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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추천

by 발비(發飛) 2006. 4. 6.

꿈보다 해몽이라 했다.

블로그를 순례하다가 어느 블로그에서 이렇게 단순한 선 몇 개를 그려놓고 나처럼 주절거렸다.

당장 나도 따라 해야지하면서 포토샵에서 그려 보았다.

이상한 꿈꾸고 해몽을 잘 해야지.

 

 

 

'추천'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1.(秋天)

 [명사] 가을 하늘. 추공(秋空).

 

개미와 나뭇잎

 

가을이다.

개미가 바위 위에서 오르락 내리락  놀기에 바쁘다.

미끌, 계곡으로 빠졌다.

계곡에 빠진 개미는 소리친다.

나뭇잎 한 장 바람에 떨어진다.

개미 나뭇잎 배를 타고 계곡 아래로 흘러내려간다.

마른 가을 낙엽은 계곡을 타고 잘도 내려간다.

개미는 처음 본 세상을 만난다.

잘 흘러가던 나뭇잎, 계곡가 모래에 다다르자 더는 가지 못하고 멈추었다.

개미 나뭇잎에서 내려 계곡 모래를 걷는다.

낙타처럼 걷는다.

사막을 건너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가을이라 나뭇잎은 낙엽을 내려 놓았고

가을이라 바람은 불어주었고

가을이라 물이 계곡물은 깊지 않았다.

개미는 우연히 다른 세상을 만났다.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늘과 땅 사이에 살고 있는 나에게 우연히 생긴 일은 있을 수 없다.

하늘과 땅 사이에 든든히 이어진 기류는 나를 나로 만들고 있는 신의 손같은 것이다.

난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내가 아니라 나의 삶이 만들어지고 있다.

 

추천... 가을 하늘은 나뭇잎을 땅으로 보내주었다. 난 가을하늘이 보내 준 배를 탔다.

 

2.(追薦)

 [명사][하다형 타동사] 불교에서,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비는 일.

 

비내리는 날 치뤄지는 다비식에는 하얀 연기가 인다.

스님의 다비식인데, 하얀 연기는 완전 연소를 어렵게 한다.

비내리는 날, 다비장 불가를 싸고 있던 신도들은 소리친다.

 

"스님 불들어가요. 어서 나오십시요."

 

하얀 연기가 날리는 다비식에서 신도들이 나오라고 소리친다.

뜨거우니 나오라는 말인지, 다시 돌아오라는 말인지.

 

난, 그 옆에서 소리친다. "스님 불들어가요. 어서 나오십시요."

 

내게 오라는 것이 아니라, 뜨거우니 피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왕 벗을 몸이거들랑 얼른 벗고 수레바퀴에서 놓여나시라고 소리친다.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빈다는 것은 그가 복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가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흔적도 없이 세상에서 소멸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비오는 다비장에서 하얀 연기를 올리면서도 끝까지 태우는 것은 영원히 사라지게 하는 것이고,

나는 그것을 명복이라 한다.

 

3.(推薦)

 [명사][하다형 타동사][되다형 자동사]
 -거나 알맞다고 생각되는 물건을 남에게 권함. 맞은 사람을 천거함.

 

추천의 네가지 버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말이다.

날 좀 추천해 주우~~~

 

君子不器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님의 말씀이다.

추천을 거부하는 사람은 그릇이 이미 만들어진 사람일 것이다.

군자는 그릇이 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은 그릇의 틀을 말하는 것이다.

이미 틀이 만들어진 그릇은 그 쓰임이 한정될 수 밖에 없다,

공자님의 시절에 절실했던 말일 것이다. 전국시대에 어디서든 먹고 살아야할 공자님이셨기에

이나라에도 저나라에도 어떤 나라에도 적당한 쓰임이 있어야 했을 것이다.

어느 곳에서도 그 쓰임이 있는 사람,

그릇으로서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되어야 추천을 받을 수도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논어에 나오는 말 중에 가장 좋아하는 말이지만, 난 이것이 가장 딸린다.

그릇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면, 어느 곳에서나 나의 용도가 있는 인간이면 얼마나 보람찰까?

 

내가 긁적인 저 그림의 보라색 굵은 선,

그것을 하늘이 내려준 나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좀 굵은 저 선안에는 광케이블처럼 수많은 선들이 오고 간다고 생각하자.

하늘이 내게 어떤 능력을 내려주고, 난 그 능력에 발을 딛고 사는 땅과 화학작용을 해서 다시 좀 더 강한 전류를 하늘로 올려보낸다.

오고 가는 전류들이 활발히 움직이면 움직일 수록 저 보라선은 윤이 나로 반짝일 것이다.

누구나 나를 추천하게 될 것이다.

하늘조차 하늘에게 나를 추천하게 될런지 모른다.

내가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꿈 속에서 헤맸다.

그런 사람이 된다는 것, 생각만해도 행복하다. 난 고등학생이 아닌데 아직 이런 꿈을 꾼다.

누군가에게 추천받기위해서..

 

4.(韆)

 [명사] 그네

 

춘향전 중에서도 추천이 나온다. 추천- 그네를 한자로 추천이라 한다.

이도령과 춘향의 첫만남,

춘향이의 그네 타는 모습을 본 이도령이 인간이 아니라며 한마디로 필이 팍꽂히는 순간이다.

유치찬란했던 그 장면이 천천히 다시 읽어보니, 엄청 부러운 장면이었군.

유치하고 싶을 때 그네를 타는데....

그네를 타는 장면은 항상 유치한데...

나 지금 그네를 타고 있으면, 누군가 옆의 그네에 와서 앉아 한참을 이야기하고 갈 듯 싶기도 하다.

그네를 타는 사람은 좀 착해보인다.

맞어. 드라마에서도 그네를 타는 장면에 나오는 사람은 다 착했던 것 같다.

그네 옆을 지날때마다 봐야겠다.

혹 착한 사람 만날지도...

 

이때는 3월이라 일렀으되 5월 단오일이었다. 天中之佳節(천중지가절)이라. 이때 月梅(월매) 딸 춘향(春享)이도 또한 시서음률(音律詩書) 이 능통하니 天中節 (천중절)을 모를쏘냐. 韆( 추천)을 하랴 하고 향단(香丹)이 앞세우고 내려올 때 난초같이 고운 머리 두 귀를 눌러 곱게 땋아 金鳳釵(금봉채)를 整齊(정제)하고 羅裙 (나군)을 두른 허리 未央(미앙)의 가는 버들 힘이 없이 듸운 듯, 아름답고 고운 태도 아장거려 흐늘거려, 가만가만 나올 적에 長林(장림)속으로 들어가니 綠陰芳草 (녹음 방초) 우거져 금잔디 좌르륵 깔린 곳에 황금 같은 꾀꼬리는 雙去 雙來(쌍거 쌍래) 날아들 때 무성한 버들 百尺丈高(백척장고) 높이 매고 추천을 하려 할 때 水禾有紋(수화유문) 초록 장옷 藍紡紗(남방사) 홑단 치마 훨훨 벗어 걸어 두고, 紫朱 影 (자주 영초) 繡唐鞋(수당혜)를 썩썩 벗어 던져 두고, 白紡絲(백방사) 진솔 속곳 턱 밑에 훨씬 추고 軟熟麻(연숙마) 추천줄을 纖纖玉手(섬섬옥수) 넌짓 들어 兩手(양수)에 갈라 잡고, 白綾(백릉)버선 두 발길로 섭적 올라 발 구를 때, 細柳(세류) 같은 고운 몸을 단정히 노니는데 뒷 단장 옥비녀 銀竹節(은죽절)과 앞치레 볼작시면 蜜花 粧刀(밀화 장도) 玉粧刀 (옥장도)며 光月紗(광월사) 겹저고리 제 색 고름에 태가 난다. "항단아 밀어라." 한 번 굴러 힘을 주며 두 번 굴러 힘을 주니 발 밑에 가는 티끌 바람 좇아 펄펄 앞뒤 점점 멀어가니 머 리 위에나뭇잎은 몸을 따라 흐늘흐늘 오고 갈 때, 살펴보니 녹음 속에 紅裳(홍상) 자락이 바람결에 내비치니 九萬長天(구만장천) 白雲間(백운간)에 번갯불이 쐬이는 듯, 瞻之在前忽然後(첨지재전홀연후)라, 앞에 얼른하는 양은 가비야운 저 제비가 桃花一點(도화일점) 떨어질 때 차려 하고 쫓이는 듯, 뒤로 번듯하는 양은 狂風(광풍)에 놀란 호접 짝을 잃고 가다가 돌치는 듯, 巫山巫女(무산무녀) 구름 타고 陽臺相(양대상)에 내리는 듯, 나뭇잎도 물어보고 꽃도 질끈 꺾어 머리에다 실근실근, "이애 향단아 , 그네 바람이 독하기로 정신이 어찔한다. 그넷 줄을 붙들어라." 붙들려고 무수히 진퇴하며 한창 이리 노닐 적에 시냇가 盤石上(반석상)에 옥비녀 떨어져 쟁쟁하고, "비녀 비녀" 하는 소리 珊瑚釵(산호채)를 들어 玉盤(옥반)을 깨치는 듯, 그 태도 그 형용은 세상 인물 아니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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