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자의 후레쉬가 너무 밝아
오히려 관찰할 대상의 반응을 자연상태에서 벗어나게 만든다면
그 관찰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 아니겠소!"
"세상의 양지 바른 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
아름다움은 그것이 손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을 때는 쓸쓸함으로,
풍요와 평안은 그것이 내것이 아닐때는 쓰라림으로 ,
물론 수 많은 가치박타의 체험으로 비뚤어진 성격에서나 발견될 수 있는 반응이지만.
그 기억의 고집"
아주 오래전이다.
여자 주인공 보다 더 어린 나이에 사랑이란 것을 알려준다기에 읽었던 소설이다.
이 소설은 나의 기억이 맞다면 강수연이 주연을 한 영화로도 나온 적이 있었던 듯 싶다.
카투만두의 한국인 숙소에 많은 만화책들 사이에서 '레테의 연가'를 만났다.
처음엔 손이 그냥 지나갔었지.
그러다 책등을 스치면서 책을 고르던 손이 다시 '턴'을 하면서 이 책을 꺼냈다.
내가 개입한 것이 아니라, 손이 그저 이 책을 잡았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난 책의 초판일을 확인한다. 83년, 12쇄 86년이다. 이것도 아마도.....
그렇군! 그 사이 언젠가 읽었던 건가. 아님 그 이후 언제 읽은 건가.
그때의 기억을 되돌려본다.
참 지루했다.
-앞 부분의 참 많은 내용이 기사내용으로 짜여져 있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이가 많은 이들은 사랑을 참 어렵게 한다.
화났다.
-이것도 불륜은 불륜이다. 예술가라는 사람은 이리저리 잘도 붙인다.
짜증났다.
-이문열작가가 한참 책을 불티나게 내고 있을 즈음이라 여러편을 읽었던 중 가장 별로였다. 연애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땐 그랬다.
어제의 나다.
책의 뒷편을 젖혀 초판과 재판을 확인한 뒤, 책의 얼굴인 표지를 본다.
연가라는 말이 한자로 적혀있다.
그 사이 연가라는 말이 식상한 말이 되어버렸군!
겨울연가 때문인가?
그저 연애소설로 읽지 말고, 젊은 여성들의 연애관에 도움이 될만한 소설이고 싶단다.
만약 이 소설을 읽고 기쁨을 얻는다면 젊은 여성이라나 어쨌다나.... 어제 일인데 아무튼 그런 의미이다.
난 우습게도 이 작가의 협박에 하루를 걸기로 했다.
내가 이 책을 읽고나서 보람된 독서가 되길 말이다.
이문열이라는 작가에게 젊다는 인정을 받고 싶은 것이다. 이유 참 단순하다.
그리고 난 책을 잡았다.
세상이 그동안 많이 바꼈군!
그 당시 기사의 맹점이었던,
고부간의 갈등(이건 이미 이슈가 되지 않는다.)
혼전 순결문제(이건 더욱 이슈가 되지 않는다)
결혼상담소와 결혼조건(이것도 역시 확고하다)
그런 기사들이다. 활자사이에 시간이 흘러가고 있음을... 콤퓨터라는 단어와 함께 말이다.
그런 추억때문에 흥미있게 한 줄 한 줄을 읽어나간다.
그 시대의 캐리어우먼인 잡지사 여기자와 국전당선 화가와의 사랑이야기.
미스와 유부남의 사랑이야기.
절제된 사랑이야기.
불륜이지만, 불륜이 아니고자 하는 선을 넘은 사랑이야기.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가 되는 것은 '성'에 대한 가치관이야기로 풀어나갔다.
그런데, 난 마치 성장소설을 읽는 느낌이었다고 해야하나.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니,
저녁시간은 벌써 지난 밤 10시가 넘었다.
그 시간에 몽롱한 기분으로 찬바람을 맞고 싶었다. 나를 식히고 싶었다.
밖으로 나와보았으나, 낯선 여행자의 거리는 무서움에 가까웠다.
다시 돌아와 그대로 그대로 그들 사이에 다시 끼어들었다.
결국은 망각의 강인 것이다.
망각이란 가능한 것인가?
이 소설의 주인공인 민화백의 말처럼 너무 밝은 후레쉬를 가지고 살아갈 때가 있다.
대상은 나의 밝은 후레쉬때문에 나만이 제대로 볼 수 없고, 또한 너무 밝아 아우트라인조차 분명치 않은 사진 하나를 기억속에 간직하게 된다. 사랑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지난간 사랑은 말이다.
너무 환하고 밝다.
환하고 밝음만 비칠 뿐, 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꼭꼭 가슴속에 묻어둔 사진을 꺼내보아도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밝기만 하다. 너무 밝아 눈이 시려 간혹 아린 듯 눈물이 날 뿐이다.
이젠 아름다운 것을 보아도 나의 것은 아니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 나의 것이 아니므로 쓸쓸히 가슴속 어디를 헤집어 사진 한 장을 꺼내기도 하는 것이다. 참 편안하고 아름다워보이는 것들을 바라보아도 또 가슴속을 어디를 헤집어야 한다.그건 정말 기억의 고집때문이다.
그것들을 넘어간다는 것이다.
아직도 그 사진을 꺼내 보면 아리고 시려 눈이 그렁그렁해진다면,
레테의 강을 건너지 못한 것이다.
레테의 강에는 소용돌이가 있어 건너지 못하면 더욱 깊이 깊이 빠질텐데....
여자는 내일 결혼을 한다.
자신은 레테의 강을 건넜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솔직하게 쓰겠다고 말한 일기장을 읽는다.
한 권의 일기장을 읽고서 강을 건넌단다.
아주 멀리서 이 책을 만났다.
팍팍하게 가이드북을 뒤지면서, 한 편 한 편 잘라 읽을 수 있는 수필집 몇 권만 읽고 살았던 몇 달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뿌듯한 한 권이 책을 읽었다.
가슴 뻑뻑해지면서 읽었다.
그런데 기쁘게 읽은 것이 아니라 이리 뻑뻑하게 읽었다면, 작가는 나에게 진정 젊은 여성이라는 칭호를 내릴 것인가 싶다.
한국에 가면 하고 싶은 것 하나 추가,
이 낡은 책을 헌책방을 뒤져서 사는 것이다.
레테의 강을 건너고자 함이 아니라, 얼마간 건너고 있던 레테의 강을 다시 거스르기 위해서 말이다.
한번쯤은 휙 돌아갔다 오려고.
지금처럼, 휙 돌아가도 아무 일이 없는 지금처럼......................................
아마
나는 맛살라 향이 좀 지겨웠나보다.
달콤하고 새콤한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맛이 그리웠나보다.
내가 간만에 읽은 연애소설은 캘리포니아산 오렌지같았다.
오늘, 아침은 내게서 좀은 좋은 냄새가 난 듯 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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