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태풍의 자락들이 흔들거렸다.
사무실에 앉아서 바람소리때문에 등진 창문을 자꾸 돌아다 보게 되었다.
"바람이 부네~ 진짜 태풍인가 봐!"
나도 모르게 이 말을 세번도 넘게 한 듯 싶다.
바람이 분다. 지금도 바람이 분다,
퇴근길 가로수 나무들이 흔들린다.
소리까지 내며 바람이 분다.
긴 복도를 걸으며, 복도 밖으로 손을 내밀어보았다
바람이 손끝으로 지나간다. 시원한 바람이다.
내 손끝으로 지나가는 바람
내 속에도 불었으면...
아주 세게 휘돌아 불어서 내 속 구석구석을 흔들어놓고 갔으면...
나무들이 바람에 꺾이고 있다.
아예 현관문을 열어두었다
내 속까진 들어오지 못하더라도 내 방으로 바람이 휘몰아쳐서
이 방안에 기운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 기운을 깡그리 쓸어가버리라고...
현관문을 활짝 열어두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 마음이 답답한 것은, 우리들의 마음이 답답한 것은, 그리고 현대인의 마음이 답답한 것은
언제가부터 우리에게 없어져버린 대문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만약 내가 살고 있는 이 집에 대문이 있다면,
난 밤새 현관문을 열어두고 난 바람을 내 속에 들일텐데.
그 정도의 시간이면 내 속까지도 바람이 들어오지 않을까.
그 정도의 시간이라면, 내가 잠들어있는 동안의 시간이라면, 난 어떤 흔들림도 느끼지
못한 채 내 속에서 빠져나갈 것들을 보낼 수 있을텐데,,,
괜히 내 속에 가득찬 답답한 것들이 대문이 없는 이 곳에서 살아서 생긴 찌꺼기가 아닐까
그 탓을 미뤄보기도 한다.
원래 모두 남탓이니까..
난 안 그런데 남때문이니까...
몇 장 남은 [베로니카...]를 마저 읽어야 겠다.
이럴 때는 전철을 타는 시간이 더 길었으면 싶다.
10분만 더 탔어도 다 읽을 수 있었는데..
오늘 길에 서점에 들러 코옐료의 [오자히르]를 한 권 샀다.
2005년 작품이라는데,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서 어떻게 바꼈을까 궁금해서...
이건 완전 상업적인 궁금함 때문에 산 책이다.
코엘료의 [베로니카...]를 다 읽고 나니,
그가 쓰고 있는 말들이 그가 진정 뭔가를 깨닫고 쓰는 말인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가 정말 뭔가를 얻은 다음 이런 이야기를 쓴다면,
그 바닥이 보이지 않을테니까...
그의 이야기가 공감이 되고 있다. 항상 영적인 것만 말하는 그다.
원인이야 어떻든 난 읽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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