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영하 10도가 내려가는 강추위다.
바람도 보태어 더 추운 날씨라고들 한다.
안동을 중심으로 북쪽에서도 눈이 왔고, 서쪽에서 눈이 많이 왔다고 하니, 그 냉기가 여기까지 온 듯 그야말로 차다.
어제 저녁 뉴스 인트로에 추위에 강아지 산책은 안 좋다고 신발도 신기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근데, 나는 그제는 감자양이 날아갈 뻔한 바람이 부는대로 낙동강변에 나가 그 바람을 맞았다.
어제는 낙동강은 너무 한 것 같아 감자양을 가방에 넣고 옥동을 한바퀴 돌았다.
오늘은 영하 11도라는데 바람이 불지 않아 또 낙동강에 나갔다.
나는 산책에 중독이 되어있다.
바람이 불고, 햇빛이 내리쬐고, 간간히 새들의 소리가 들리는 아니 찾아들으며, 저 멀리 점만한 사람들이 있음에 반가워하며, 감자양이 잔디에서 뒹굴기라도 하면 절로 웃게 되는 그런 산책에 중독되었다.
지금 감자양은 내가 보이는 거실에서 방안에 있는 나를 보면서 잠이 들었다.
산책 후 즐기는 감자양이 가장 편안한 모습이다. 그 모습은 마치 고양이 같기도 하다.
산책을 나가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산책에서 돌아와 노곤해진 감자양의 모습을 보는 것, 그것은 내가 해야 할 의무를 다한 느낌이라 뿌듯한 마음이 든다.
강아지를 키우면 매일 산책을 시켜야 하는 것이 부담이었다.
그리고 부담스러웠다.
서울에서의 산책도 나쁘지 않았다.
대단지 아파트 사이사이를 감자와 함께 걸으며 10여년을 살았던 동네지만 어디가 어딘지 모르다가 감자양과의 산책 덕분에 '우리 동네'가 되었다. 하지만 인도 옆의 차도로 달리는 차들과 사람들이 버려놓은 쓰레기, 너무 많은 사람들은 편안한 산산책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집 근처 서울식물원의 산책도 사람들의 눈치를 보았기에 '산책만끽'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식탐이 있는 감자양이 어디에서 무얼 찾아낼 지 몰라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안동에서의 한달은, 낙동강변에서의 한달이다.
산책 첫날 감자양은 그야말로 한마리 들개같았다.
넓고 넓은 천연잔디에서 들개처럼 뛰었다. 그런 감자양을 보고 나는 갑자기 이 곳이 설레기 시작했다.
빠르게 흐르는 강물과 강 건너편의 영호루와 한적한 산책길,
나는 이곳에서 자랐지만 소풍 빼고는 나와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때 강변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이와 비슷했다면 그때도 이곳에 왔어야 해. 하는 생각과
나는 역시 물을 좋아해.
나무가 빼곡한 산도 좋지만, 넘실거리는 물을 볼 때의 편안함을 더 좋아한다.
오늘처럼 추운 날도 감자양과 함께 얼음이 언 강물을 따라 산책을 해야만 했다.
성당에 엄마를 모셔다 드리고, 엄마는 추우니 강변 가지 말고 집으로 바로 가라고 하셨지만, 대답은 '응' 했지만
강변주차장으로 갔고, 바람이야 불던 말던, 날씨가 차갑던 말던,
감자양도 나도 오분은 뛰다가 나머지는 걷다가, 바람에 휩쓸리다가 집으로 왔다.
아, 왜, 갑자기 정호승시인의 '수선화에게' 가 생각나냐.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외로움때문에 산책중독이 된 거, 아니었음 한다. 아니라고 우기고 싶어졌다.
아냐!!!!!!!!!!!!!!!!!
나는 산책 후 곤함으로 방석에 몸을 묻고 자고 있는 감자양을 보며,
이 정도로 좋다 싶다.
산책만으로도 만족한 하루다.
-잠시 딴 소리-
그 낙동강 수변공원에 애견인들이 치우지 않은 강아지 똥들이 너무 많아 분노하며, 이 좋은 공원을 이렇게 쓰다니 하며,
안동시 자유게시판에 배변 미처리시 법적고지를 해달라는 글을 올렸다. 더 멋진 우리의 산책을 위해서라면 극성을 떨겠다!
-잠시 딴 소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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