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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참새방앗간

by 발비(發飛) 2005. 12. 17.

나에게 참새방앗간이 생겼다.

어느 분에게도 그 곳이 참새방앗간이라고 했었는데...

나에게도 참새방앗간이다.

고등학교때 즐겨다니던 떡뽁이집 이후 첨 생긴 참새방앗간이다.

 

 

퇴근후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여기저기서 벽보들이 날아다니고.... 와! 정말 대단하다.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나 이음 아트로 쳐들어갔다.

역시 조용하고 따뜻하고, 주인장님께는 웃는 얼굴로 반겨주신다.

커피 한 잔! 공짜!

그리고 멋진 음악은 덤!

일단은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책 구경을 시작한다. 천천히  천천히...

 

우선, 신미식 작가님의 "사진과 여행에 미치다"라는 사진여행집에서

앙크로와트여행기와 페루여행기를 다시 읽는다.

사진을 찬찬히 본다.

월요일부터 하는 신미식작가님의 사진전을 위한 워밍업이라고나 할까...

이번 페루, 불가리아 여행사진전을 보기위해서, 첫 여행 때 그 분의 느낌을 보고 싶었다.

분명 사진에서도 차이가 나겠지.

낯선 앵글과 좀은 익숙한 앵글이 어떻게 다를까?

그 생각을 하면서 찬찬히 사진과 글을 읽는다.

그리고 나의 꿈도 생각하며, 내가 꼭 가보고 싶은 그 곳을 상상하면서,

그 곳에 선 나를 상상하면서 아주 행복했다.

서점에서 책을 읽으며 행복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 곳이 편하다는 증거겠지.

 

그리고 또 한 권

지난 번 이음주인장님께서 소개해주신 '존 버거'라는 작가의 책"말하기의 다른 방법"을 다시 본다.

존 버거라는 사람이야기를 주인장님에게 처음으로 들었는데,

그 사람의 글은 따뜻함이 배어있었다. 그리고 부드러웠다.

몇 권의 책이 있었지만, 난 처음 보았던 "말하기의 다른 방법" 그 속에 있었던 사진들, 사진들에 대한 존 버거의 이야기,,,,

지난 번 주인장님께서 읽고 계시던 책을 조금 읽었었는데, 집에 가서도 그 책의 사진과 글들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 책을 옆에 끼고... 데리고 집으로 가야겠다 결심했고....

 

그리고 다음 음악.

책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귀에 익은 음악이 들린다.

난 이 음악만 들으면, 누군가의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

그 음악의 제목도 모르면서 그 음악을 들으면 저절로 몸이 날아가는 듯 하다.

"이 음악 이름이 뭐예요?"

"Jazz Suite 라고 하는 곡이에요. 여기요."

씨디를 보여주신다. 뭐라고 뭐라고 독일어로 적혀있다.

아무튼 그 음악 때문에 난 내 몸을 붙들고 있느라 애 좀 썼다. 적어도 나이값은 해야하니까...

(방금 이 음악을 별 다섯개를 주고 샀다)

 

그 필 그대로 유지하면서 책들을 구경한다.

여기 저기. 이리 저리.. 맘껏... 쪼그리고 앉아 이 책 저 책 살핀다.

내가 좋아하는 젊은 여자시인 김선우가 쓴 산문집도 눈에 보이고, 아니 갖고 싶었고,

지난 번에 이음에서 후다닥 읽은 노블 앤 뽀또그라피도 다시 힐끔 보고

교보에서 팍팍 밀고 있던 '쐬주 한 잔 하자(?)'는 그 책도 우째 생겼는지 구경하고....

 

그러다 결정적으로 필이 꽂힌 책

난 그 책을 보고 웃고 말았다. 그 책을 보고 '우리 만났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달리, 나는 천재다!"라는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일기책이다.

색깔이 죽음이다. 명도 채도 무지 높은 꽃분홍색바탕에 흑백의 달리가 코에 귀에 꽃을 꽂고 있다.

그리고 책 안에는 달리의 다시 엽기적인 잘 난 척 모드의 일기가 그리고 그의 그림들이

엄청 많이 들어있었다.

그의 상상력 넘치는 그림들을 보며 즐거웠고,

그의 만만한 세상 대하기를 보며 재미있었다.

나도 닮아봐야지.

그런 야심만만한 마음으로 그 책을 골랐다.

(참자. 이 책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잘 해야 하지, 지금은 주절타임이자너...)

 

그런 차 작은 주인장님도 간만에 얼굴을 뵐 수 있었다.

나도 마치 이음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다니...

 

실컷 읽고도 집으로 데리고 가고 싶은 책 "말하기의 다른 방법" 과" 달리, 나는 천재다!" 이 두 권을 사가지고 참새방앗간을 나왔다.

그러고 보니, 이음에서 보낸 시간이 세시간이다.

정말 참새방앗간이다.

편하게 책을 맘껏 읽고 그러고도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 책을 데리고 오는 기분, 정말 좋다.

나, 분명 무지 아팠는데... 어느새 나아버린 것 같다.

역시 정신이 육체를 지배했다.

난 참새방앗간에서 한참 모이를 주워먹으며, 몸보신 든든히한 것이 분명하다.

아까보다 안 추웠다.

참새방앗간, 그 곳이 생겨서 너무 좋다.

 

그 곳 이음 유리문에 뭐라고 붙은 줄 아시나요?

 

"날씨 추우시죠?

여기 따뜻한 곳에 들어와 편안히 쉬었다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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