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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聞錄

대학로 나무하늘 끝

by 발비(發飛) 2006. 1. 12.

 

 

 

 

 

 

 

 

어제는 "세상 끝의 풍경"이라는 책을 샀었다.

 

영어로 'Edge'라고 적혀있다.

 

난 그 단어에 눈이 갔고, Edge는 오늘 대학로의 하늘을 보면서 다시 떠올랐다.

Edge.

 

탁구에 Edge가 있다.

그건 행운같은 거다.

상대방이 Edge가 나도, 그것에는 깨끗이 승복하게 된다.

안타까움 같은 것보다는 "그래 Edge다." 받아들이게 된다.

Edge는 사각의 끝이다.

겨우 턱걸이를 해서 세상에 in이 된 순간이 지나면 세상에 in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배려이다.

더는 어쩌지 못하는 끝.

 

난, 대학로 나무들에게서 Edge를 보았다.

그들의 Edge는 하늘과 맞닿아 있는 가지 끝이다.

하늘들이 가지끝에 매달려있고

가지가 하늘을 붙잡고 있고

순간일 그 시간을 마주 붙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겨울나뭇가지들.

이제 다시 봄이면 Edge는 다시 시작점이겠지만, 아직은 겨울이다.

나무의 Edge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걸었다.

세상. 나무와 함께 가는 세상. 그 아래를 걷고 있는 내가 사는 세상

하늘에서 수많은 Edge들이 별이 되어 떨어진다.

 

끝.끝.끝.끝.끝.끝.끝.끝.끝.끝.

끝.끝.끝.끝.끝.끝.

 

EdgeEdgeEdgeEdgeEdgeEdgeEdgeEdge

 

세상의 끝들이 하늘과 닿아있었다.

그래! Edge다

기분좋게 나무들에게 한 점씩을 준다.

 

겨울 나무 가지에 Edge들이 매달려있다.

끝들이 매달려있다.

세상의 끝이 매달려있었다.

 

난 그저 대학로 나무들이 얼기설기 얽혀진 하늘아래를 걷고 있었고

하늘은 나무들때문에 좀은 가까운 듯한 느낌을 받았다.

 

끝을 가진그들에게 봄이 올 것이다.

하늘이 봄을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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