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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설 귀향2..큰집

by 발비(發飛) 2006. 1. 28.

 

 

현재.. 성주. 가야산 자락

큰 집입니다.

오늘 아침 부모님들과 사촌오빠와 큰 집으로 이동, 내일 아침 설제사를 지낼 것입니다.

 

    

 

큰 집 식구들입니다

큰 집 사촌 오빠의 결혼 사진과 큰 엄마 그리고 조카의 사진입니다.

오래 전 사진이 액자에 걸려 있었습니다.

'그때를 아십니까' 버전의 사진들이 볼 때마다 웃음이 납니다.

 

이 분들의 현재를 소개드립니다.

 

 

오빠는 대구에서 교편생활을 하셨습니다.

생물과목 담당... 퇴직후 결단을 내리셨습니다.

대구 아파트 생활을 접으시고 성주 가야산 자락으로 내려오셔서

전원주택생활을 즐기시는 중입니다.

앞이 툭 트였습니다.

 

 

나무를 심으시고, 돌담을 쌓으셨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반대와 염려 속에서 이제 집이 점점 틀이 잡혀가고 있습니다.

집 벽으로는 담쟁이와 아이비가 세월만큼 싸안고 있네요.

여름이면 아마 모두가 초록이 되겠지요.

겨울, 마른 백리향과 로즈마리의 향이 바람이 불 때면 코 끝에서 산들거립니다.

겨울의 한 가운데서 나는 향긋함이 참 생소합니다.

서울 냄새,

가야산 냄새,

참 다른 냄새가 코를 벌름거리게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공간이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집의 뒷편으로 담을 대신하고 있는 대나무.. 겨울에도 여전히 초록인 대나무 잎들이

바람에 사각사각 소리를 쉬지 않고 내고 있습니다.

제가 손으로 한 번 건들기라도 하면, 박자가 탁 깨어지면서 강한 액센트,...

바스락.

사각

사각.

대나무 잎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입니다.

 

 

사과나무 입니다.

30년쯤 된 나무라고 합니다.

사과나무는 아무 것도 달지 않고 있습니다. 꽃도, 잎도, 사과도,

그저 맨 몸 가지만 있는데도 어느때 사과를 꽃을 잎을 매달고 있을 때처럼 축 쳐져 있습니다.

아마 생산을 많이 한 어느 할머니의 허리같습니다.

오래 오래 아이들을 업어 키워 구부러진 할머니의 허리..

이제 다시는 펴지 못할 허리를 하고 있습니다.

 

   

 

큰 집 마당에 아버지가 서성거리십니다.

아버지는 이 곳을 맘에 들어하시지 않으십니다.

이 곳에서 뚝 떨어져서 혼자 살고 있는 조카가 신경 쓰이시는가 봅니다.

잘 꾸며 놓은 정원과 집을 보면서 감탄하시면서도,

매 번 오실때마다 점점 진화하는 집을 보면서 오빠의 고생스러웠음이 같이 생각나시나 봅니다.

확실히 저와는 다른 입장입니다.

전 그저 이런 공기와 집이 좋은데.. 가끔 오면 참 좋은데...

 

 

모든 것들이 조합된 아궁이,

아궁이를 만들기 위해서 세상에 온 물건들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리 저리 굴러다니다가, 제 쓰임을 가지지 못하다가,

이 곳 가야산 자락의 아궁이라는 쓰임으로 정착했습니다.

그 아궁이 안에는 종이들과 낙엽 부스러기들이 태워질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킴이 입니다.

이 곳 민가와 뚝 떨어진 곳에서 사는데는 지킴이가 필요합니다.

진돗개, 순수혈통이 아니라는데,, 그게 무슨 상관입니다.

주인의 친척들을 알아보고 짖지 않는 지킴이, 진정한 주인의 심복입니다.

 

오늘은 이동하느라 시간을 종일 보냈습니다.

안동에서 출발해서 대구에 계신 큰어머니를 모시고, 성주로 왔습니다.

 

지금은 큰 집.

 

정신없이 두드리고 나갑니다.

멀리 있는 한 가족을 위한 2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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