해하면 안되는 기호들과 밤을 나누고 있다.
그 분들... 거의 끝나간단다.
난 그 분들의 끝을 잡고 시작한다.
한자가 많다.
전공이지만, 영어단어처럼 쓰는 것을 잊었던 한자들을 연습장에다 한번씩 써보는 것도 보너스!
언제 이걸 한 번 보겠어. 그런 맘으로
눈 빠지게 봐줄께. 그런 맘으로
잠깐 하는 아르바이트지만, 색다르다는 것은 나를 긴장시킨다.
법전교정 보는 일로 하루를 먹고 살고 있답니다.
헌법이 날 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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