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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대로 小說

[파울로 코옐료] 오 자히르

by 발비(發飛) 2005. 9. 13.

첫번째


코엘료의 소설 [오 자히르]를 반쯤 읽었다.


매일 전철에서 읽는다


이제까지 읽었던 책보다 많이 지루하여 그만 읽고 싶지만,

언제나 그랬듯 그의 이야기는 뒷부분에서 힘을 받으므로 그냥 계속 무식하게 읽어나가기로 한다.


아침 출근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가 이 책에서도 나왔다


 


두 소방수가 산불을 끄고 산을 내려왔단다한 사람의 얼굴에는 검댕이가 묻어있고,

다른 한 사람은 묻어있지 않았다

계곡에서 얼굴을 씻는 사람은 누구일까? 역시 우리가 알고 있는대로 검댕이가 묻지
않은 사람이다


이 책은 주인공인 작가가 그의 가출(?)한 아내 자히르를 찾는 과정 이야기이다.

아내의 실종을 이해할 수 없는 작가,

그 아내의 부재동안, 그리고 아내를 찾아가는 길이야기다

아내는 진리를 찾으로 길을 떠났다.(내가 읽은데 까지는)

작가는 아내가 자신과 함께 지내면서 자신의 얼굴에 묻은 검댕이를 보고,

자신의 얼굴에도 검댕이가 묻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검댕이를 씻기위해 길을 떠났다고 아내의 실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처음으로
객관적으로
드러내며 인용한 이야기이다.

 

난 이 이야기를 읽는 순간,

내가 만나는 사람을 생각햇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산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만나는 사람의 공통점은 있다

 

혈액형으로 말한다면, O이나 B형의 사람이 A형적인 인간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에는 이 곳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포함한다.

어쩌면 가장 자주 만나는 사람이니까...

 

나를 거울로 둔 사람들

내가 누군가의 거울이 된다.

거울인 내가 무슨 얼굴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들은 그들의 얼굴에 자신감을 가지기도 하고

아니면 계곡으로 가서 급히 얼굴을 씻기도 하고,

내 얼굴은 왜 이럴까 자책하기도 할 것이다.

 

거울인 나의 얼굴을 보면서....

내가 쓰고 있는 이 주절거림이 내가 쓰고 두드릴 때 내 속에서 나오는 잦은
'흐음'이라는

숨소리처럼 그들도 나의 이 주절거림을 읽고 '흐음'하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누구나 희노애락을 모두 가지고 태어난다.

고르게 가질 수는 없지만, 개개인에 따라 적당한 비율로 섞여서 여러부류의 인간이
된다

그런 희노애락!

거울인 내가 보여주는 나의 비율?

처음 이 블로그를 장난삼아 만들어서 주절거릴 때

그리고 지금, 매일 조금씩 쌓여져가는 희노애락들!

희노애락이 모두 거울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오늘 아침 문득 읽은 구절에서 난 나의 얼굴과 나의 말과 나의 웃음과 나의 움직임
모두가
누군에겐가의 거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갈등한다.

 

거울이 될 내가 나의 중심이 될 것인지.

그런 것에는 아랑곳없이 그냥 내가 거울이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고 살 것인지

마치 내가 무슨 조절가능한 인간인 것처럼 착각속에 아침을 연다.

그렇게 하고자 하면 그렇게 될 것처럼 착각하는 난,역시 난 가잖은 인간이다.


거울


이상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요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잽이요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오마는거울속에는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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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아크모다도르

'조절하다'는 포르투칼어

'살다보면 어느 순간인가 한계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자기 내부의 잠재된 힘을 일깨우는 수련중에 있는 주술사라면

'맨 먼저 '아코모다도르'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아코모다도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아코모다도르가 내 꿈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에스테르가 얼마나 애썼는지를 ..'

 


[오자히르]를 아직도 읽고 있다.

출근길 전철에서 몇 장을 보태읽는다. 참말로 재미없다. 그렇지만...

읽는다. 샀으니까.


그렇게 읽다가 한단어를 만났다.

 

아크모다도르

 

위의 말들이 섞여서 이야기로 조합되어있었다.

대충 의미로 받아들인다.

어려운 단어이지만, 상황이 이해가 간다.

무엇을 배우든, 누구를 만나든, 책을 읽든, 음식을 하든

어떠한 상황이든간에 아크모다도르의 상황은 온다.

한계점.

진정 객관적인 한계점이 아닌 우리의 감각으로 느끼는 한계점.


피아노를 배우다 '난 여기에 재능이 없나봐!'

잡채를 만들다가 '더 이상은 양념할 것이 없는데, 이런 맛?'

책을 읽다가 "아! 못 알아듣겠다. 이게 뭐야?'

친구를 만나다가 '얘하고 나는 이게 다일거야!'


그런 한계점들은 다분히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것이다.

그 시점에서 핑계는 만들어진다

여기서 잠시 쉬어가는 거야. 바로 재충전이지.

더 이상 능률이 안 오르는 이 일에서 손을 떼야지.

도움이 안돼.

이러면서 아크모다도르상황에 굴복한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아크모다도르상황을 나열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삶에서 앞으로 나아가길 포기하고 우리가 가진 것에 순응하게 되는 어떤 순간 말입니다."


아침 전철에서 이 단어를 만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포기하려고 했던 것들이 생각나고

내가 포기했던 것들이 생각나고

앞으로 내가 포기할 수 있을 것들이 생각났다.

 

극복해야만 한다고 말하는 거지?


코엘료,


그는 이런 이상한(?) 말로 독자를 현혹시켜 줄거리도 없는

오자히르를 많이도 팔아먹고 있다.


근데, 왜 이 말이 나에겐 비수처럼 꽉 박히는 거지?

그의 힘인가보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고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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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정말 괴로워하면서도 읽는다.

간혹 나오는 이런 말 때문에....오늘 퇴근길에 다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얀트 법

 

너는 아무것도 아니다, 네가
우리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너는 중요하지 않다. 너는 어떤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네가 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우리에게 도전하지마라

그러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것을 늘 명심하라. 그리고 절대로 우리의 말을 비웃지마라


-평범과 익명성이 최선의 선택이다,

만약 네가 그 원칙에 따라 행동한다면,

너는 살아가면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네가 다르게 행동하려 한다면......


 


묻혀살아라? 이거지?

인정하라?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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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다 읽었다.


코엘료의 책, 몇 권 읽지 않았지만, [오 자히르]가 가장 최근작이다.

앞 면지에는 코옐료가 한국독자들을 위해 친히 쓴 싸인이 들어있다.

한국독자들이 코엘료의 저작권수입에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아~ 기분 나쁘다.

가장 최근작이 나를 힘들게 했다.

그의 작가후기에 나오듯이 수많은 글들의 짜집기다.

온갖 종류의 호의은행(그의 말대로 표현하자면)을 동원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짜집기를 해 두었다.

멋진 퀼트작품이 짜집기이지만, 오랜 시간을 들여 배색을 하고 디자인을 하고

완성품에 대한  검증 후에 작품을 만들었을때는

어느 좋은 원단을 사용한 것보다 더 멋진 작품이 나온다.


코엘료의 [오 자히르]는 온갖 종류의 좋은 원단을 다 동원했다.

역시 실력있는 재봉사인 자신까지 있으니 금상첨화다.

하지만, 그에게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빨리 많은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공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좋은 원단은 사용했으나, 배색이 맞지 않고, 질감이 고르지 않아

다른 것들과 같이 있을 수가 없게 되었다.


남는 것은 원단 하나 하나를 보면서 하나의 조각난 원단에 감탄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 이 원단은 정말 멋지구나.  광택이 나는군! 이런 원단도 세상에 존재하는 구나

그것으로 만족할 뿐이다.

코옐료가 수집해 놓은 원단들을 그냥 구경한다.


멀미도 나는 것같고 소화불량에 걸린 것 같기도 하고...

[오 자히르]버스에서 내리고 싶었지만, 끝까지 타고 있기는 했다

내리는 순간 속이 시원하다...


한동안 그 버스가 타고 싶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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