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정시인의 두번째 시집 [염소와 풀밭]을 잘 읽었었다.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재미라는 통상적인 의미와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맞지 않아
그냥 잘~ 읽었다고 말한다.
첫 시집(이 분의 첫 시집이 궁금하다)을 낸 지 20년만에 두번째 시집을 내셨고
2년만에 세번째 시집을 내셨단다.
얼마전 [염소와 풀밭]을 읽으면서,
신현정시인의 시인스러움때문에 다음 시집을 무지 기다려야 하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새 시집 [자전거 도둑]이 나왔다.
어찌나 반갑던지.
신현정 시인의 세번째 시집 [자전거 도둑]
그의 시는 일단 재미있다.
소재가 거의 일상적인 것이다.
특별한 소재를 가지고 셋팅을 하는 그런 시가 아니라, 우리가 보아 왔던 어느 장면이야기다.
시인의 눈으로 그 장면을 재생시킨다.
그래서 멀지 않은 시이다.
바다에 관한 白書
신현정
그렇다고 바다를 보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파도 또한 정면으로 보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나는야 고래잡이 선장
갈매기 나르으으고
술은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은 이곳에서
어찌하면 독주를 작살을 먼 바다를 이길까 하다가
그리하여 비틀거리는 내 걸음을
게의 옆걸음으로 슬쩍 바꿔보는 것이다
오 게가 간다
집게발을 높이 올리고
거품을 날리며
눈을 내놨다 감추었다 하면서
옆걸음으로
바다를 비껴서.
아마 백경이리라.
백경에서의 선장과는 절대 다른 모습이다.
백경에서의 선장이 눈을 하얗게 뜨고 작살을 날리던 사투하는 모습은 없다.
시인은 싸우지는 못하지만, 바다를 볼거란다. 세상을 볼거란다.
그리고 살거란다. 그 곳에 살 거란다.
모두들 작살을 들고, 독주를 마시며, 엉켜 싸우고 있는 세상에 살 거란다.
그런데 게의 모양으로 살거란다.ㅎㅎ
딱이다.
유일한 무기인 집게발을 높이 들고 옆으로 비쩍거리면서 걷더라도 세상 곁에서 살거란다.
무서우면 게눈을 감추었다가, 또 게눈을 쑥 빼서 세상을 보기도 하겠단다.
그렇게라도 바다 옆에는 있을거란다.
블랙코메디다.
찰리 채플린이 시인으로 환생한 듯 하다.
재미있다. 그렇다고 낄낄 거리면 웃을 수 없다.
눈에 눈물이 맺히므로..
그가 타협했들 시간들 때문에..웃을 수가 없다.
20년동안 시집을 내지 않고 살았던 그 시간이 어떠 했을지 이 시 한 편으로 감히 ...
그래서 재미있는데 웃을 수 없다.
아니 웃는데, 눈에는 눈물이 난다.
저 아래 올려놓은 시인의 사진처럼...
오리 한 줄
저수지를 보러간다
오리들이 줄을 지어간다
저 줄에 말단이라도 좋은 것이다
꽁무니에 바작 붙어 가고 싶은 것이다
한줄이 된다
누군가 망가뜨릴 수 없는 한 줄이 된다
싱그러운 한 줄이 된다
그저 뒤따라 가면 된다
뒤뚱뒤뚱하면서
엉덩이를 흔들면서
급기야는 꽥꽥대고 싶은 것이다
오리 한 줄 일제히 꽥 꽥 꽥
이제 시인이 바다가 보이는 먼 모랫사장에서 저수지로 옮겼다.
오리들이 뒤뚱거리며 줄을 지어 가고 있다.
한 줄로 서서 가는 길에 홀로 서 본 경험이 있다.
-잠시 딴 소리-
초등학교 일학년때 7살때 학교에 들어간 나는 무지 작았다.
근데 3월 둘째 주에 전학을 가게 된 것이다.
분명히 1-1이었는데, 그 번호가 적힌 깃발아래 섰는데.. 아이들이 자기반이 아니란다.
(그때 엄마는 어디갔었을까? 없었다. 아마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했었나보다)
모두들 빨간 깃발 아래 줄을 서서 운동장을 빙 돌아 교실로 가고 있는데,
난 그냥 운동장 가운데 서 있었다.
줄 서서 가고 있는 애들을 보면서, 나 그 줄에 서고 싶었다.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면서..
그 후 난 어떻게 되었을까요?
학교 중앙현관 계단에 앉아있었다.
아무생각이 없었을까?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교장선생님이 순찰을 하시다 나를 발견하고 왜 거기있냐고 하셨고,
난 1학년 1반이라고 말했다.
1학년 1반으로 들어갔지만, 누구와도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된다.
아마, 난 지금처럼 초기자폐증상이 있었나보다.
-잠시 딴 소리 끝-
오리들이 궁뎅이를 뒤뚱거리며 가는 것은 닮고 싶은 모습이 아닐게다.
그래도 그들은 줄을 서서 같이 가고 있다.
난 뒤뚱거리는 것이 이상한 것인 줄 알면서도 따라 가고 싶은 것이다.
곧게 걸으면 혼자인 것, 이제 그것이 싫은 것이다.
궁뎅이를 뒤뚱거려본다. 하니 되는구나.
제일 뒤꽁무니여도 좋다. 그래서 나의 궁뎅이가 가장 리얼하게 보이더라도 좋다.
난 줄을 섰으니깐, 아주 단단한 망가지지 않는 줄에 섰으니깐,
난 보호받을 수 있게 된거니깐,...
뒤뚱뒤뚱 최대한 뒤뚱뒤뚱....
그리고 꽥꽥꽥..
어쩌란 말이야. 어쩌란 말이야. 꽥꽥꽥!!!!!
그래도 시인이 줄을 서서 다행이라고 말해주고 싶은 것은 왜지?
그리고 또 눈물이 나려는 것은 왜지?
라 라 라 라
오늘이 모자라면 모자처럼 날아가고
모자처럼 하모니카 불고
모자처럼 새되어
모자처럼 옆으로 돌려쓰고
모자처럼 구름 위에 올려놓고
모자처럼 뒤집어서
새도 꺼내고
토끼도 꺼내고
사과도 꺼내고
오늘이 모자라면 라 라 라 라
모자처럼 공중에 높이 던졌다 받으며
라 라 라 라
시인은 이제 바닷가를 나와, 저수지에서 무리를 찾아 줄을 서서 세상에 살고 있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
그가 원하는 세상은 어떤 곳일까?
그가 원하는 세상?
내가 생각한 답 : 그가 할 일 없이 모자 가지고 장난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아닌가요?
여러분!
모자 가지고 장난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없나요?
아신다면 신현정 시인에게 꼭 알려주세요.
신현정 시인 따라 다니느라 힘이 쫙 빠진다.
그래도 난,
잠시 뒤뚱거리며 꽥꽥거리는 줄에서 벗어나 이 곳에서 놀다간다.
다행이다.
내겐 모자 가지고 놀지않아도 되는 이런 공간이 있어서...그렇지.
다행이지...그렇고말고!
죄송합니다. 시인님!
멋대로 주절거렸습니다.
사진이 있으니 꼭 만난 사람같아서.. 그리고 만날 사람 같아서...바로 반성모드입니다. 버릇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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