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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이윤학]그 병원 앞

by 발비(發飛) 2005. 12. 11.

그 병원 앞


 

이윤학



비 오는 밤에
기적 소리를 듣는 병실들
형광들 불빛들, 넓은
창문 속에
목련이 활짝 피어난다.

목련이 피어 있다는 것만으로
그걸 한번 쳐다보는 것만으로
나는 얼마나 많은 신음 소릴 간직하고
있는 것인가

외면하려 해도 한번은
슬쩍 쳐다보게 되는 곳.
하지만 이제는, 창백한
저 꽃과 향기는 지나간 것이다.

비 오는 밤에
기적 소리는 뿌리치며 지나간다.
그리고 형광등 불빛들
무엇인가 담고자 노력하는 유리 창문들

신음 소리만큼 긴 기도문을
들어본 적은 아직 없다.

 

세상에서 가장 햇살이 아름다운 곳을 말하라면, 병원 앞이라고 말하겠습니다.

20미터 병원 편의점까지 가는 길이 가장 먼 곳을 말하라면, 병원 길이라고 말하겠습니다.

10마디의 말을 하는데 가장 많은 숨을 쉬어야 하는 곳을 말하라면, 병원 대합실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사람을 만나서 사람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곳을 말하라면, 병원 입원실 앞이라고 말하겠습니다.

그럼에도.....

세상에서 가장 햇살이 아름다운 곳을 말하라면, 병원 앞이라고 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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