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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바로 이 기분이야~ D-6

by 발비(發飛) 2005. 12. 26.

바로 이 기분이야.

크리스마스를 집안에서만 보내고 졍확히 52시간만에 현관문을 나와 출근을 했다.

 

공기!

정말 공기라는 것은 존재하는구나.

서울의 공기가 상쾌하다.

 

나무!

아파트 복도에 걸쳐진 나무들이 여전히 가지만 앙상히 자리를 지키고 있구나.

그래도 그 자리에 잘 있다.

 

계단!

또각 또각!  계단을 걸어 내려가는 내 발자국 소리

역시 난 살아있었던 것이다.

 

경비아저씨!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 돌아간 듯, 어느 시간으로 돌아간 듯 여전한 그 얼굴

나도 시치미 뚝 떼고, 인사를 한다.

시간여행을 하지 않은 듯.

 

길!

눈이 아직도 남아있다.

좌판 상인들이 분주히 자리를 깔고 있다. 삶은 유지되는 것이다.

 

전철!

빽빽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끼어있을 수도 있다니, 대단하다.

완전 고립이었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몸과 몸이 서로 끼어있다.

싫지 않다.

 

사무실!

여전히 조용하다. 그리고 나의 일상은 얌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다.

팩스가 많이 와 있다.

한 장씩 순서대로 반응해야지. 팩스처럼.

 

무엇보다 먼저 이 기분을 여기에 올리고 싶었다.

난 이 순간의 기분을 맛보기 위해 52시간, 섬생활을 한 지도 모를 일이다.

(친구의 방해로 몇 시간, 외부인과 접촉을 하긴 했지만 공간이동을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

 

기억에 남을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영화. 고립.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아주 긴 털목도리가 갖고 싶었다.

그래서 난 긴 털목도리 하나를 대바늘뜨게질로 완성했다.

52시간 중 24시간 동안 작업 완성 (수술까지 달았다.)

집에서 굴러다니던 실로 완성된 털목도리를 하고 출근을 하는 기분....

뿌듯, 뿌듯, 뿌듯,

역시 난 생산적인 인간이야!!!

 

이 정도면 괜찮은 크리스마스를 보낸건가?

이상한 짓을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지만,

고런 생각은 너구리 두드리는 망치로 재빨리 두드려 넣어버려야 해.

"아얏!" 하고 들어가버린다.

멋진 크리스마스를 보낸 비나이다님! 성공하셨습니다.

바로 이 기분이야.

세상 모든 것이 반가운 것, 새로와 보이는 것, 좀 달리 보이는 것... 바로 이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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