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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대로 小說

[알퐁스 도데] 별

by 발비(發飛) 2006. 3. 21.

아침에 뜬 별 하나를 보았습니다.

아버지가 계신 병원을 막 들어서서 응급실 커브를 돌았을 때, 웅크리고 앉아있는 중년의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환자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한 손에는 아직 불 붙지 않은 담배를, 또 한 손에는 불붙은 꽁초를 손가락에 끼고 있었습니다.

왼손에 끼어있는 빨간 담배 불빛이 별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한 별빛을 기다리고 있는 오른손의 긴 담배 한 개비.

여자의 얼굴은 검게 떠 있었고, 고개 든 순간 마주친 눈빛은 어느 곳도 향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저 그녀가 들고 있는 빨간 별빛만 그녀의 어둠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날씨는 화창했습니다.

화창하게 밝은 봄날 아침에 별하나가 떠 있었습니다.

어둠과 함께 하는 별

어둠이 깊을 수록 더욱 반짝이는 별

별빛이 다하길 기다리다 다시 별빛을 만들어내는 그 여자는 무슨 병을 앓고 있는 걸까요?

그저

빨간 별빛이 반짝일 때마다, 얼마나 모진 삶을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총총한 별들이 마치 헤아릴 수 없이 거대한 양떼처럼 고분고분하게

고요히 그들의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따금 이런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치곤 했습니다

-저 숱한 별들 중에서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읽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알퐁스 도데의 '별'중에서

 

잠시 그 여자에게 다가가 맞담배라도 피고 싶었다면...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녀의 꽁초를 빼앗아 땅바닥에 확 비벼 꺼버리고 이쁜 라이터로 새 담배개피에 불을 붙여주고 싶었다면... 아무 말 하지 않고

 

하지만, 그저 그녀를 지나갔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우리 주위엔 참 많은 별들이 빛나고, 빛을 잃고, 빛을 지키고, 빛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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