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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한용운] 사랑

by 발비(發飛) 2006. 1. 2.

사랑

 

한용운


봄 물 보다 깊으리라.

가을 산 보다 높으리라.

달 보다 빛나리라.

돌 보다 굳으리라.

사랑을 묻는 이 있거든

이대로만 말하리라.

 

 

올해 처음으로 올리는 시를 어떤 시로 올릴까 고민이 되었다.

다른 때같으면, 이리저리 뒤적이다 정말 필이 꽂히는 시로 그냥 올렸는데...

아침 출근길 내내 출근해서 난 나의 첫번째 시를 뭐로 하지..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 한용운님의 '사랑'이라는 시를 고등학교때 보고, 기뻤다.

너무 짧다. 외우기 정말 좋다. 나도 시 한 편을 욀 수 있겠구나.. 오직 그 생각만으로...

지금도 유일하게 외울 수 있는 시는 이 한 편이다.

 

이젠, 욀 수 있어서가 아니라, 올해 내가 할 일을 한용운님의 '사랑'에 붙이고 싶다.

 

봄이 겨우내 산과 들의 흙들 사이에서 얼었던 물들이 강으로 호수로 흘러들어 물이 넘칠것이다.

하늘이 높아 하늘을 따라 오르는 가을 산은 하늘 만큼 높아질 것이다.

하얀 달, 쳐다 볼 수 있는 달, 아무리 쳐다봐도 눈부시지 않는 달, 그런 달을 볼 것이다.

무엇으로도 깨지지 않는 돌, 드릴, 다이너마이트.... 이런 것들은 생각도 말자.

나의 마음과  너의 마음이 딱 돌만큼만 굳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사랑.

사랑이란 무언가?

 

결국 인간은 평생 사랑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행복, 집착, 불행, 인간의 모든 것들이 결코 사랑이라는 것에서 진정 해방되지 못하며 끝이 나는 것이다.

해탈의 경지라는 것은 혹, 그런 사랑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닐까?

그런 것에서 덤덤해지는 것이 어쩌면 해탈의 경지가 아닐까?

 

 

 

-잠시 딴 소리-

 

어느 분의 글에

 

당신때문에 기쁘고 또한 당신때문에 슬플 것입니다.

당신때문에, 죽을 것이고 당신때문에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당신... 한용운님의 님과 다를 바 없다. 그렇지, 아마 나도 그렇게 올해를 살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다시 한용운님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난 그 사랑의 모습을 올해 닮아보기로 했다.

 

사랑의 대상을 생각한다.

부모형제, 친구, 이웃.... 그런 사람을 사랑한다.

그리고 나의 가슴과 몸으로 사랑을 느끼게 될 사람 그리고 나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젠 좀 더 깊은 넓은 단단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된 듯 싶다.

 

받아야지

받아야지

 

그런 것 말고, 내가 깊어지고, 높아지고, 단단해지는 그런 사랑!

 

가장 교과서적인 결론을 내리며,

올해는 그저 참 순수한 마음으로 단순한 마음으로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나를 보고 불안하지 않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사랑이리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랑을 2006년에 하고 싶다.

 

난 사랑이란 것의 교과서같은 시로 오늘 한용운님의 "사랑" 읽는다.

다시 외워본다.

 

봄물보다 깊으리라

가을산보다 높으리라

달보다 빛나리라

돌보다 굳으리라

사랑을 말하는 이 있거든 이대로만 말하리..

 

그래 그러자.

이 정도는 해보고 한 생을 넘어가도록 하자. 그래 그러자.

 

섭섭하니까 한 편 더!

 

 

사랑하는 까닭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살아한다지만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루어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역시 사랑에 관한 시는 한용운님의 시가 죽음이다.

아주 뻑 가는군!

한용운님의 시집을 읽고 있고 나면, 아주 깊은 사랑에 빠졌다 나온 듯 흠뻑 젖는다.

짧은 시간이든, 긴 시간이든......

아주 흠뻑 빠진다.

새해 첫 일터에서, 잠시 헤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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