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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레~ 스리나가르 가는 길

by 발비(發飛) 2006. 7. 9.

 

 

 

날을 뿌옇다.

그 곳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을 추호도 몰랐다.

마날리에서 레로 가는 구간이

산은 산인데, 나무 한 그루없는 악몽속의 산이었다면,

레에서 스리나가르로 가는 구간은 마치 알프스의 어느 곳에서 본 듯이

아련하게만 느껴지는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아름다운 곳을 지나가고 있었지만,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은 항상 아름다운 생각을 가지지 않는다.

 

버스를 타고 움직였다.

공용버스 정류장에서 슈퍼디럭스 버스로 예매를 했다.

이 곳에서 슈퍼디럭스라 함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좀 큰 마을버스 정도이다.

마을 버스처럼 생긴 버스에 몸을 싣고 33시간을 흘러간다.

 

그들이 차를 세우면 짜이 한 잔을 마시며 허리를 펴고

그들이 세워주지 않으면 그대로 굶는다. 참아야 한다.

1박 2일간의 버스.

처음 몇 시간은 우리가 가려고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자주 섰다.

그리고 언제 떠날 것인지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운전기사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알아야 한다. 그것만이 살 길이다.

 

해는 지고, 차는 가고

그러다 좁은 협곡에서 앞 트럭이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그럼 아무도 지나갈 수 없다.

그 곳에서 한 시간이 가깝도로 누구도 불평하는 사람없이 기다린다.

그리고 캄캄한 어디에 뚝 떨어뜨린다.

바로 앞에 서 있는 호텔로 간다.

잠을 자고 새벽에 출발한단다.

호텔비?

평소에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250루피정도라면 이 곳은 더운물도 나오지 않는 주제에 350이란다.

나쁜 놈! 죽일 놈! 인도 놈!

그렇게 떠들어봤자, 돌아오는 소리... 아니 돌아오는 웃음, 능글맞음.

열 받으면 항상 열받은 사람만 손해다.

역시  참패!

이럴때 한마디.

"are you happy?"

등 쳐 먹고 사니 행복하냐.... 그렇게 해도 웃는 건 그들이다.

 

붙임: 이 놈들, 도미토리(다인실)방을 달라는 우리들에게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옆으로 4번째 방은 도미토리였고, 인도아이가 혼자서 덩그러니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또 말한다.

"그러니, are you happy하냐?"

 

 

씻지도 못했다.

먹지도 못했다.

인도에서 가장 비싼 방에서 자면서 아무 것도 못하고 단지 4시간을 잤을 따름이다.

 

새벽 4시에 버스가 출발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새벽 3시 30분, 일어나 눈꼽만 떼고 버스 앞에서 기다린다.

아무도 없다.

5시가 다 되어서야 하나 둘 씩 나타난다.

5시에 출발하기로 했단다.

말해주지 않는다.

또 열받는다. 그들이 나를 열받게 한다.

춥고 배고픈데 한 시간을 기다렸다. 니맛도 내맛도 없는 얇디 얇은 짜파티 한 조각을 씹으면서 말이다.

"나 열받았다."

소리없는 메아리가 치는 것을 들은 사람? 없단다.

 

 

 

어디로 가는 거였지?

스리나가르.

버스는 꼬졌으나, 그 길은 정말 아름다웠으니 용서한다.

이 곳이 정녕 인도란 말인가.

냄새가 풀풀나는 차안에서 아름다운 계곡과 산과 들을 본다.

마치 우리의 논을 보고 밭을 보는 듯하다.

이 곳은 군인들이 쫙 깔렸다.

파키스탄과 국경분쟁지역으로 일주일이면 몇 명씩 죽는단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주로 비행기를 이용해서 오거나, 그냥 말거나 둘 중 하나다.

 

잠시 딴 소리

 

오늘 새벽 아니군! 어제...

스리나가르에서 잠무로 가는 길에 잠시 쉰 어느 곳.

식당과 가게가 갑자기 쎳터문을 내린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긴장의 빛을 보이며..... 가게문을 닫는다.

이상한 동네인 것이 분명하다.

종교싸움이라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좀 불안하다.

그들 각자의 종교가 그들의 불안을 거둘수 있을까?

종교가 평화줄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많이 심각했다.

 

스리나가르로 가는 길이건 스리나가르에서 나가는 길이건

군인들은 거의 10미터 사이에서 총을 들고 서있다.

잠무 & 카쉬미르 주를 빠져나갈 때까지

그 곳이 산이건 강이건 평야이건 상관없이 총 든 군인들이 있었다.

누구의 땅이지?

난 몰라.

그런데 땅 싸움맞지?

그런건가?

힌두와 이슬람이라며?

그렇다던데...

그런데 웬 땅따먹기?

그러게.

 

결국은 정신적인 것은 물리적인 것으로 해결하려는 인간의 모습만 본거다.

 

그래도 그래도, 스리나가르로 가는 인도의 알프스는 너무 아름다웠다.

괜히 버스안에서 무쟈게 쎳터를 눌렀다.

나의 작은 소망이 있다면,

'저렇게 초록이 깔린 산등성이 아래서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옆에서 사는게 소원이야.'

그 곳은 내가 꿈꾸는 곳같았다.

초록이 먹을 거리를 해결해주고,

맑은 물이 마실거리를 해결해주는 곳.

그 아름다운 곳 옆으로 총을 든 군인들이 쫙!!!!!!!!!!!!!!!!!!!

바보들.

레에서 스리나가르로 가는 내내 참 행복했으며,

행복함만으로는 채울수 없는 아쉬움도 함께 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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