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이라는 숫자가 낯설다.
낯을 가리는 내가 2007이라는 숫자에 익숙해지는거. 그것은 오로지 시간문제만은 아니다.
히잡을 쓰자.
2007년에는 히잡을 쓰자.
이란 여자들은 눈만 뚫린 히잡을 쓰고 다닌다.
2007년에 난 히잡을 쓰고 다녀야겠다.
눈구멍으로 세상을 보자.
세상이 날 볼까봐 낯을 가린 것, 세상은 나를 보지 못하도록 막고, 난 세상을 본다.
히잡의 알록달록한 천의 색깔들이 세상에 비쳐보이도록 ... 적당히 흘러내려야겠지.
내 얼굴색을 볼까 들킬까
예쁘게 보일까 미울까
예쁜 히잡 몇 개를 가지고 번갈라가며 쓰야겠지.
섹시함을 원하시나요. 그럼 이거
지적인 것을 원하시나요. 그런 저거
편안함을 원하시나요. 그럼 그거
원하는 대로 히잡을 골라 쓴다.
낯가림은 없어지고 맘껏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원하는대로 만날 것이다.
히잡 하나로 세상을 이리저리 마구, 멋대로 쏘다니자.
2007년은 히잡을 쓰고 세상 길을 익힌다.
길을 알면 살아가기가 얼마나 쉬운데. 전철노선만, 버스노선만 꿰고 있어도 얼마나 살기 쉬운데.
길을 익혀야지.
히잡을 쓰고......
주의하시라. 혹 히잡을 쓰고 당신앞에 나타날 수도 있다.
정녕 당신은 내가 히잡을 쓰고 있는지 조차 모를테니만..... 혹 몇 사람은 알아보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2007년에는 히잡을 쓴다.
가두기 위한 히잡이 아니라 자유롭기 위해 히잡을 쓴다.
2007년에는 타인의 얼굴이었던 여행지 어느 곳이 자유로웠듯, 타인의 얼굴로 살아가길 희망한다.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
해가 바뀌고 보신각의 종은 울리고, 뭔가 소원을 빌어야 했을 때.
난 아무 생각도 말도 못 하고 두 손을 마주 잡았을 뿐이다.
나의 왼손과 오른 손이 마치 타인의 손을 잡은 것처럼 낯설게 다른 체온으로 맞잡았다.
서로 다른 촉감으로 둘을 격려해주더라. 번갈라가며 힘을 받았다.
두 손이 남의 손인 듯 내 몸 밖에서 오는 힘을 받았다.
2007년이 다 지나고 2008년이 되었을 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을 가진 나를 만들어가는 2007년이 나의 목표이다.
딱 1년 뒤에 리스트 몇 개쯤은 만들 나를 꿈꾸며 1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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