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 날,
도봉산에 올랐었다.
높은 바위 위에 누워 사진기를 들고 한바퀴를 굴렀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난 바위에 거꾸로 매달렸고, 친구가 내 발목을 잡아주었다.
완전 거꾸로 매달려서 본 세상이다. 물구나무서기처럼...
그리고 보이는 것을 찍었다.
한 바퀴 구르며,
갑자기 봄날 하늘이 보고 싶어 그날의 일기와 함께 옮겨보았다.
그날 난 발을 다쳐서 장장 4달을 절룩거리며 다닌다. 지금도 별로다. 응당 아파야 할 날이었다.
다쳐서 좋았던 그런 날이었다.
2005.3.6. 도봉산
하늘색
바로 이것이 하늘색이다.
하늘밖에 보이지 않는 곳에 카메라 렌즈를 맞추었다
하늘색밖에 없어서, 하늘같지 않아 지우려다
지우지 않았다.
원래 이름이 없는 것이 그것이 본질이므로...
아무것도 없는 비치는 이것이 하늘이다.
난 하늘을 담았다.
그리고 90도 회전
방향은 좌우가 아닌 상하로
머릴 뒤로 젖혔다.
알다시피 바위도 지구도 둥글다. 그런데 발을 위에 두고
둥근 모양대로 나도 둥글게
둥근 것이 3층이다.
둥근 지구위에 둥근 바위위에 둥근 내가 누웠다
각이 세배다
세배의 둥근 것 위에 누우니, 내가 하늘에 직각으로 매달린 것 같았다
난 20도 경사쯤의 바위위에 누웠는데
직각으로 하늘에 매달려있었다
착각이 아니라, 직각이 진짜일거다.
무섭기도 신기하기도, 내 눈으로 하늘이 180도 펼쳐져 있었다.
아래 180도는 땅,
그렇게 내 눈에 360도가 다 보였다.
보기에 따라, 시각에 따라 다 보일 수도 역전이 될 수도
멋진 경험
다시 반바퀴
소나무가 옆에 있네
소나무를 보자, 다시 내가 되었다
소나무가 나를 현재로 인도했다
후룸라이드를 탔다가, 배에서 내렸을때의 허전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느꼈을 때처럼 소나무를 보았을 때 똑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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