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26일, 밤 서울 한가운데 세종문화회관 옆 길이다.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라는 황지우의 시가 생각났지.
다가 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그러다 절대 그 곳에선 올 리가 없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늘!
하늘에선 올 리 없어, 하늘을 보았다.
세종문화회관의 세련된 조명이 지붕을 따라 켜져있다.
초록, 노랑 그리고 그 빛깔의 번짐.
검은 은행나무잎 사이사이에 끼어진 불빛들까지 하나 하나 세듯이 찾는다.
카메라를 꺼내 기다림을 찍는 것이다.
불빛을 찍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언젠가 세종문화회관 지붕길에 켜진 조명이 있는 사진을 보면 그 때의 기다림을 생각할테니.
그러다 뒤에서
"뭘해요? 아직 은행이 노랗게 물들지 않았어요. 노랗게 물들려면 ......."
아직은 아니라면서 사람이 왔다.
하늘 높이 올려놓았던 그 기다림이 끝나는 소리에 놀라 카메라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셧터를 눌렀다.
모니터에는 오고 가는 사람들과 아직은 아니라는 은행나무가 몸통째 잡혔다.
"그래도 이뻐요. 저 불빛 이뻐요."
이 사진은 짧은 기다림이 끝난 사진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흩어진 눈길을 줄 필요가 없는 조용한 풍경이 되었다.
'노란 은행잎이 되려면 아직 아니예요.'
'내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노란 은행잎? 노란 은행잎이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기다림에 관한 황지우님의 시에는 아주 아주 아주......... 먼데, 천천히, 오래........
아직은 아니라는 말이 맞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전문입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 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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