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에서 살며시 살아간 시간이 일주일....
해는 뜨거우나 바람은 찬 곳이었다.
그 곳은 인도였으나, 인도라기보다는 티벳 혹은 네팔필이 강력했던,
이스라엘 점령군으로 가득한 인도 전역의 다른 여행지와는 달리,
'레'는 여러나라의 사람들이 참으로 다양했으며,
그리고 연령층도 다양했던 곳이라 더욱 멋진 곳으로 기억된다.
잠시 딴 소리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연령층이 온 것은
아마 델리에서 비행기로 '레'까지 가면 1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은 거리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15만원정도의 돈이면
이틀에 걸친 그 고통스런 랠리를 하지 않아도 그 곳을 맛볼 수 있으니,
달러를 쓰는 나라 사람들이라면 오케이할 수 있는 곳이리라.
그런데 잠시 또 딴 소리
다양한 연령층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방금 전에 이야기 했던 이스라엘점령군?
이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이스라엘 사람이면 군대를 간다는 데 전제한다.
그리고 군을 제대한 그것도 주머니가 두둑한 젊은이들은
그들만의 자유로의 발산을 위해 길을 떠나고 그 곳들 중 가장 만만한 것이 인도라고 한다.
인도전역엔 쌀가마니같은 배낭을 지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있으니
그들이 이스라엘점령군들이다.
내가 본 이스라엘점령군에 대한 이야기는 담에 꼭 하고 싶다.
그들은 내게 참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였으며,
또한 강력히 이해가 되는 캐릭터였기도 하다.
그 경계를 구분하고 싶다.
'레' 그 곳은 사람들이 고산병때문에 가기를 두려워한다.
난 모처럼 내가 여행지에 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젊음만 가득한 여행지이기보다는 다양성과 그 속의 어울림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히피들이 냄새를 팍팍 풍기며 거리를 활보하고,
가족인 듯이 보이는 중년과 아이들이 느리게 거리를 걷고,
레스토랑에서는 각 나라의 음식이 고르게 준비되어 있었다.
광장안에 있는 포장 레스토랑에서는 나도 그들도 다같이 여유를 부린다.
내가 살던 곳처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음식을 먹으며,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눈길이 멈춰지는 곳이 많은 것, 그것이 어쩌면 길을 떠나는 목적이 아니었을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이며 그들의 삶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
내가 살고 있는 것 같지 않게 생긴 땅에서 보는 낯선 풍경의 사람들이다.
그들이 살고 있는 모습은 내가 살고 있는 지금과는 다른 것 같았다.
결국은 같은 자리인데도 말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비슷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고산은 딱이다.
내가 움직이던 진동폭 그대로 움직일 수 없는 곳이니, 이미 나를 잃어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저절로 갖추게 된 셈이다.
그것은 고산이라는 특수성때문이다.
남들은 고산이라서 피한다는데.. 난 고산이라서 좋았다.
나를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아주 짧게 느껴진 시간들, 천천히 움직인 시간때문에 한 것이 별로 없었던... 아주 긴 움직임의 시간이다.
그래서 내게 '레'는 매력있는 곳 중의 하나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난 '레'에서 머물렀고
발가락이 쩍쩍 갈라지는 그 곳을 걸어다녔고, 나를 힘들게 하는 그 곳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느린 걸음으로 걸었을 뿐이었다.
인도에서
'바라나시'처럼 강하게 내게 남은'레'라는 곳.
그 곳은 인도같지 않았지만, 내게 인도를 생각나게 하는 곳임은 틀림이 없다.
틱세곰파에서 만난 어린 라마승의 사시눈동자의 열 두세살밖에 되지 않은 스님과의 짧은 만남.
그 스님보다 더 어린 그 곳 아이들과의 마스크게임.
그들은 척박했고, 꾀죄죄했다.
난 그들의 손을 잡고 한참을 놀았다. 즐거웠다. 그것도 많이......
아이들의 웃는 소리가 지금도 들린다.
그게 뭐냐고?
여행자의 사치다.
더럽고 꾀죄죄한 것들에게 하얀 손을 내밀었다고... 그게 뭐냐고?
다시 말한다. 여행자의 사치이다.
버스가 오자 손을 흔들어 "바이"라고 말하며 주저없이 차에 올라버리는 여행자다.
아니 이렇게도 말한다.
그 곳에서 만난 아이나 어른들이 그 보다는 더 건조할 수 없는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난 그들에게 찡한 손을 내밀었다고... 그저 그것뿐이라고 나 자신에게 말한다.
그 아이들의 검은 손이 찡했다고.... 그건 그냥 내 가슴에 그렇게 전달되었을 뿐이다.
너무 마른 땅이었다.
지금 저 위의 사진처럼
물받을 시간이 아직 한참 남았음에도 모두 물을 기다리는 '레'에서 사는 인도인들,
그 길을 따라 쭉 5분만 가면 만나는 레스토랑위의 이방인들.
그 둘이 모두 나에게 선명하다.
.
.
.
.
그런데 말이다.
그 마른 땅 사이로는 히말라야 설산에서 흘러내려오는 차갑고 맑은 물이 따르게 흐르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그렇게 틈이 주어지는 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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