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옆에 있는 작은 섬 접도 남망산에서 사는 진달래 이야기
나비가 번데기에서 나오며
젖은 날개를 천천히 펴듯, 발발 떨면서 날개에 힘을 넣듯
꽃잎 하나가 천천히 펴지고 있다.
한 잎만 미리 나온 진달래꽃 봉오리
세상을 들인다는 것은 세상에 사는 누구에게나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내 힘으로 나의 문을 연다
세상이 내 몸 속으로 들어앉으려 한다
세상을 사랑해야 하는 업을 타고 난 ... 몸의 문을 열어 그를 들였다.
들이는 것
입가에 웃음을 머금으면서도 아주 천천히......
들어오는 세상도, 세상을 들이기로 한 나도 수줍기는 마찬가지이다.
맘껏 반가울수만은 없지.
알면서 빠지는 세상과의 지옥같은 사랑의 시작이다.
얇디 얇은 맘자락
세상을 향해 펴놓으니, 어른 어른 내 속내가 이내 들킨다.
긁히기만 하면 찢길 듯 얇은 ......나
저항조차할 수 없는
소리조차 지를 수 없는 얇디 얇은 나 진달래.
때로 세상이 데리고 온 바람에 덜덜 떨기도 하며 세상과 동거는 전쟁이다.
찢기지 않고 싶다.
진달래가 기대어 선, 세상을 먼저 만났으나 지금은 잘려진 나무 밑둥,
나이테 줄줄이 길길이 선명하다.
바라보는 진달래의 눈에 한 방울 눈물이 괸다.
생명을 가진 것이 주인이 아니다.
생명이 없는, 생명을 가지지 못하는
혹은,순환하지 않는, 순환하지 못하는 그것이 세상의 주인일 것이니.
잠시 스쳐가는 세상에 사는 세상의 생명
그 속의 나, 얇은 사 진달래.
나, 여기
너, 거기
엄마, 저기... 아버지, 저기. 미래 저어기... 상희 저어기... 누구는 다시 여기... 누구...
너 나 우리 다같이 여기 모였다.
다투어 피어 뽐내었다.
다르다. 다르다 우겨봐도 한 송이 진달래꽃
한 그루 진달래 나무
작은 산자락에 뿌리내리고 있는 ...
나 3월에 핀 진달래 한 송이.
자리한 곳이 가파른 절벽이었었군.
한 송이 진달래, 나
난 얇은 분홍비단 하늘거리며 피어난....잎 먼저 피어난 앙칼진 진달래.
나만 보면 나 그래.
내 발밑을 본다.
어디에 뿌리박고 있나?
나무에서 나와 내 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본다.
어디에 살고 있나?
가파른 바위절벽 사이에 먼지가 끼어 흙이 된,,,, 그 곳에 뿌리 내려 피어난 진달래.
나는 피었고 바람은 분다.
나는 가파른 절벽 바위틈에 피어난 진달래.
위험한 동거의 끝을 알면서도 불장난이 시작된다.
온 산의 불장난이 시작되었다.
절벽끝에 서서 깍지발을 하고 섰다. 나! 진달래.
'見聞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도 옆 접도 기행 (0) | 2006.04.04 |
---|---|
진도 남망산 야생화 (0) | 2006.04.04 |
머문자리 주인이야기 (0) | 2006.03.11 |
본다는 것의 의미...지리산 (0) | 2006.02.22 |
계방산 (0) | 2006.02.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