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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히는대로 詩

[강은교] 우리의 적은

by 발비(發飛) 2005. 5. 19.

우리의 적은

 

 

강은교

 

 

 

우리의 적은
일센티미터의 먼지와
스무 시간의 소음과
그리고 다시 밝는 하늘이다

몇 번이라도 되아무는 상처와
서른 번의 숨소리와
뜨거운 손톱


우리의 적은 전쟁이 아니다
부자유도 아니다
어둠속에서 너무 깊이 보이는
그대와 나의 눈

십리 밖에 온 가을도
우리의 눈을 벗을 수는 없다
가을이 일으키는 혁명도
아아, 실오라기 연기 하나도


그렇다. 우리의 적은
저 끊어지지 않는 희망과
매일 밤 고쳐 꾸는 꿈과
불사의 길

그리고 아직 살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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