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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기행일기-1

by 발비(發飛) 2006. 9. 24.
2006/ 05/ 30

어젯밤 밤을 샌 탓에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에서 내내 잤다.
잠결에 내린 인천공항.
뭔가 할 일이 많았는데,
일단 바로 안내데스크로 직진했다.
로얄네팔항공권 어디서 받나요? 친절하게도 G25번이란다. 간단하다.
줄서고 표받고 무거운 배낭 짐으로 붙이고 이제 크로스백 하나. .
문장사전을 들고 온 것은 잘 한 일일까? 무겁다.
사방에 전화질을 했다. 나를 아는 이 모두에게 전화를 걸어 “안녕”하고 인사를 했다.
핸드폰을 택배로 집으로 보냈다. 연락두절!
한국이어도 외국인 듯 다시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문득 발견한 것, 모든 사람들이 뭔가를 쓰고 있다. 어깨너머로 보니 출국확인서이다.
그리고 옆에 컴으로 작성하는 것도 있다. 내가 할 일이 아닌가 싶었다.
공항직원에게 물었다.
“저거 저도 써야 하나요?”
“나가시는 분은 누구나 써야 해요.”
컴으로 출국확인서를 작성하고 다시 안내데스크로 갔다.
혹 내가 모르는 사실이 또 있을까싶어서 말이다.
항공권과 여권 출국확인서를 보여주고 더 필요한 것이 있냐고 물었다. 모두란다.
중요한 것을 빠트릴 뻔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잘 한 것 같다.
이제 게이트로 들어가 면세점이라는 데를 구경할 차례이다.


-지금 너에게

 국제선 면세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삶에 있어서 치명적인 것이다. 치명적인?
 몇 시간 위에 내게 올 낯선 풍경에 대한 기대나 염려가 없다.
 마치 석녀처럼 난 이제 어떤 일이 있어도 흥분하지 않게 되었다.
 언제나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으로 불리웠는데 어째서 지금 아무런 생각이 없는 사람이 되었을까?
 지금 난 여행, 나그네의 길이 내게 길게 펼쳐져 있다.
 사전적 의미의 지루한 폭행이 아니길, 그것이 아니길.
 세상에 대해 긍정하고, 받아들이고 몸을 잘게 썰어 스밀 수 있기를.
 내 안으로 들어온 세상의 희노애락이 내게로 전이되어 다시 흔들릴 수 있기를.
 지금 너를 생각하며, 너를 위하여 나의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제 내려야 할 시간이 되었다. 15분이 남았다.
기장은 행복한 여행이 되라는 인사말을 했고 스튜디어스는 헤드셋을 거두어 갔다.
입국허가서를 작성했고 난 기념으로 하나 더 달라고 부탁을 했다.
티비 모니터로는 장기간 탑승하느라 굳은 몸을 풀라면서 간단한 운동법을 방송해 주고 있다.
비행기의 반이상이 인도인이고 나머지는 한국, 서양인 뭐 그렇다.
인도인들은 대부분 일어서서 돌아다니며 짐을 챙긴다.
역시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답다. 작은 꾸러미들이 많다.
떠나는 사람들은 짐을 줄이고, 돌아오는 자는 짐을 늘인다.

아직은 어둠이다.
밤비행기가 아니라면 하늘 경치를 볼 수 있을텐데 아쉽다.
해저 산맥을 바다에서 찾듯이 하늘에서 파도치는 바다를 찾을 수 있을텐데......하며 잠시 아쉽다.
곧 기류를 만날 것이므로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데,
기류를 만나면 기체가 심하게 흔들린다는데
보이지도 만지지도 않은 바람이 거대한 비행기를 흔들어 놓는다니,
그 안에 앉은 사람들이 바람 때문에 넘어지지 않게 몸을 묶어야 한다니,
역시 보이지 않는 것들은
저항하는 것보다는 피해가는 것.
혹은 기운이 거세 마구 흔들리는데 아니라고 하기보다는
그저 그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내게는 그렇다하고 내 삶에 포함시키는 것이 더 나을 듯하다고 생각하면서 안전벨트를 맸다.


간디 공항에서 비행기가 착륙했다.
문을 열었을 리가 없는데 훅하면서 인내가 난다. 냄새!
공항은 작았고 물건을 찾는 벨트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린다.
그 틈에 끼어 물건을 기다린다는 핑계로 천천히 공항을 살펴본다.
영화 속 인물들이 밖으로 튀어나온 듯한 느낌이다.
서양인들은 하도 흔해서 혹은 떼로 몰려 있는 것을 많이 보아서 그런지 현실느낌 그대로이지만.
이 곳 인도인들은 무슬림과 힌디인들이 확연히 구분이 되는,
같은 생김의 사람들이 꽉찬 공항은 영화의 한 장면이다.
입국확인서를 받던 안경을 쓰고 마른 체형의 중년남자가 더욱 그랬다.
공항 밖으로 나오면서 외국인증명서랬지. 그것을 받는 순간, 택시를 타라는 삐끼부터 나를 반긴다.
그들을 무시하고 일단 환전을 한다.
80불을 인도루피로 환전을 했다.
찢어진 돈을 채 확인도 하지 못했다. 돈을 계산해 보라는것도 못했고. 꼭 확인하랬는데.....
주는대로 받고 싸인해 주었다.
줄 선 사람들 앞에서 괜시리 떨려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이 컴퓨터로 작업을 하는데 싶기도 하고...
환전을 하자 더 많은 택시삐끼들이 붙는다.

일단 밖으로 나왔다.
덥다.
습하다.
오래 비워놓은 초가집 냄새같기도 하고 서양인들의 암내같기도 한 냄새가 역하다.
익숙해지겠지하면서 숨을 아껴쉬었다.
택시를 탔다. 스마일 게스트 하우스요. 타란다. 탔다.
한국사람이냐, 얼마동안 있을거냐. 처음 온 거냐. 뭐 그런 것들을 많이도 묻는다.
단어하나로 대답했다.

택시를 타고 출발이다.
흥정을 미리하고 타랬는데, 그것도 못했다.
난 얼마냐고 묻고, 그는 시내를 빙 돌아갈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게 아닌데... 그냥 만다.
첫날이니까 속으면 속는데로 속지 뭐! 아마 2.30분쯤 탔을것이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한적한 길은 마치 산업도로처럼 생겼는데 뭐 그리 낯설 것도 없다.
그런데 시내가 가까워지면서 사람들이 길의 아무데서나 시체처럼 흩어져, 쓰러져 자고 있다.
마치 전쟁터에서 쓰러져 죽은 병사들의 시체처럼 몸의 모양을 함부로 구부려 자고 있다.
숙소를 가는 내내 무지 많은 사람들이 길바닥에서 자고 있었고, 거지가 아닐런지도 모른다.
너무 더워서 밖에서 자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열대야를 피해 한강변에서 자는 우리들처럼 말이다.

숙소로 들어온 것은 새벽 2시가 넘어서 였다.
배낭은 무거웠고, 이제 배낭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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