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가을 그리고 초겨울. 1 - 선 긋기(보태니컬아트)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나 어제 들고 다녔던 가방 속의 짐들을 베란다 박스안에다 얹히는대로 얹었다.스케치북, 색연필, 제도빗자루, 연필깎기, 지우개 그런 것들이다. 늦여름의 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때쯤 평생교육원 강좌로 신청했던 보태니컬 아트, 그게 뭔지도 모르고 식물을 그린다니 좋겠다 싶었다. 세밀화였다. 두번째 수업에서 포기하려고 했다. 사진과 똑같이 그려야 하는 것, 이걸 왜 그리지? 찍으면 되지? 똑같이 그린다는 것에 대한 현타가 왔다. 내 생각 따위는 의미가 없이 그저 대상만을 끊임없이 보고, 똑같이 그려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그 방면에 소질이 없었다. 다만 아이패드로 내 생각대로 마치 글을 쓰듯 마구 그려놓고 나서 내 정신상태, 마음상태를 확인하는 낙서같은 그림을 그렸을 뿐, 고전적인 의..
2024. 1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