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박명용
나는 아프다
부석사에 올랐더니 더 아프다
서산 앞바다에 떠 있던
전설의 바위 하나
행방이 묘연하여 찾았더니
벌써 내 가슴에 들어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다
썰물이 되자 내 몸의 섬이 되는,
더 아프다
숯2
숯은
몸바칠 준비를 철저히 한다
동아줄로 묶였다가
다시 새끼줄에 몇 개씩 묶이는
숯 뭉치
마지막 생명을 불살라
차가운 세상
뜨겁게 달구려는가
성숙한 몸으로
세상을 기다린다
제 몸 불태워
생의 극치를 이루려는
숯은 세계의 종교다
사리
재떨이 한 개
단단하게 빛나네
하루에 몇 번씩
온몸을 오르내리는
둥근 사리
봄날 햇살에
눈부신 몸
더욱 빛나네
흐린 정신 속으로
떨어지는 나의
재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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