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여라
보들레르
언제나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은 거기에 있다. 그것이 유일한 문제이다.
그대의 어깨를 짓부수고 땅으로 그대 몸을 기울게 하는 저 시간의 무서운 짐을 느끼지 않기 위하여, 쉴새 없이 취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에?
술이건 시건 또는 덕이건, 무엇에고 그대 좋도록. 그러나 다만 취하여라.
그리고 때때로, 궁전의 섬돌 위에서, 도랑 가는 푸른 풀 위에서, 그대의 밤의 침울한 고독 속에서, 그대가 잠을 깨고, 취기가 벌써 줄어지고 사라져 가거들랑,
물어보라,
바람에, 물결에, 별에, 새에,시계에, 사라져 가는 모든 것에, 울부짖는 모든 것에, 흘러가는 모든 것에, 노래하는 모든 것에, 말하는 모든 것에,
물어보라,
지금은 몇 시인가를.
그러면 바람도, 물결도, 별도, 새도, 시계도,
그대에게 대답하리,
지금은 취할 시간! 시간의 학대 받는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하여, 끊임없이 취하여라!
술이건, 시건, 또는 덕이건, 무엇에고 그대 좋도록.
지금비온다현관문을열고나가니노랗게반짝거린다비에나무는흔들린다.
내일 아침이면, 은행잎들이 까만 아스팔트 위에 노랗게 떨어져있을런지 모른다.
은행나무의 반은 맨몸을 하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이 비 다음엔, 바람이 불겠지. 온 몸이 흔들리겠지. 취한 몸을 가누지 못하겠지. 나무는 비와 바람에 취해 맨몸으로 거리에 서 있겠다.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을 하고서...........................
그는 '지금은 취할 시간'! 이라지만, 난 조금 더 있다.
비온 뒤 바람이 차게 부는 날이 되면 난 겹겹이 겹겹이 옷을 껴입고 저 길을 나갈 것이다. 아니다.
비바람이 현관문을 뚫고 들어와 내 방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갖다 부어라, 불어라.
맨 몸으로 거리에 서도 부끄럽지 않도록.......................................
비가오자이시가생각났다왜인지는모르지비가술로보이나나무는그럴수있으나난그럴수없으니취하는것도 용기이니무엇에고그대좋도록무엇에고그대좋도록그말이참듣기좋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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