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울릉도 트래킹때 나리분지에서 찍은 갈대다.
바람과 비구름인지, 안개인지 작은 물방울들이 온 몸으로 스미는 분지를 걸었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가운데에 분홍갈대들이 바람에 일렁이고 있었다.
보라에 가까운 분홍빛 갈대
구름에 바람에 소리도 없이 흔들대고 있었다.
참 다행이다.
단 하나의 갈대가 아니라서 참 다행이다
가늘고 여린 것들이 무리를 지어 살고 있어서 다행이다.
갈대 한 가지를 보면 그냥 연갈색잎을 가졌지만
한데 어울려 분홍빛을 내고 있는 갈대들이 소복했다.
참 다행이다
문득 잠을 자려다 말고 울릉도에서 본 갈대가 생각났다
가녀린 갈대지만, 소복히 모여 예쁜 색을 내고 있었던 나리분지의 갈대가 다시 보고 싶어
불을 켜고 컴을 켜고 파일을 찾아 사진을 올려본다.
내가 본 갈대 중 가장 아름다웠던 갈대들이다.
촉촉하게 젖어있었던 갈대들.
하나 하나에 사연이 없을리 없다.
소복이 모여서 사연은 묻히고 연한 색만 감돈다.
하나 하나의 아린 사연이 소복이 쌓이면 참 이쁜 색이 되기도 한다.
참 이뻣던 갈대들
그저 참 이뻣던 기억에 잠결에 일어나 갈대를 본다.
소복했던 갈대들.
그리울 것 없을 갈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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