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일상이지.
해가 지기 시작하자 불이 켜지네,
사람이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이 사는 것이다.
사람이 그 곳에서, 어느 구석에도 불을 켜고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누구나,
나만 살아가는 것 같지?
절대 아니거든,
똑같은 영혼의 무게 21그램을 가지고 살아가거든.
혼자 사는 것처럼 굴지마, 알았어?
나만 살아가는 거 아니다..
내가 나에게 충고한다.
호박 두 덩어리를 두고 어디로 가셨다.
오늘 팔 요량으로 싣고 나왔을 호박 두 덩어리를 그냥 가지고 돌아가야 한다.
두 덩어리에 외발수레가 가득해 버리고,
저것들을 팔았으면, 외발수레에다 몇 개 남은 산나물 싣고 엉덩이 흔들면서 집으로 가면 되는데.
저 무거운 호박 두 덩어리는 외발 수레의 균형 잡기 힘들게 만들겠다.
이래저래 애물단지 호박 두덩어리다.
그러나 저러나
호박 두 덩어리는 걱정도 없이 턱 하니 자리 잘 잡았다.
배포 한번 두둑 해보인다.
날 저무는데 주인도 어디가고 없는데
머리 수레에다 척 기대고 편안하다.
저 너머에 아주머니 숨었는데...
보이는지. 시래기뒤에 아주머니 숨어있는데.
세상에 이보다 더 이쁜 가리개다 어딨을까?
아주머니 숨어서 뭐하시지?
한 참 있어도 거기도 꼼지락꼼지락 거리신다.
뭐하시더냐... 난 끝까지 봤지.
시래기에 호박꼬타리에 묻은 거 떼고 계시던데... 뭐가 묻는 거지?
내 눈 독!
이런 거 팔더라.
곶감 사라는 할머니의 화난 목소리 뒤로 하고
사진만 찍어서 죄송하다고 그렇게 말씀드리고 나서.
뒤 당겨 죽는 줄 알았다.
난 왜 안 먹고 싶었으랴마는
지갑이 차에 있었으니...
화내는 할머니보다 난 더 먹고 싶었는데.
이런 거 저런 거 참 많이 있었는데
그게 다 저장용이었다. 겨울 양식들이었다.
할머니도 사먹는 사람들도 다람쥐같았다.
겨울 양식 준비하는 다람쥐!
"오뎅 먹어!"
"빨랑 빨랑 안 다니고 뭐해?"
미리 내려온 애들이 오뎅을 먹고 있다.
추웠어.
오뎅 맛있더라, 김이 모락모락 오르더라.
이 오뎅이 우리 투어의 끝이었다.
많이 먹었다.
하회 충효당 마당에 핀 꽃인데, 이름이 특이했는데, 잊어먹었다.
이쁜데.
여전히 수고한 내 발!
많이 수고한 내 발! 담에도 부탁한다.
24시간의 여행이 길기도 하다. 풀어놓으니 길기도 하다.
허겁지겁 먹느라 뭘 먹었는지도 모르다가 다시 개워내고 보니 참 많이도 먹었네.
(앗! 드러!)
아닌거 알죠?
차에 타니, 서울을 출발하던 안동에 도착한 시간보다 30분 빠른 5시 30분이었다.
23시간 30분 안동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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