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말했다.
"실눈을 뜨고 세상을 봐! 보이니?"
그를 만났다.
비가 많이 온다고 내가 그에게 말했다.
비가 오면 세상이 너무 뿌옇게 보인다고 그에게 말했다
그래서 비가 오면 답답하다고 그에게 말했다.
그가 나에게 말했다
"실눈을 뜨고 세상을 봐! 보이니?"
난 그의 말대로 실눈으로 세상을 보았다.
비 내리는 세상을 실눈을 뜨고 쳐다보았다.
세상은 분명해졌다.
빛과 어둠 그리고 그림자만 보였다.
밝음은 더욱 밝음으로 뭉쳐지고
어둠은 더욱 어둠으로 뭉쳐지고
중간 밝음이나 중간 어둠은 각자의 비율대로 편입되었다.
그림자만 반사광만 남아 밝음과 어둠의 윤곽을 선명히 해주었다.
세상을 실눈을 뜨고 보자 빛과 어둠으로 갈라졌다.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어둠의 한 부분 혹은 밝음의 한 부분으로만 자리를 차지한다.
세상은 언제나 그렇게 밝음과 어둠이었는지 모른다
내가 눈을 크게 뜨고 눈안에 세상을 들이고자 하는 순간,
세상은 뿌옇게 흐려지고 봐야 할 것들을 놓치고 말았다.
그와 헤어지고 난 후 내내 실눈으로 걸어보았다.
전철이 들어오고 있을때도, 에스컬레이터에서도... 도로를 걸으면서도
실눈을 뜨고 걸어보았다.
딱 봐야 할 것만 선명히 보였다.
그는 언제부터 알았을까?
실눈을 뜨면 세상이 답답하지만 않다는 것을 ... 헷갈리지 않는다는 것을... 꼭 봐야 할 것만 보인다는 것을...
그가 말했다.
"실눈을 뜨고 세상을 봐! 잘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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