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까뮈 잠언록. 다시는 자살을 꿈꾸지 않으리
장석주 옮김. 청하출판./ 1981년초판 1982년중판. 2400원
알베르 까뮈 위안받으려 하지 않는 영혼
김지용 엮음. 햇살출판. 1989년 3000원
잠시 딴 소리 부터
우연이아니겠지. 요즘 까뮈에 꽂혔다. 들고 다니면서 읽는 책이 "다시는..."이다.
까뮈에 꽂히면서 아래에 있는 "위안받으려..." 한 권 더 샀다.
책의 기획에 대해 그리고 진행에 대해
어떤 책이던 책을 만드는 사람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 활자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정직하다.
사진같은 가시적인 장치가 붙지 않는다면 대개...
활자를 읽으면서 나쁜 짓을 하기엔 나쁜 사람의 참을성이 견디지 못할테니.
그리고 활자가 아니어도 나쁜 짓을 할 것이 많은 까닭이다.
좋은 의도로 기획을 한다. 그리고 진행한다.
의도대로 진행하기란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역량의 문제도 있을테고 환경의 문제도 있을테고.
이 두 권의 책을 비교해 본다.
알베르 까뮈, 우린 모두 이 사람을 안다. 나도 안다.
'이방인'이라는 말의 진정한 뜻도 알기 전에 이 사람의 이방인을 알았고, '페스트'라는 병을 알지 못하면서 이 사람의 '페스트'를 먼저 알았다. 실존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실존을 이해한 척 할 수 있었던 것도 까뮈 덕분일 지도 모른다.
그의 이방인을 지난번 여행 중에 다시 읽었었다. 그에게 무엇을 봐야 할 것인가 싶었다.
왜냐면, 그는 자연스럽게 내게 온 사람이 아니고 이념과 함께 온 사람이었기때문에 밑줄을 그어야만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몇 번 읽었지만, 이번에는 약간 짜증스러웠다. 무게때문이다. 난 또 무엇을 건져야하나 하는.....
그런 의미에서 그의 어록이나 기록을 읽는다는 것이 좋았다. 직설적이다.
이 두 권의 책.
왜 난 기획이라는 말을 했나?
;우선 햇살문고에서 나온 [위안받으려 하지 않는 영혼].
목차를 중심으로 본다.
타파샤, 제밀라, 알제리... 그리고... 사물들, 관념들, 일기, 쟝그리니가 본 까뮈.
이것들을 중심으로 까뮈의 어록과 기록, 증언을 엮어놓았다.
낯선 본문편집이 생각의 끈을 끊어놓는다. 행간을 읽어나가는데 낯섬음 별로다.
까뮈의 말을 읽었다. 에피소드가 콩트처럼 스토리를 읽게 된다.
;청하... 좋아하는 출판사이다.
엮은이, 장석주시인... 내공이 느껴진다.
"우리가 까뮈의 글에서 생에 대한 부정적 인식, 절망, 실존적 고독만을 읽고 자기 파괴에의 유혹에 빠져든다면 그것은 까뮈의 글을 대단히 잘 못 읽은 결과이다. (......)다시 말하면 삶에 대한 절망적 인식 그리고 무엇보다도 끈질긴 자살에의 유혹을 뿌리치고 넘어서서, 전신을 황홀케 하는 햇빙과 비극적인 생에 대한 긍정의 국면에 도달하는 까뮈의 실존적 철학의 또다른 면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이 책이 존재해야 되는 중요한 이유가 되는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다시는 자살을 꿈꾸지 않으리라]인 연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라고 서문에서 말했다.
목차를 본다.
인간의 고통스러운 주제들/ 들끓는 삶에의 의욕/ 인간은 바로 자신이 목적이다/도회지의 변두리에서 발견한 가난/ 마음속에서 파괴하지 않으면 안될 우울
어쩌면 까뮈의 생각이 아닐지도 모른다. 여기에 기획의 의미가 들어간다.
수많은 말들 중에 하고자 하는 말을 위해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힘,
어디에 쓰일 것이냐에 따라 돌이 되기도 하고 옥이 되기도 하는 것을 안다는 것.
말이라는 것이 앞 뒤의 순열을 어떻게 두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엮은이의 가치관이 스밀 수 밖에 없다. 그가 의도한 대로 까뮈의 말이 줄을 서는 것이다.
이 책을 몇 번 읽었다.
까뮈의 말뿐만 아니라, 엮은이의 해석까지 읽게 되는 듯 했다. 감사하다.
다시는 자살을 꿈꾸지 않으리라..... 다시 자살을 꿈꾸지 않는다면 이 책이 한 몫 했을 수도 있다.
헌책방에서 샀기에 누렇게 찌들어 빨간펜으로 줄을 그으면 그 도드라짐이 마치 꽃잎 같다.
무슨 꽃인지 모른다.
언제 핀 꽃인지 모른다.
다만 책사이로 꽃이 피어 내게로 온다. 환하게 피었다.
반드시 무슨 꽃이며, 언제 피며, 꽃말이 무엇이며 알 필요가 없다. 환한 꽃이라서 좋았다.
-또 딴소리-
1년 전 장석주님의 [느림과 비움]을 읽었었다.
사실, 난 그 책에서 시인이 읽는 노장철학을 듣고 싶었었는데,
시인의 일상이 더 짙어 섭섭한 느낌이 있었다.
시인이 들려주는, 동서양에 대해 박학다식한 분이 들려주는 요점정리같은 것을 읽고 싶었을 것이다.
손에 코를 안 묻히고.....그런 심보.
책의 디자인이 맘에 들었었다. 두께에 비해 가벼운 책의 장정과 디자인이 맘에 든 책이었다.
두꺼운데 책끈이 없어서 철끈으로 직접 만들어서 붙여 있었던 책이다.
까뮈를 엮을 때의 정열이 다시 피어나길....
오직 기획만으로도 힘이 느껴지는 내공을 발휘했으면 한다.
오늘도 강남 교보문고를 들렀다가 왔다.
책들이 너무 많았다. 너무 너무 많았다. 책인가 싶은 책, 책처럼 보이지 않는 책....
내가 보고 싶었던 "김종삼시전집'은 그 많은 책들 중에 없었다. 그 분의 시집 단 한 권도 없었다.
타임머신을 돌리고 싶은 순간이었다.
책이면 착하고 정직하기만 한 활자들이 모여있는 것임이 분명하던 그 때로......
까뮈의 이야기라기보다 책 이야기였다.
책을 발간한 출판사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80년대에 발간한 까뮈를 다시 읽으며, 사라질 책과 부활할 책을 다시 가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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