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노동, 오늘은 녹다운. 이렇게 멈춘 날은 머리카락이 쑥쑥 자랄 것 같다.
페루 나스카 공동묘지 유적지에서 본 죽은 여자의 긴 머리카락이 생각나서 일지도, 뜬금없이 생각이 났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몸의 일부이면서 몸인 적이 없는 머리카락은
몸의 생이 끝난 뒤에도,
몸의 구석 어디엔가 남아있는 에너지를 끌어모아 몸의 삶을 기록하고, 뒤늦게 생을 마감한다.
몸에 뿌리를 내려 몸을 기록하는 머리카락, 이왕이면 몸의 기록이 잘 읽히는 꽃나무가 된다면,
나는 사는 뜻이 분명한 몸이 되는 거지.
분명한 몸, 분명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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