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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보는대로 책 & 그림

고흐의 편지들

by 발비(發飛) 2005. 6. 26.
이런 예술가를 사랑하지 않을 사람도 있을까?
그가 어디에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었을까?
 
이 곳 사람이 아니었던 사람같다.
원래 그는 이 곳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린 왕자가 지구에 잠시 다녀가듯 그렇게 다녀간 사람이었을 것이다.
마셔야 할 공기 중의 산소량이 다르고
마셔야 할 물의 성분이 다르고
먹어야 할 음식이 다르고
사용해야 할 언어가 달랐을 것이다.
 
다른 곳에서의 수명은 짧을 수밖에 없다.
요절한 사람
그런 사람들은 어린왕자들이다.
 
 지금도 지구에는 어린 왕자가 숨을 헐떡이고 있을 것이다.
차라리 나도 어린왕자였으면 좋겠다. 감히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나의 숨가쁨이 나의 태생으로부터 오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편지 한 장을 보내면서도
스케치를 하고, 색깔을 배치하고
어렴풋이 보인다.
파랑, 보라....
그림 밖에 모르던 사람이다.
 

 

 

Vincent Van Gogh. Orchard and House. 1888. Drawing.


Dear TEO

...사람들은 기술을 형식의 문제로만 생각한다.
그래서 부적절하고 공허한 용어를 마음대로 지껄인다.
그냥 내버려두자. 진정한 화가는 양심의 인도를 받는다.
화가의 영혼과 지성이 붓을 위해 존재하는게 아니라
붓이 그의 영혼과 지성을 위해 존재한다.
진정한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캔버스가 그를 두려워한다.

1885년 3월 van gogh 

 
 
 
 
 
 
 
 
 
 
 
 
 

고흐의 스케치 -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펜과 종이를 대할 때처럼 물감을 사용할 때도 부담이 없었으면 좋겠다
색을 망칠까 싶어 두려워하다 보면 꼭 그림을 실패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부자였다면 지금보다 물감을 덜 썼을 것이다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 하지 프랑스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왜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 1888년 6월 테오에게 보낸 편지 中 -
 
 
 
테오에게

"...밤의 정경이나 밤의 효과를 그 현장에서 그려내는 것,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밤 그 자체를 그리는 것,
이것이 현재 내가 갖는 흥미의 중심이다."



또한 누이에게 이렇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 그림에서는 검은 색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밤을 그렸지.
아름다운 푸른색과 보라색, 초록색만 사용했단다.
이렇게 밤을 배경으로 빛나는 광장은 설퍼옐로와 라이미 그린을 사용해 그렸지.

.....밤에 별을 찍어넣을 때는 정말 즐거웠단다."

 

 

 



 
 
이 스케치는 자신의 방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고 싶어 글과 함께 테오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이다

"단순화가 사물에 보다 더 큰 양식을 준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그림에서 휴식이나 수면을 암시하고 싶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 그림을 보면 누구나 다 머리를 쉬고
상상력을 쉬도록 그리고 싶다.
벽은 엷은 바이올렛, 마루바닥은 빨간 벽돌색
침대 및 의자의 나무 색깔은 신선한 버터가 가진 황색
시트와 베개는 극히 산뜻한 푸른 빛이나는 레몬색
침대의 윗걸이는 진홍색, 창은 녹색
화장대는 오렌지색, 물병은 청색
문은 라일락색......"


- 1888년 9월, 테오에게 보낸 편지 中 -

 
 
 
 
 
 
 
 
 
 
참 아름다운 사람이다.
편지를 쓰는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나도 아름다운 사람인데...
 
내 편지들은 다 어디갔지?
없단다.
내가 보낸 편지들은 다 없앴단다. 씨이~~~~~.
사진이형이 장가가면서 다 태워버렸단다. 바보. 겁쟁이
난 그냥 보낸건데...
하루에 한 통 혹은  두 통씩 딱 일년을 보냈는데...
A4 이면지에 마구 날려써서 보냈는데.. 그런 이상한 내용도 아니었는데..
바보....
 
고흐의 편지를 보면서 내 사라진 편지들이 생각난다.
난 뭐라고 그때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걸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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