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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기도

by 발비(發飛) 2006. 7. 12.

나로 하여금 험악한 가운데서 보호해달라고 기도할 것이 아니라

그 험악한 것들을 두려워하지 말게 기도하게 하소서.

나의 괴로움을 그치게 해달라고 빌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그것을 정복하도록 하게 기도하게 하소서.

-R. 타고르/ 나의 기도

 

그저께인가

집에 전화를 했었다.

아버지와 엄마와 동생과 올케 그리고 조카까지 모두 통화를 했다.

(그렇게 한통화에 이틀밤 방값을 썼다. 지금은 자중자애중이다. 이상하게 델리에 오면 내가 알고 있던 한국의 모든 것이 그립다.)

 

아버지는 걱정이 많으시다.

"괜찮냐?"

그럼 나도 생각한다. '괜찮으신가?'

"몸은 어떠냐?"

그럼 나도 생각한다. '몸은 괜찮으신가?'

"너때문에 걱정된다."

그럼 나도 생각한다. '아버지때문에 걱정된다.'

"눈 앞에 갖다 놔야 맘을 놓는다."

그럼 나도 생각한다. '눈 앞에 한 번 보고 싶다.'

 

그렇게 모두 좋다고 대답하고

그렇게 혼자서 생각한다.

 

전화를 끊고, 게스트하우스 침대에 누워서 생각한다.

정말 모두 괜찮은 것일까?

나는 내가 보고 있으니 괜찮은 것이 사실인 듯 싶다.

물리적으로 본다면 정말 잘 지내고 있다.

내가 보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잘 지내고 있는 것일까?

가족들,

몸이 점점 좋아지시고는 계시지만, 어쨌든 편찮으신 아버지를 두고 멀리 떠나온 딸년이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은 2년만에 미국에서 가족들을 데리고 왔는데, 단 며칠 얼굴만 보여주고 와 버린 누나다.

전화로 반갑게 부르는 "고모"라는 소리는 나를 너무 찔리게 한다.

그 모두의 뒤치닥거리를 하는 엄마, 그러면서도 나에게 정말 잘 해보라고 용기를 주는 엄마.

 

그리고 또 생각한다.

내 친구들, 너무나 나를 사랑하는 내 친구들,

딱 하루만 그 친구들과 손을 잡고 다시 왔으면... 다시 힘을 채우고 왔으면....

 

그리고 또 생각한다.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들,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

 

하얀 시트에 하얀 베개, 하얀천장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누워서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러다 문득.

 

낮에 읽은 타고르의 '나의 기도'라는 글이 생각이 난거다.

 

그래,

이렇게 하기로 하자.

내가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오른다면, 그 순간 기도를 하기로 했다.

기도의 대상은 그저 하늘이다.

더구나 이 곳 인도는 모든 신들의 집합소가 아닌가. 기도하면 어느 신에게나 걸리겠지.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 생각에 걱정이 되면, 아버지를 위해 잠시 기도를 한다.

엄마가 보고 싶으면, 엄마를 위해 잠시 기도를 한다.

모두가 보고 싶으면, 내가 아는 모든 이를 위해 기도를 하기로 한다.

 

그렇게 맘을 먹었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한 요즘, 많은 기도를 하게 될 것 같다.

 

역시 델리는 한가한 동네다.

맘은 한가하면, 온갖 짓을 다한다.

 

아버지!

'눈앞에 두고서야 맘이 편하시겠다고....'

걱정하지 마시구요.

걱정하시면 안되는거니까요.

그저 겁많은 딸이 타고르의 기도처럼

험악한 것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괴로움을 정복하게 해달라고

그렇게 기를 넣어주심 너무 너무 좋겠는데......

맘이 편하겠다는 그 말씀때문에  맘 편하게 못 해드리는 아버지 딸이 무지 많이 죄송했거든요.

제가 생각해낸 방법!

정말 괜찮은 것 같은데, 걱정하기 말고 기도하기.

아버지의 식대로 맘가는 데로 아무나에게 그저 기도하기.

지금 아버지 생각하니까 전 또 기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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