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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김경미] 나는야 세컨드 1

by 발비(發飛) 2006. 10. 13.

나는야 세컨드 1 

 

김경미


누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
,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부모든 남편이든 친구든
봄날 드라이브 나가자던 자든 여자든
그러니까 나는 저들의 세컨드야, 다짐한다
아니, 강변의 모텔의 주차장 같은
숨겨 놓은 우윳빛 살결의
세컨드,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두 번째,
첫 번째가 아닌, 순수하고 수학적인
세컨드, 그러니까 이번,이 아니라 늘 다음,인
부적합,인 그러니까 꼴지

그러니까 세컨드법칙을 아시는지
삶이 본처인양 목 졸라도 결코 목숨놓지 말 것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애원하지 말 것
적자생존을 믿지 말 것 세컨드, 속에서라야
정직함 비로소 처절하니
진실의 아름다움, 그리움의 흡반, 생의 뇌관은,
가 있게 마련이다 더욱 그 곳에
그러므로 자주 새끼손가락을 슬쩍슬쩍 올리며
조용히 웃곤 할 것 밀교인 듯
나는야 세상의 이거야 이거

세컨드?

 

시인은 진짜 세컨드도 아니면서.

세컨드라고 생각할 거란다.

 

'삶'이라는 낭군과 몸과 마음, 호적까지 모두 함께 하는 거 싫은거다.

책임과 의무가 없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거다.

 

사는 거 힘들다고 '삶'이라는 낭군이 징징대면, 난 몰라! 세컨드잖아. 

세상이 맘에 안들면 악을 가며, 함부로 굴면서, 너 몰라? 나 세컨드잖아. .

먹고사는거 갖고 그악스럽게 굴면서, 나 세컨드잖아.

 

낭군이 혹 떠난다면, 사랑밖엔 난 몰라! 버리지마! 나, 세컨드로 살잖아.

'삶'의 조강지처가 찾아와 머리 끄댕이 잡고 흔들면, 나보다 낭군에게 잘 해줘? 난 세컨드잖아.

 

'삶', 힘든거지?

'삶'과 엉켜살고 싶지 않은거지?

호적이라도 '삶'과 함께 있는 거 싫은거지?

 

그러면서도 '삶'과는 떨어지지는 못하겠다는거다.

싫은데도 목숨줄 잡고 있을 때까지는 '삶'과 줄다리기 로맨스를 즐기면서 살고 싶은거다.

정말 세컨드처럼......

 

시인은 그들, 모두에게 세컨드가 될거란다.

모두랑 떨어지고 싶단다.

모두랑 떨어지기는 싫단다.

적당한 자리 세컨드가 있다는 걸 찾았단다.

 

앗! 그런 자리가 있었구나.

내 안에 있는 은밀한 교태를 다 부려도 얼굴 빨개질 필요없는 원색적인 자리이다.

몰래 뒤로 뭘 좀 챙긴다해도 양심따윈 생각지도 않아도 뻔뻔해질 수 있는 자리다.

나도 세컨드가 되면 이걸 할 수 있다 이거지!

 

그런데.......

세컨드란 자리는 왜 이래도 되는 자리지?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무덤자리다.

보장받은 무덤자리가 없어서다.

이 생이 다하면 남는 것이 없는 자리라서 주는 선물같은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일 수 밖엔, 제삿밥조차도 먹으러 올 필요도 없는 세상에서 주는 선물인 것이다.

 

 

이제 선택이다.

조강지처, 혹은 세컨드.

 

나? 흐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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