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은 소시(?)에 제법 다닌 산임에도 내원마을이 있다는 것은 몰랐다.
같이 가는 일행 중 한 명
항상 나에게 새로운 여행의 맛을 보게 해 주는 어린
동생.
-난 그 동생 덕분에 눈이 허리까지 오는 눈덮힌 설악 대청봉을
오를 수 있었다.-
-그 후 그 동생이 권하면 의심없이 따라간다.-
"전요. 내원마을에서 돗자리 깔아놓고 자고
올거예요!"
"그래? 왜?"
"산행은 다른 곳에서 하죠 뭐!"
"흐음~"
"......"
"나도 너 따라 갈래! 같이 갈 사람~"
그래서 10명 가까이가 내원마을 코스로 향했다.
주왕산 3폭포를 지나 20분쯤 더 들어가니 표시판이
보인다.
ㅎㅎ
멋진 표시판!
내원마을에 들어서면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그림이다.
저 곳이 무엇을 하는 곳일까요?
학교다
족구망이 쳐져있고
아이들이 공부하던 의자는 지나가는 등산객들의 쉼터로
변했다.
모두 여기 저기 의자에 앉아 시간을 즐긴다
언제 그렇게 시간을 즐길 수 있는지...
시간을 즐긴다?
그 곳에 앉아 있으면 초단위로 시간이 우리를 지나는 것이
느껴진다.
초단위의 시간은 절박함이 아니라
내가 맑아지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최대한 느낀다.
내 귓가로, 내 볼로, 내 손끝으로 초단위의 시간이
흘러간다
시간이 바람으로 나를 스쳐간다
그래서 그 시간은 달콤하다.
그 즐기던 나의 모습을 사진으로 올리고 싶지만,
-얼마나 입이 찢어지도록 즐거워했는지를-
참아야 한다.
딱 한 개의 교실이 이 건물의 전부다
그 안에 누군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들은 이 학교를 접수했다.
누군가 팝콘만 튀겼으면 완전
동막골인데....
저렇게라도 다시 쓰지 않으면 , 흔적도 몰랐을
내원분교다
집 주인이 서명을 부탁한다.
주왕산 관리공단에서 이 마을을 철거하려고 한단다.
국립공원지역이니까...
그들의 사유지인데 철거하려 한다면서... 서명을
부탁한다.
주왕산에서 유일하게 불을 지펴서 밥을 해먹는 곳.
삶을 없애려고 한다.
자연스러운 것.
그 곳에다 전 국토단일 메뉴의 식당이 생기기를 바라는
것인지...
난 이렇게 서명했다
'자유를 허락해주세요!'
들어보면 안다.
이 종소리가 얼마나 청명한지...
주물에 잡것이 끼었는지, 남아도는 쇳소리의 여운이
마치 아이들 떠드는 소리같았다.
"야! 선생님 오신다"
찢어지는 듯한, 비명에 가까운, 놀람교향곡....
구유속의 장승
제 자리를 잃어버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가 없어진 마을에 구유가 장승이 기댈 수 있는 보금자리가
되었다
내가 나의 자리에 있지는 않지만.
신이 원하는 그 자리가 아니라고 하지만.
설사 그럼 어떠리..
그냥 그곳에 누군가와 어깨를 기대고 쓰러지지 않을 수 있는 곳이면 되는
것.
신은
"너의 자리로 가라! 너의 자리로 가라!"
그렇게 소리 질러도
난 지금 내가 기대고 있는 곳
나에게 기대어 서 있는 이름모를 누구 둘 중 하나가 빠지면 그냥 없어지는 ...
설사
내 자리가 아니라고 하자
그래도 저런 풍경일 수도 있는 것이다
내 자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저 저런 모습이라도 된다면 그냥 있겠다.
신이 나를 이해해주시길 바랄 뿐이다.
내원마을
언젠가 다시 가서 돗자리 깔아두고 한 잠 푹 자고
와야지!!
그 곳에 가서 눈을 감으면 곧 잠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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