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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남쪽 진달래꽃

by 발비(發飛) 2006. 4. 3.

진도 옆에 있는 작은 섬 접도 남망산에서 사는 진달래 이야기

 

 

나비가 번데기에서 나오며

젖은 날개를 천천히 펴듯, 발발 떨면서 날개에 힘을 넣듯

꽃잎 하나가 천천히 펴지고 있다.

한 잎만 미리 나온 진달래꽃 봉오리

 

 

세상을 들인다는 것은 세상에 사는 누구에게나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내 힘으로 나의 문을 연다

세상이 내 몸 속으로 들어앉으려 한다

세상을 사랑해야 하는 업을 타고 난 ... 몸의 문을 열어 그를 들였다.

 

 

 

 

들이는 것

입가에 웃음을 머금으면서도 아주 천천히......

들어오는 세상도, 세상을 들이기로 한 나도 수줍기는 마찬가지이다.

맘껏 반가울수만은 없지.

알면서 빠지는 세상과의 지옥같은 사랑의 시작이다.

 

 

얇디 얇은 맘자락

세상을 향해 펴놓으니, 어른 어른 내 속내가 이내 들킨다.

긁히기만 하면 찢길 듯 얇은 ......나

저항조차할 수 없는

소리조차 지를 수 없는 얇디 얇은 나 진달래.

때로 세상이 데리고 온 바람에 덜덜 떨기도 하며 세상과 동거는 전쟁이다.

찢기지 않고 싶다.

 

 

진달래가 기대어 선, 세상을 먼저 만났으나 지금은 잘려진 나무 밑둥, 

나이테 줄줄이 길길이 선명하다.

바라보는 진달래의 눈에 한 방울 눈물이 괸다.

생명을 가진 것이 주인이 아니다.

생명이 없는, 생명을 가지지 못하는

혹은,순환하지 않는, 순환하지 못하는 그것이 세상의 주인일 것이니.

잠시 스쳐가는 세상에 사는 세상의 생명

그 속의 나, 얇은 사 진달래.

 

 

나, 여기

너, 거기

엄마, 저기... 아버지, 저기. 미래 저어기... 상희 저어기... 누구는 다시 여기... 누구...

너 나 우리 다같이 여기 모였다.

다투어 피어 뽐내었다.

다르다. 다르다 우겨봐도 한 송이 진달래꽃

한 그루 진달래 나무

작은 산자락에 뿌리내리고 있는 ...

나 3월에 핀 진달래 한 송이.

 

자리한 곳이 가파른 절벽이었었군.

한 송이 진달래, 나

난 얇은 분홍비단 하늘거리며 피어난....잎 먼저 피어난 앙칼진 진달래.

나만 보면 나 그래.

내 발밑을 본다.

어디에 뿌리박고 있나?

나무에서 나와 내 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본다.

어디에 살고 있나?

가파른 바위절벽 사이에 먼지가 끼어 흙이 된,,,, 그 곳에 뿌리 내려 피어난 진달래.

나는 피었고 바람은 분다.

나는 가파른 절벽 바위틈에 피어난 진달래.

 

위험한 동거의 끝을 알면서도 불장난이 시작된다.

온 산의 불장난이 시작되었다.

절벽끝에 서서 깍지발을 하고 섰다. 나!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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