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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Reh로 출발합니다

by 발비(發飛) 2006. 6. 28.

인도의 뜨거운 감자지역이라고 생각되는 '레'로 오늘 새벽 2시에 출발합니다.

그 곳으로 가는 버스도 있지만, 상태가 너무 열악하고, 1박2일로 가는 것이라..

며칠을 기다려 레로 향하는 사람을 모아 짚을 렌트해서 떠납니다.

모두 7사람이 22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야 '레'라는 곳으로 갈 수 있답니다.

한사람의 운전기사가 22시간 이상을 운전함으로 옆에서 그의 잠을 깨우는 도우미가 필요하다는 군요.

번갈라가며 불침범을 서가면서 이동을 하는 길입니다.

기차와 버스에 이어 짚으로 이동하는 인도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레는 해발 3500미터가 넘는 곳이라 이 곳 마날리에서 출발하여 몇 시간이 지나면 호흡이 가빠온다는군요.

그저 숨을 좀 나누어쉬고 해발에 몸이 적응할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잘 쉬면 하루 이틀이면 괜찮아진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움직이지 말고

아주 낮은 호흡으로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려 생각 중입니다.

리쉬케쉬부터 맥그로간지, 마날리에 이르는 휴양지 투어는 저에게 충분한 휴식의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곳을 떠난다는 것이 왠지 싫고, 어느 곳보다 아쉬움이 많습니다.

 

어제는 여행을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너가 있는 지금 이 곳은 한국에 있는 혹은 그 자리에 있는 어떤 이의 꿈이기도 하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제가 있는 지금 이 곳이 그동안 제가 얼마나 꿈을 꾸었던 곳인가 잠시 잊어버렸습니다.

그저 처음부터 여행을 한 듯이 푹 젖어 지금 내 눈에 펼쳐진 것들.

이 곳 인터넷방, 나의 자리 옆에 앉아서 컴을 두드리고 있는 이스라엘친구들.

이 길 앞에 주루룩 앉아있는 각 나라의 여행객들의 다양한 얼굴과 표정들

코브라를 앞에 두고 피리를 불고 있는 인도의 사두들

네팔에서 이 곳으로 건너와 재봉틀을 앞에 두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네팔인들,

 

그들이 지금은 내게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렸지만, 내가 읽은 책이나 화면 속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기를 꿈에서도 소원했음을 잊었더랬습니다.

어제 그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레로 떠날 준비를 하는 시간,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마날리에서 충분히 아주 푹 쉬었다. 쉰다는 것, 그

것이 나 자신을 얽메고 있었던 사슬들에게서 놓여난 것임을....

어느새 사슬이 내 몸에서 풀어진 것임을 새삼스레 느낍니다.

풀어진 사슬이 다시 내 몸을 감지 않도록,

그런 것에 덜미를 잡히지 않도록,

여행이 끝나면 살피며 다시 시작하면 됨을 새로운 길을 떠나는 지금 그렇게 최면을 겁니다.

 

사실 다시 전투자세 돌입이거든요.

'레'라는 곳은 인간의 생존조건인 호흡부터 다시 연습하는 곳이니까요.

호흡을 어떻게 가다듬어야 하는 건지, 제 몸을 아주 잘 살펴볼 생각입니다.

사슬이 풀어진 듯, 가벼운 몸입니다.

새로운 자전거나 차나 스피커나 구입을 했을 때 우리는 길을 들인다고 합니다.

딱 그런 맘으로 길을 들이러 떠나는 맘입니다.

 

하루 이틀 고산에 적응해야 함으로 아마 일주일정도는 머무를 듯 합니다.

올라갈수록 인터넷의 속도나 가격의 압박은 2배, 3배 수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좋은 나라입니다.ㅋㅋ

 

낼 새벽 짚을 잘 타고 ... 아니 잘 견디고 레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추신: 너무나 개인적인...^^;

        너른나무님!

        nomedia@gmail.com로 메일보냈습니다. 확인해주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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