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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오늘 점심은..

by 발비(發飛) 2006. 7. 11.

오늘 점심은 간만에 인도식으로 먹었다.

인도 음식이 고픈 것이 며칠 전부터이던가...

좀 민망하다.

왜?

아시다시피,

난 처음 인도에 와서 인도 음식만 보면 구역질을 해대는 아주 못된 버릇을 가지고 있었더랬다.

그런데 얼마나 지났다고... 에고 인도밥 먹고 싶어라가 되었는지.

델리로 오기전 북부지방을 돌면서 제법 인도음식을 먹었더랬다.

 

-티벳음식을 밟고 인도음식에 길들여지기-

 

인도 음식 적응에는 티벳음식이 일조한 것도 사실이다.

티벳음식은 한국음식과 인도음식의 중간쯤 되는 맛을 가지고 있다.

 

-징검다리 음식 1. 뚝바 -

 

뚝바의 생김은 중국집 우동 비슷하지만, 그 국물은 주로 양고기나 닭고기의 육수를 낸다.

뚝바를 잘하는 집은 이 국물을 냄새나지 않게 잘 우리는데 비법이 있는 듯하다.

마날리에서 하루라도 뚝바를 먹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히던 그 맛!

'베지뚝바' 바로 야채뚝바다.

그저 시원한 국물에 면과 양배추 가득일뿐인데,,, 거기다 다데기 같은 역할을 하는 청양고추피클같은 것을 넣어서 먹으면 그 맛이 환상이었다.

가격도 이야기 해야한다. 25루피!

(25루피에 대한 감을 어떻게 설명하나... 한국식당에서 미역국을 먹으려면 130루피, 제육볶음을 먹으면 150루피이다.)

멋진 가격에 멋진 맛이라.. 매일 먹었더랬다.

그리고 다데기로 넣는 칠리소스나, 인도향료가 좀은 익숙해진 것이다.

 

-징검다리 음식 2. 밀가루빈대떡 종류-

 

인도음식의 주식격은 쌀과 밀가루 빈대떡.

 

쌀로 만든 밥이야 아시다시피 폴폴 날아갈 듯한 그 밥이고,

처음 인도에서 적응한 것이 '짜파티'라는 밀가루 빈대떡부터 순서대로 등급을 메겨본다.

(아는 것만 ... 그리고 먹어 본 것만)

 

짜파티..

이것은 가장 저급?이라고 말해야하나.

그저 밀가루를 반죽해서 팬에 굽는 것이다. 젖은 헝겁같은 것으로 눌러가면서 동그랗게 붙여서 인도의 각종 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다.

 

난...

난은 여러종류다. 일단 난의 재료는 짜파티보다 더 고급한 밀가루를 사용한다. 부드럽고 쫀득쫀득하다. 그대로 짜파티처럼 소스에 찍어먹기도 하고, 갤릭난(마늘난), 버터난, 갤릭버터난.. 처럼 좀은 변형을 시키기도 한다. 짜파티보다 엄청 업그레이드버전이다.

 

로띠..

이것은 아마 난에 사용하는 정도의 밀가루를 탄도리라는 화덕에 구워서 먹는 것인데,

그저 팬에 굽는 것과 화덕에 굽는 것의 차이는 무지하게 크다. 그것을 그냥 소스에 먹기도 하고, 기름에 잠시 둘러서 더욱 부드럽게 먹기도 한다.

 

도사..

이것은 쌀가루와 밀가루를 섞어서 붙이는 것인데.. 한단계 위 자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알루파루타... 알루는 감자이고 파루타는 또한 밀가루 부침인데 밀가루 부침안에 감자 으깬 것을 넣어서 얇게 붙은 것이다. 엄청 고소하다.

 

고백하건데 혹 틀리게 입력이 된 것이 있다면 고치겠다...

 

이런 밀가루빈대떡 종류를 나날이 먹으면서 같이 나오는 소스들이 인도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소스들인 것이다.

소스의 양을 조절하면서 어느새 적응이 된 것이 분명하다.

어떤 종류의 밀떡이 나오더라도, 어떤 종류의 소스가 나오더라도 이젠 그들을 접수할 수 있다.

소스를 길들이는 일은 소스로 해결한 것이 아니라 밀떡이 소스를 적응하게 한 징검다리였던 것이다.

 

-한가지 더! 고기에 대한 변-

 

델리로 와서 한국인 식당에서 며칠을 돼지고기요리를 집중적으로 먹어줬다.

 

인도인들은 대부분이 종교문제로 인한 채식주의자에다

소고기는 종교때문에 안먹고, 돼지고기는 더럽다나 어쨌다나 그래서 안먹고,

겨우 먹는다는 것이 닭고기와 양고기인데..

닭고기는 비싸기도 하고. 탄토리라는 화덕요리로 먹어야 우리입맛에 가까운데,,,

화덕이 있는 식당을 만나는 것이 그리 만만치 않다.

그리고 양고기!

'머튼 맛살라'라고 우리 음식으로 치자면

양고기갈비찜 비슷한 것인데, 양념을 인도 특유의 맛살라 향료로 쓴다.

맛살라 향료가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덮기는 하지만, 양고기가 나의 필과는 거리가 멀어서리...

이래 저래 고기와 담을 쌓는 생활을 했던 난,

델리에 도착함과 동시에 한국 식당에서 이틀째 저녁을 삼겹살로 먹고 있었다.

자유의지가 아닌 강제의지로 생활하게 된 '베지테리안'의 생활을 접고,

삼겹살을 우겨넣은지 이틀...그들의 음식이 그리워진것이다.

나의 입맛이 간사스러운 것같아 민망하지만,

그저 자연인이라고 생각하고 입맛이 따르는데로 음식을 찾아다닌다.

 

한달간 트래이닝을 받은 나의 위는 자연스레 인도식에 익숙해진 것이다.

 

 

 

그럼 이제

오늘 점심 먹은 이야기를 좀 하기로 한다.

델리에 온 이래, 이런 저런 이유로 그리워 그리워하던 한국음식을 이틀을 먹은 뒤,

내 속에서 하는 말 "탈리 먹고 싶어!"

 

또 딴 소리를 해야한다.

 

탈리에 대하여 ....

일단 사진으로 보면 된다.

위의 사진이 탈리이다. 탈리는 한가지의 음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백반처럼 상차림의 개념이다.

짜파티나 난이나,,,,, (밀떡종류) 그리고 밥... 소스 3가지정도

혹은 소스대신에 앗차르(우리의 김치나 젓갈정도) 혹은 소스에 감자나 고추나 뭐 여러가지 야채로 반찬을 만든 것..

이렇게 설명하면 되겠다.

우리나라 백반이라면 가난한 사람은 밥에 고추장, 된장, 간장을 넣어 먹고

좀 있는 사람은 고추장 된장 간장으로 반찬을 만들어서 백반을 먹는다. 그것이다.

좋은 탈리집에 가면 반찬으로 만들어서 주고, 저급에 가면 그저 기본 소스로만 먹는다.

그리고 우리의 국대신으로 보이는 '달'

이건 콩이나 옥수수, 녹두.... 그런 것을 아주 진한 숭늉처럼, 국처럼 스프처럼 끓인 것이다.

콩이나 녹두달은 참 훌륭하다.  달도 짜파티나 밥에 비벼먹는다.

이것이 가장 일반적인 인도의 서민들이 먹는 음식이다.

보통 20루피에서 30루피정도한다.

(위의 사진이 흐리게 나와 아쉽다. 어디 뒤지면 선명한 사진이 있을텐데...)

 

그 탈리가 먹고 싶었다.

같이 움직이던 친구도 탈리가 먹고 싶단다.

탈리를 먹으러 델리의 빠하르간지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들만의 지역으로 가야 진정한 탈리집을 만날 수 있다.

맛있는 집 찾는 방법, 사실 난 그 친구를 따라 간 것이지만 탄도리라는 화덕이 있는 인도식당이라면 믿음이 간다.

 

 

탈리를 먹는다.

숟가락 하나가 나온다.

난 그건 못하겠다. 짜파티나 난은 손으로 뜯어 소스에 찍어 먹을 수 있지만,

밥을 손으로 비벼 먹는 건 아마 못 할 것 같다.

같이 다니는 친구, 인도여행 4개월차란다.

저 사진에 보이는 손의 주인이 바로 그 친구다.

용감무쌍하게 인도음식을 인도사람보다 더 인도스럽게 먹는다.

손으로 아주 맛나게 쓱쓱 비벼서 오므려서 맛나게 아니 급하게 먹는다.

사실 이 친구도 나의 인도음식 적응기의 징검다리가 되기도 한다.

저렇게 인도스럽게 먹는 앞에서,뭐랄까 소극적인 모습은 .... 안된다.

허걱거리며 먹는 사람앞에 서면 저도 모르게 허걱거리며 먹게 되는게 상책이다.

그렇게 정신없이 먹었더니 어느새 나의 입맛에 익숙해졌더란 말이다.

 

오늘 점심을 아주 맛나게 먹었다.

점심 먹은 이야기를 핑계삼아 인도음식에 대한 한 주절거림을 풀어보았다.

이름난 많은 음식을 먹지 못했지만, 그런 생각은 든다.

비싸고 멋진 인도음식에 반한 것보다는 난 '탈리'라는 서민백반에 반한 것 같다.

언제나 내키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참 다행이고 좋다.

한국에 가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엄마가 해준 밥에 반찬이듯이 언젠가 인도를 생각하면 먹고 싶은 음식이 그저 밥에 반찬.... 똑같다!

.

 

 

디저트시간!

 

그래서 또 주절거림!

 

인도의 마실거리에 대해서..(오늘 아주 날 잡았다)

 

짜이...

모두 아시다시피, 밀크티이다.

아마 영국의 영향이겠지.

우유에 설탕 많이 넣고 차를 끓여서 망에 걸러서 마시는거다. 2~5루피까지다.

인도의 거지들이 구걸을 할 때 뭐라고 말하냐고 하면

"짜이에 짜파티 먹게 돈 좀 주세요."그런다.

처음에 좀 황당했다. 거지가 차를 마시게 해달라고 구걸을 한다?

그런데 인도인들에게 짜이는 그런거다.

짜이를 마시지 않으면 하루가 시작되지 않는다.

 

라시...

이것은 그들의 종교적 영향이겠다. 사방에서 걸어다니는 소! 바로 그들의 젖을 짠다.

고기를 먹지 않는 인도인들은 우유로 단백질같은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 같다.

유산균, 치즈같은 유제품이 참 흔하다.

라시는 플레인 요플레에 설탕을 넣고 믹서로 갈아서 음료로 만든 것이다.

바나나를 넣어서 만든 바나나라시가 아주 시원하고 맛있다.

사실, 잔이 커서 이것 한 잔을 마셔도 든든하다.

오늘은 인도필을 받은 김에 디저트까지 라시로 마무리를 한 것이다.

 

오늘 점심 먹은 이야기가 길었다.

아직도 배가 부르다.

먹는 얘기, 또 할 것 같다.

델리에 오면 할 이야기가 많아지네. 할 시간이 많아지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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