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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스리나가르에서 심심해 죽을 뻔하다

by 발비(發飛) 2006. 7. 9.

 

 

 

 

스리나가르는 잠무&카쉬미르의 여름 주도이다.

파키스탄과 인도의 분쟁지역이다.

그래서 무서운 곳이지.

그 곳에 꼭 가려는 사람은 "DAL LAKE"(그래서 붙인 이름, 달 호수)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한마디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지역이라는 말이지.

 

저 아이?

누구?

스리나가르에 묵는 사람이면 누구나 하우스 보트에 묵는다.

언젠가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 '연인'이라는 영화였던가?

하우스보트에서 일어나는 썸싱?

낭만적이군!

 

다시 저 아이.

저 아이는 이 하우스보트의 보스 아들이다.

10살, 저 아이와 놀았다.

그것이 썸씽이지.

달리 썸싱이 있을리가 만무하지.

고기를 지 팔뚝보다 더 큰 물고기를 잡고, 제 키에 몇 배나 되는 보트를 운전하고,

저랑 놀고 있는 나를 마치 친구 대하듯 하는 당돌한 녀석.

그래도 참 잘 생기긴 했어.

 

그 옆에 서 있는 아저씨, 그 아이의 아버지, 곧 이 하우스보트의 보스이다.

 

이 곳에서는 하루에 두끼를 해결해주고, 식대까지 같이 받는다.

같이 온 한국 친구 3명과 더불어 하우스보트 하나를 빌려서 묵었다.

그럼 좋아야지.

이 보다 더 평화로울 수는 없다.

잔잔히 일렁이는 물결에서 오리가 놀고, 연꽃은 호수의 끝이 안보이는데까지 피어있다.

과자장사, 야채장사, 꽃장사, 옷장사, 심지어 이불장사들은 모두 배를 가게삼아 움직이고,

닭가게, 약국, 기념품가게는 모두 하우스보트에 있다.

다른 한국인의 숙소에 놀러가려면 보트를 몰고 가야한다.

 

그래서 심심해 죽을뻔 한 것이다.

같이 묵었던 한국인 친구들이 모두 다른 친구를 찾아갔다.

작은 하우스보트 안에 갇혀버린거다.

꼼짝없이.

점심은 주지 않는다.

배가 고프다.

보트 앞으로 낭만적인 광경이 펼쳐지고 있는데도 배고프고 심심하다.

 

그래서 내가 한 일.

한국 친구가 태국에서 샀다는 스틱묘기(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를 연습하는 것.

또 다른 한국친구가 갖고 온 책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는 일.

또또, 이 곳에서 벗어나 델리로 다시 가면 자이살메르로 갈건데... 그 곳의 루트를 잡는 일.

그리고 또 뭐드라...

더워 더워 더워라고 쉼없이 말한 일.

 

그러다.... 그들이 돌아왔다.

감금되었던 나를 포함한 둘은 나머지 둘이 돌아옴과 동시에 행복해졌다.

 

하나가 아니고 둘이어도 심심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그래서 생각했지.

세상에서 가장 심심한 구조는 둘이라고...

특별한 둘이 아닌 둘일 때가 가장 심심한 구조라고..

그들이 돌아오자, 다시 즐거워졌지만.... 스리나가르는 심심한 곳으로 각인된 뒤였다.

그래서 우린 다음날 이 곳을 떠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니, 어디서 그런 풍경을 다시 볼꼬 싶기도 하다.

다시 보고 싶은 풍경이다.

 

 

 

 

위의 첫번째 사진은 묵었던 하우스보트 베란다에서 본 달호수의 풍경이다.

아마 지금 보이는 곳의 100배의 크기일 것이다.

그저 베란다에 앉아 지나가는 이 곳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평화로웠다.

가끔 보트를 타고 지나가는 눈에 익은 사람에게 인사도 하면서 말이다.

시크라라고 부르는 보트를 타고 달호수로 나갔다.

물풀들 사이를 천천히 흘러가는 보트 안에서 발을 꺼내어 호수에 담궜다.

더럽다고 말린다.

더러운 것은 나중문제이고, 이 곳 물 위에 둥둥 떠서 살아가는 며칠,

그 며칠 내가 어떤 느낌의 물 위에 있었던지가 더 궁금했었다.

물을 생각보다 따뜻했고 부드러웠다.

발이 훤히 보이는 물이었다.

좀 거리를 두고 오리들이 물위를 달리는 묘기를 부리기도 했다.

지나가는 다른 시크라에 탄 사람들과 "하이"하고 인사를 나눈다.

며칠을 한 집에서 사는 친구들과 한 배를 타고 움직인다.

아마 그 배에서 더 친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공간이 좁으면 좁을수록 밀접해지는 것이 분명한 모양이다.

 

그리고 마지막 잊을 수 없는 스리나가르 달 호수의 풍경

 

 

달 호수에 비친 달이다.

'달'은 그 '달'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 달 같았다.

 

짙은 새벽, 달을 쳐다보기만 하는 것으론 너무나 부족했던 기억.

한 잔 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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