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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박명용] 부석사 외2

by 발비(發飛) 2005. 10. 21.

부석사

 

박명용

 

 

나는 아프다

 

부석사에 올랐더니 더 아프다

 

서산 앞바다에 떠 있던

 

전설의 바위 하나

 

행방이 묘연하여 찾았더니

 

벌써 내 가슴에 들어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다

 

썰물이 되자 내 몸의 섬이 되는,

 

더 아프다

 

 

숯2

 

숯은

몸바칠 준비를 철저히 한다

동아줄로 묶였다가

다시 새끼줄에 몇 개씩 묶이는

숯 뭉치

마지막 생명을 불살라

차가운 세상

뜨겁게 달구려는가

성숙한 몸으로

세상을 기다린다

제 몸 불태워

생의 극치를 이루려는

숯은 세계의 종교다

 

 

사리

 

재떨이 한 개

단단하게 빛나네

하루에 몇 번씩

온몸을 오르내리는

둥근 사리

봄날 햇살에

눈부신 몸

더욱 빛나네

흐린 정신 속으로

떨어지는 나의

재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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