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만지는 것을 좋아한다.
책을 읽는 것보다는 만지는 것을 더 좋아한다면 말이 안될지는 모르지만,
나의 경우는 손끝으로 전해오는 질감의 차이를 즐기기를 좋아한다.
종이의 결이나 무게, 그리고 두께에 따라 글 자체도 다른 감성으로 다가온다.
출판사에 근무할 적에도 종이샘플북 만지기를 좋아했었는데...
책들을 보면서 종이이름 맞추기도 해보고
그래서 괜히 지업사에 전화해서 무슨 종이 무슨 종이 물어보고....
갑자기 종이가 그리워졌다.
그래서 며칠전에는 책들을 꺼내 종이들을 만져보았었다.
무슨 종이일까?
몇 그램짜리의 종이일까?
종이의 무늬로 봐서 어떤 회사의 것일까? 책을 봐서 알 수 없었다.
며칠 전 한 인쇄용지 대리점에 전화를 해서 인쇄용지 샘플북을 신청했다.
오늘 택배로 도착했다.
색깔, 평량, 무늬 모두 다양하다.
그것에 따라 달리 불리는 이름들.
손끝으로 전해지는 종이의 질감이 예민하게 다가온다.
책장을 넘기는 맛은 종이의 질감에 따라 그 맛이 다르다.
주로 표지에 사용되는 특수지들은 책을 처음 만날 때 대면하는 첫인상 같은 것이라면
그 책과 오래 사귈 수 있는지의 인간성에 해당하는 것이 본문지이다.
그래서 오늘 아쉬운 것이 있다면,
본문지로 사용하는 샘플북은 제작되지 않는다고 한다.
곧 충무로에 직접가서 본문지로 주로 쓰이는 종이들의 샘플을 가져 올 생각이다.
얼마 전까지 본문지의 종류가 얼마되지 않았지만,
요즈음은 참 다양한 본문지들이 나오는 듯 싶다.
그 가벼움 혹은 묵직함
얇은 혹은 두꺼움
한 페이지를 읽으며 대기하는 동안 내 손끝이 머무는 곳...
책을 만드는 일이란
눈과 머리가 움직이는 책의 내용이나 활자도 중요하지만,
눈과 머리만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손끝으로도 책을 읽을 수도 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어떤 천의 옷을 입고 있는지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어쨌든 간만에 반가운 선물을 받은 듯 기분이 좀 좋아졌다.
오늘밤은 샘플북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종이마다에 어울리는 이야기들은 어떤 것일까 궁리하면서 시간을 보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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