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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선유도 다리 아래

by 발비(發飛) 2006. 12. 19.

 

 

*

겨울밤 선유도에 가면 아무도 없을 것 같지?

아니!

참 추운 날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뭉게 뭉게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 다행이지.

함께 온 사람은 없지만, 한 공간에 있는 사람은 많았어.

혼자서 가면 무서울 것 같지?

아니!

추운날 공원을 찾는 사람은 맘이 따뜻한 사람일거야. 아님 따뜻해지고 있는 사람이겠지.

그들은 모두 혼자가 아니었지.

혼자가 아닌 사람들의 따스함, 아니 뜨거움으로 선유도는 춥지도 무섭지도 않았어.

 

*

찬 바람이 부는 날 선유도 공원에 가면 숨을 곳이 많다.

시멘트 기둥 여기 저기 찬 바람 피해 숨어 있을라치면,

바람보다 더 성가신 사람을 피해 숨어든 사람들이 먼저 숨어있다.

어두워서 서로의 얼굴이 안 보여.

얼굴이 빨개지는 것도 안 보여.

그냥 기척을 크게 내어 사라질거라는 신호를 보내.

등이 뜨거워.

하나도 안 춥지.

 

*

합정에서 버스를 타고 가도 좋지만, 난 당산역에 내려서 한강변을 걸어서 선유도를 간다.

아주 천천히 걷는다.

뛰는 사람이 없더라.

선유도를 이어주는 감각적인 다리,

감각적인 다리임을 알려면 다리위에서 눈을 감고 잠시만 멈춰보면 안다.

나의 호흡과 같은 호흡을 하는 다리를 느낄 수 있다.

 

호흡.

후레쉬없이 다리의 조명을 찍고파 셔터를 눌렀었다.

집에 돌아와 포토샵으로 명암을 조정해 보니,

흔들리는 다리 아래 두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이 선유도의 흔들리는 다리 아래에서 마음을 나누고 있다.

분명히 호흡을 나누고 있다.

 

호흡을 나누는 일, 마음을 나누는 일

흔들리는 다리 아래에서 그 녹녹치 않은 일을 하는 두 사람이 있었다.

 

찬 겨울밤에 선유도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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