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스
카라바조 (Caravaggio 1571~1610)
카라바조의 원래 이름은 미켈란젤로란다. 헷갈릴까봐 그의 고향인 카라바조를 이름으로 썼단다.
미켈란젤로(1475-1564)가 죽고 곧 태어난 카라바조는
바로크 시대의 그림이라고 하기엔 좀 획기적이다.
바로크 시대이니만큼 신을 찬양하는 그림, 그리고 신화에 근거를 둔 그림을 그렸지만
미화시킨 인물이 아니라, 우리들의 깊숙한 곳의 근성을 그림으로 드러내보여준다.
나르시스...
그는 너무 아름다워, 자신의 얼굴을 보면 안된다 했다.
그를 만나는 누구나 그에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
나르시스는 우연히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연못으로 빠져 죽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애가 강한 사람을 나르시스에 비교하기도 한다.
나르시스를 생각하면, 난 거기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자기애가 강하다는 생각이 많이 드니까.....내가.
포기가 되지 않는 나,
뭔가 있을 것 같은 나,
어쩌면 나도 거울을 보면 안될런지도 모른다.
왜?
카라바조의 눈으로 본 나르시스는 그렇다.
나르시스의 얼굴은 참 아름답지만, 카라바조가 연못에 비친 나르시스를 그린 그림을 보면,
나르시스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
연못에 비친 나르시스.
카라바조는 실제의 얼굴이 진짜가 아니라 연못에 비친 나르시스가 나르시스의 내면이라고 생각한 듯 싶다.
나르시스는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에게 반해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들 사이에 살면서
오만했을 것이다. 원래 인간이란 그런 거니까...... 안하무인이었겠지.
나르시스가 연못에 비친 자신의 내면을 본 것이라고 카라바조는 말하고 싶은 것일거다.
그럼, 카라바조가 삐딱한 사람이냐?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 한 순간이라도 자신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 충격으로 세상의 삶이 끝나더라도, 자신의 실체조차 모르고 살아가고 죽어가는 수많은 나르시스가 있을테니까 말이다.
원래 신이 인간을 만들때 정말 나르시스같은 인물을 만들었을리가 없다.
공평하다고 말하는 신이 나르시스에게 결점없는 아름다움만 주었을, 그럴 리가 없다.
한 사람에게 배팅을 했을 리가 없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겨울이다.
내일은 수능이다.
아마 이때쯤 부터 인 듯 하다.
내가 아닌 나의 가면을 쓰고 살기 시작한 것이.... 대입시험을 치른즈음부터 였을 것이다.
오늘.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난 종종 걸음으로 거리를 쏘다녔다.
간만에 갖춰 입기도 하고서.....
나르시스가 생각이 났다.
그것도 카라바조의 나르시스. 연못에 비친 일그러진 얼굴의 나르시스.
어쩌면 난 한번도 거울을 보지 못했을런지 모른다.
연못에 얼굴을 비쳐본 적도 없을런지도 모른다.
거울이나 연못에 나의 얼굴을 비추기를 피하며 평생을 살런지도 모르고
거울이나 연못에 나의 얼굴을 비춘 뒤 그 실체때문에 연못에 빠지고 거울을 깨트릴런지도 모르고
아니면, 내가 나를 봤지만, 그건 내가 아니라고 우기며 이중생활을 할런지도 모르고
카라바조의 나르시스... 그리고 카라바조.
그의 그림을 보는 순간 그의 솔직함에 완전히 함몰되었던,
거짓으로 가득한 인간이라 솔직함에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던.
카라바조의 그림 하나 더 올린다.
구원받아야한다. 저자리에끼어야한다..... 이런 그림이 성당에 걸렸다고 상상하면.... 멋지지 않은가!
카라바조는 그가 사는 동안, 그의 그림은 미켈란젤로 그림보다 몇 배가 비싸게 팔렸다한다.
그러고보면 인간은 참으로 위험한 동물이다.
숨기고 때로 들키고
들키고도 즐기는.... 그래서 위험하다.
카라바조가 고발한다.
Madonna del Rosa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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