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지난 겨울 한계령에서 출발해서 끝청, 소청, 대청, 그리고 오색으로 하산했던
지옥의 산행이었습니다.
눈은 허리까지 왔었고, 오색 돌계단은 눈때문에 썰매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내내 썰매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오늘 무지 덥군요...
혹 들르시는 분들. 시원하게 눈요기라도 하시라고, 저를 공개합니다.ㅎㅎ
이 중에서 누굴까요? 맨마지막 선수가 저 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ㅎㅎ
2005. 2월
오름을 오른다.
앞사람의 뒤를 쫓아 오른다.
발자국이 하나씩 늘 때마다, 눈은 다져지고
내 발 둘 곳이 만들어지고 있다
내 앞에 가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내가 디디고 있다.
눈이 내린 길을 걸을 땐 눈에 눈길을 준다
눈에 눈길을 주고 걸어야만 앞사람의 길을 볼 수도 있고
내가 만들어야 할 길도 보인다.
모두들 땅을 보고 간다. 아니 눈을 보고 간다.
저 산행에서처럼 신발을 많이 본 적이 있을까?
아마 없을 걸...
항상 신발을 보고 걸었다. 올랐다.
신발의 끈이 보이고 신발 위의 눈이 보이고
내 발이 옆으로 몇도쯤 젖혀지며 걷는지도 보인다.
눈은 미끄럽고. 하얗다
그래서 바탕이 된다. 신발의 바탕
내 몸의 대표인 신발의 바탕이 된다.
내 몸의 대표인 신발이 눈과 악수를 나누고 타협을 하며 걷고 있다.
적당한 타협
이정도에서는 미끄러져 줄께
여기에선 니가 봐줘야 돼
나를 빼고선 신발과 눈과의 타협이 이루어진다.
난 가만히 바라 볼 뿐이다.
역시 조용히 해야 할 때를 구분해야 사고가 없는 법이다.
조용히 앞 사람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맨 끝의 내가 대견하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씩 터득해 가는 것 같아 대견하다.
사진 뒤로 가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싶다.
설악산에서의 눈썰매
왠지 어울리지는 않지만, 산의 높이만큼의 긴 코스가 아주 재미났다
자중자애보다는 주어진 시간을 즐기기로 아주 짧은 시간에 결정했다.
내게 주어진 눈을 즐겼다.
저 눈들~~~, 모두 자중자애한 사람들이지...
움직이는 자, 온 몸으로 세상의 오감을 맛볼 수 있을것이다.
사진에서 칼라를 없앴다. 색을 들어내니.
하얀 눈에 나무그림자가 검게 선명하다.
나무그림자 사이로 내가 내려온다.
흑백인 세상엔 나와 자연이 선명이 보인다.
색을 없애면, 세상엔 중요한 것만 남는다.
사람이든가 나무이든가...눈을 현란하게 만드는 색만 없앤다면,
봐야 할 것들만 보인다.
내가 원하는 세상이다. 색이 없는 세상.
무채색의 세상에서 즐거운 저 여자,
무아지경인 저 여자
저리 행복한 웃음 자신의 즐거움때문에 웃은 적이 있었냐? 말리지 마라,
다만, 잘 즐기고 있는 여자 그 이상도 이하도 하지마라,
빨간 파카에 검은 썬글래스 그리고 나무색...
그 많은 색들이 있었다면 저 여자의 행복은 감추어졌다.
색을 없애서 더 즐거운 여자
말리지 말아라. 누가 저 여자를 말리겠냐?
즐거운 것보다 더 행복한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
썰매를 탈때는 그랬다. 좋았다
좋은 지도 모르고 아픈지도 모르고 내가 있는지도 모르고
아무 것도 모르는 다만 내 몸이 내려가고 있다는 것만 알았다
그게 행복이다. 내가 없는 것이 행복이다
저 여자를 아무도 말리지 말아라. 저 여자가 행복한 것을 말리지 말아라
시원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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