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모습
안도현
나무는 나무하고 서로 마주보지
않으며
등 돌리고 밤새 우는 법도 없다
나무는 사랑하면 그냥,
옆모습만 보여준다
옆모습이란 말, 얼마나
좋아
옆모습, 옆모습, 자꾸 말하다보면
옆구리가 시큰거리잖아
앞모습과 뒷모습이
그렇게 반반씩
들어앉아 있는
거
당신하고
나하고는
옆모습을 단 하루라도
오랫동안 바라보자
사나흘이라도 바라보자
시선을 받고 받고 싶다.
누군가가 나의 옆 모습을 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마주 앉아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옆에 앉아 나의 앞과 뒤를 봐 주었으면 좋겠다. 아니 행복하겠다.
참 웃기는 이야기지만,
나의 일생일대의 소원이 뭐냐고 하면,
(얼굴이 빨개져야 한다. 나도 양심이 있다면 말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누군가가 나의 잠자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야무진 꿈일까
아니면 소박한 꿈일까
안도현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내가 받고 싶은 시선과 주고 싶은 시선을 생각했다.
뭐 그리 큰 일이라고...
하지만, 그 보다 큰 일이 있을까/
눈을 마주 않는 사람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
그 옆자리를 지켜준다는 것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가끔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내리막길에 이미 구르기 시작한 조약돌처럼 멈추지 않은 채 그냥 굴러가고 있지만.
살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살아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산다는 것은 돈을 버는 것, 혹은 먹는 것, 가지는 것,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그래 그렇게 되어야 하지만, 그렇더라도 한 순간의 행복의 질로 따진다면...
난 내가 잠에서 깨어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잠이 드는 것을
일생일대의 소원으로 치겠다.
이리도 소박할 수가....
아무래도 정에 굶주리지 않고서야... 이리 소박할 수가.
이 말을 하려니 더욱 불쌍하지만서도,
굳이 그가 아니어도 좋다. (많이 양보했다.)
굳이 그가 아니더라도 그녀더라도 그 녀석이라도.. 그 누구라도 좋다.
나의 옆자리를 앉아 나를 바라보고
내가 손을 뻗쳐 그 누군가의 뭉친 어깨를 풀어줄 수 있는 보람이 있으면 그것으로 족한데....
나의 이 일생일대의 소원은
어디에 살던 상관이 없는데도 어렵단 말이지.
일생일대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서울의 어느 고층 아파트가 아니다.
그저 지리산 자락 함석지붕 아래여도 좋고,
서해안 어느 갯벌가 소금창고를 개조한 집이라도 좋고..
시선을 주고 받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친구가 문득 생각난다.
지는 옆에 항상 누군가와 함께 하면서
내가 "외로워 외로워! 나 외로워!"하고 소리치면... 꼭 그런다.
"참어! 기다려!"
"쳇! 기다리라면 기다려야지. 때가 아니면 기다려야지."( 궁시렁 궁시렁,,, 정말 미워)
당신하고
나하고는
옆모습을 단 하루라도
오랫동안
바라보자
사나흘이라도 바라보자
죽기 사나흘전에만 이루어지면 일생일대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렇게 웃어야 덜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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