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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거림

그녀

by 발비(發飛) 2005. 6. 23.

그녀는 혼자랍니다.

혼자라고 한 날의 그녀이야기를 해 드립니다.

 

그녀에겐 매일 인사를 금붕어 두 마리가 있습니다

 

"잘 있어"

"잘 있었니?"

"나 밥 먹을께."

"잠깐 나갔다 올께"

"잘 자"

 

그녀는 금붕어들과 하루에 몇 번의 인사를 합니다.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를 합니다.

그녀와 금붕어는 인사를 나누는 사이입니다.

 

그 날, 퇴근 후 그녀는 더웠습니다.

다른 날과는 달리 금붕어에게 인사도 않고, 샤워를 했답니다.

그리고 ...

금붕어에게 갔습니다.

물이 너무나 더러워졌습니다

그녀는 물을 갈아주어야 겠다고 어항을 들었습니다.

그 순간 금붕어 한 마리는 더러운 물에서 잽싸게 움직였고

다른 한 마리는 물 위에 떠 있었습니다.

금붕어 한 마리가 죽은 것입니다.

 

그녀는 어항을 내려놓고, 도망을 갑니다.

현관 끝으로 되도록이면 멀리 도망을 갑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릅니다.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친구는 바쁜가 봅니다.

그녀에겐 금붕어를 다시 볼 용기가 없습니다.

살아있는 금붕어 한 마리가 있는데도 그녀는 어쩌지 못합니다.

친구를 기다려도 오지 않고,

무서워서 그녀는 울고 있었습니다.

죽음과 함께 있는 것이 무서워서 그냥 울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금붕어도 있는데... 어쩌지 못하고

 

그녀는 기다리다, 수면제 한 알을 먹습니다.

이른 저녁인데도 수면제 한 알을 먹었습니다.

친구가 올 때까지만이라도 그녀는 무서움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잠에서 깬 그녀는 얼른 집을 나왔습니다.

살아있는 금붕어 한 마리가 있는데, 그녀는 어쩌지 못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어쩌지 못하고 그냥 집을 나왔습니다

살아있는 금붕어를 죽은 금붕어 옆에 그냥 남겨두고 혼자서 집을 나왔습니다

 

그녀는 어쩌지 못했답니다.

갑자기 그녀가 먹기 시작합니다.

비빔면을 두개를 끓이고, 거기다 밥까지 먹습니다.

자꾸 먹었습니다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살이 아프다고 합니다.

그녀는 배가 아파서, 배를 붙들고 아프다고 아프다고 합니다.

배가 아픈 그녀는 아프다는 말을 합니다.

아직도 그녀의 한 마리 남은 금붕어는 혼자서 죽음과 함께 있을텐데,

그녀는 자꾸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한마리의 금붕어가 살아있을지도 모르는데, 배가 아프다는 말만 합니다.

 

그리고 다시 혼자라고 말합니다. 한마리의 금붕어가 있는데요,

인사를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녀는 배가 아프다는 말만 합니다.

 

그녀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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