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發飛가 그린 그림19

[발비그림] 헤어질 결심 [헤어질 결심]은 내게 송창식과 정훈희가 부른 로 뒤덮혔다. 영화를 보고 처음에는 마침내, 붕괴, 바다... 이런 단어들이 맴돌다가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은 시작됐다.’라는 대사에서 생각과 마음이 멈췄다. 지금은 태풍이 금방이라도 덮칠 듯이 낮고 검은 하늘, 산처럼 솟아오르는 파도, 바람과 함께 밀려들어오는 거대한 바다, 그 앞에서 사라지는 작은 산 혹은 무덤.사람과 사랑이 소멸되는 격한 시간에 흘러나오는 ,정훈희에 이어 송창식의 목소리가 들리자 심장이 툭하고 떨어지며 마침내 실감나는 슬프고도 슬픈, 희망이라고는 1도 남지 않은 슬픈 결말의 로맨스 영화.나는 그 바다를 그리고 싶었다. ...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 속에 외로이, 하염없이 나는 간다. 돌아서면, 가로막는 낮은 목소리 .. 2025. 3. 1.
[발비그림] 꽃 지고, 잎 피는 벚꽃이 피는 계절이 곧 올 것이다. 사람들은 벚꽃잎이 하얗게 흩날리는 벚꽃나무들 아래 거니는 것을 논다고 한다. 설레이고 들뜨는 마음으로 사뿐사뿐 걸으면 그저 설레이는 마음이 된다. 이 그림은 벚꽃이 지고 잎이 피기 시작한 어느때쯤 그렸다. 벚꽃길이 아니라 벚나무길이 되었다. 일년에 며칠 꽃에게 주인 자리를 내어주었던 나무다.꽃잎이 하얗게 흩날릴 때처럼 설레이지는 않았지만, 그 옆에 바짝 붙어 걸었다.그늘이 깊어 그 품에 파고 들게 한다. 봄을 지나, 여름이 되고, 가을이 와 단풍이 들 때까지 그 그늘과 품이 편안한 할 것이다.이제는 설레이는 것보다 깊은 마음과 너른 품이 오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25. 3. 1.
[발비그림] 멈추면 자라는 나무 어제는 노동, 오늘은 녹다운. 이렇게 멈춘 날은 머리카락이 쑥쑥 자랄 것 같다.페루 나스카 공동묘지 유적지에서 본 죽은 여자의 긴 머리카락이 생각나서 일지도, 뜬금없이 생각이 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몸의 일부이면서 몸인 적이 없는 머리카락은 몸의 생이 끝난 뒤에도,몸의 구석 어디엔가 남아있는 에너지를 끌어모아 몸의 삶을 기록하고, 뒤늦게 생을 마감한다. 몸에 뿌리를 내려 몸을 기록하는 머리카락, 이왕이면 몸의 기록이 잘 읽히는 꽃나무가 된다면,나는 사는 뜻이 분명한 몸이 되는 거지.분명한 몸, 분명한 삶. 2025. 3. 1.
[발비그림] 그때의 ‘나’들 때가 되면 흩어진 ‘나’들이 결국은 하나가 될 날이 있지 않겠나.그때그때 다른 여자, 다른 사람으로 살았다. 그때를 살았던 나는 그 때의 시간 속에 남겨두고 다른 내가 되기를 반복했다. 때가 되었는지, 그때의 ‘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기억이 맞다면, 둘, 셋쯤 더 와야 한다. 나는 목을 빼고 처음으로 그때의 ’나‘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곳으로는 강이 최고지.이런 마음으로 그렸는데, 이런 마음으로 보이지 않게 그려졌다. 그래도 감지덕지다. 지금의 이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내가 감지덕지다. 그때의 ‘나’들을 모아도 주고, 기다려도 주니 감지덕지다. 2025. 3. 1.
[발비그림] 이명 여자의 귀에서는 끊임없이 소리가 만들어진다. 아무도 듣지 못하는 여자만의 소리.그 소리는 끌로 쇠를 가는 소리 같기도 하고, 숲속 나무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같기도 하고, 때로는 먼데서 들리는 아이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다.얼마나 되었는지는 모른다. 늘 곁에 있었던 듯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그것이 여자의 신경을 더 날카롭게 하고 있는지, 멍한 표정을 짓게 만든 원인이 되는 건지.여자에 대해 수근대는 이들이 여자의 이명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어쩌면 누군가 한 두명 쯤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수긍을 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도 때도 없이 짓는 멍한 표정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도 모르는 것이 이명이다. 함께 할 수도 없는 것이 이명이다. 언젠가 여자의 곁에 누운 적이 있었던 남자가.. 2025. 2. 9.
[발비詩] 낮은 새벽 낮은 새벽  새벽하늘에 비스듬히 뜬 별이 숨을 간당거리며 매달려 있다. 숨이 몸에 매달려있다.몸이 낮아진다. 이제 겨우 자라기 시작한 손톱을 세워 누운 자리를 긁는다한 줌 흙을 움켜잡아 보지만 흙은 없다 긁는다. 또 긁는다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돌부리가 손톱 끝에 긁힌다. 피, 따뜻한 피  돌부리 위에  그려지는 몸에 매달린 숨,별의 숨이 끊어질 때, 나의 숨이 끊어질 때,손끝에서 흘러나온 붉은 숨은 그림이 되었다수천 년 전 동굴 벽화에도 있었던 붉고 굵은 선, 생명이었다는 증거  몸이 낮아진다. 붉은 무늬 땅은 더 낮아진다. 별은 숨을 끊고 내려와 눈꺼풀 위에 내려앉는다.   해가 뜨자 눈물이 멈췄다. 어둠 속에 몸과 마음과 눈물을 숨기고 발악을 하던 내가 멈췄다.내가 아직 여기 있다. --------.. 2025. 1. 30.
늦여름, 가을 그리고 초겨울. 1 - 선 긋기(보태니컬아트)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나 어제 들고 다녔던 가방 속의 짐들을 베란다 박스안에다 얹히는대로 얹었다.스케치북, 색연필, 제도빗자루, 연필깎기, 지우개 그런 것들이다. 늦여름의 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때쯤 평생교육원 강좌로 신청했던 보태니컬 아트, 그게 뭔지도 모르고 식물을 그린다니 좋겠다 싶었다. 세밀화였다. 두번째 수업에서 포기하려고 했다. 사진과 똑같이 그려야 하는 것, 이걸 왜 그리지? 찍으면 되지? 똑같이 그린다는 것에 대한 현타가 왔다. 내 생각 따위는 의미가 없이 그저 대상만을 끊임없이 보고, 똑같이 그려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그 방면에 소질이 없었다. 다만 아이패드로 내 생각대로 마치 글을 쓰듯 마구 그려놓고 나서 내 정신상태, 마음상태를 확인하는 낙서같은 그림을 그렸을 뿐, 고전적인 의.. 2024. 12. 14.
[발비詩] 이른 아침 집을 나서며, 안녕 이른 아침 집을 나서며, 안녕 오래된 일기장 속에 꽂혀있는 나뭇잎에 인사를 한다. 안녕 발밑에서 잠든 강아지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남향집 거실을 가득 채운 아침햇살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현관문 앞에 놓인 택배상자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1층 엘리베이터 앞으로 굴러들어온 지난 가을 낙엽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보도블럭 틈을 밀고 올라온 민들레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핸들에 두 손을 올리고 출발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길가에 굴러다니는 과자봉지들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강변으로 내려가는 언덕길에 박힌 작은 돌멩이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강물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억새들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귀밑 머리카락 사이에 맴도는 바람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강물에 뿌려진.. 2023. 12. 23.
[발비] 희망에 관한 인터뷰 신미식 작가의 페이스북을 보며, 그가 지금 여행하며 올려놓은 마다가스카르의 길들을 보며 그의 사진들을 처음 만났을 때쯤을 떠올렸다. 그의 사진을 보며 쓴 글이다. 신미식 작가의 네이버블로그에 올린 사진들을 보며 남미여행을 꿈꿨다.그가 안내한 사진 속의 그 풍경. 우물 속에서 동그란 하늘을 보던 나는 사각형 사진 가득 찬 하늘이 놀라웠고, 붉은 땅이 놀라웠고검게 탄 얼굴의 강인한 사람들의 모습에 참 많이 놀랐다. 내 꿈은 그 곳에 가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 곳을 갔다. 신작가를 통해 꿈을 만들고, 꿈을 이루었다. 이 글을 쓸 때는 꿈을 품고 있었을 때였을 것이다. 빠스코의 여자아이는 어른이 되고도 남았을 거다. 오늘 페이스북에 올라온 신미식 작가의 마다가스카르의 길, 이를 어쩌나. 그 길에 나도 서고 .. 2023.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