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Ⅰ. 꿈 辭說
단풍 나무 어린 것/ 打 令/ 마 음/만 남/땅콩, 그리고/童 話/날 개/無/낚시와 사나이/山 行/幻 想/女 人/죽 음/차이코프스키 작품 50번/素 描/찾아오는 유령은/황 홀/幻 覺/음악을 들으며/철쭉을 두고/自 由/행 복/허 망
Ⅱ. 新海歌詞
바다 앞에서/바닷길 繪畵/바다의 歷史/소리는/바다의 신비는/멀리서 오는 배
Ⅲ. 한 餘白의 소리
華陽洞 느티나무/木 魚/비 내린 거리에/가을의 뜨락에서/花 序/雨脚의 소리/밤 열시 陸橋 위에서/소리의 비/音響餘白/開花序章/어떤 意識/文鳥歌/重力밖의 손님/하 늘/어떤 독백/바늘은 한쪽으로 돈다/知而不知考/달/허망의 꽃이 물결친다
□ 後記
꿈辭說·단풍나무 어린 것
나를 찾아 주셔요.
나를 찾아 주셔요.
九天 깊은 곳에서
흔들리며 오는 소리 따라
바람소리 따라 스민 흐느낌으로
벽공 높이 손짓하는
다섯 개의 손가락 떨림.
하늘 한 자리에 눌려진 자욱마다
움 터 오는 속도의 표정
피는 빛으로 영글어 환희하고
어느 만큼 머물러 있을
나를 찾아 주셔요.
스산한 바람 숨쉬는 곳
눈먼 빛 쏟아지는
그 모두가
열정의 아픔 그것입니다.
꿈辭說·打令
개미야. 개미야.
다리를 물지마라
남가국 우물가에 빨래하는 아가씨
하룻밤 풋사랑에 몸둘 바를 몰라라
나뭇짐 그늘아래 사타구니 쥐고서
달무리 저물도록 엉덩일랑 쳐 박고
우후후 한숨 소리
한숨 소리 우후후.
오색 가지 흔들려
떠오나니 무지개라
떨어지는 꽃잎 따라
잎잎이 풋사랑
망건 탕건 벗어 놓고
감투끈 버려 두고
에라 풋사랑에 얼굴이나 붉어라.
개미야. 개미야.
다리를 물지 마라.
영생토록
억만토록
다리를 물지 마라.
꿈辭說·마음
그때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망울에 맺힌 그 흔적은
그때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소리없이 소리하는 그 웃음은
그때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벌어진 입술에 스며진 언어
그때 그것은 분명 무엇이었을까.
아, 그것은 그것은
정말 무엇이었을까.
꿈辭說·만남
어이없는 네가 나타나다니
별 수 없는 사이 끼리끼리지만
나는 눈물도 흐르지 않는구나.
현실을 이웃하지 못하는 아픔이지만
이 속에서나마 너는 나에게 오고
손때 묻어 번들거리는
내 환영(幻影)의 얼굴
너는 좋아하리라.
나에게 온 기쁨이 무엇인가를,
차마 가지 말아라.
현실이 현실이 아니어도
너는 영원히 꿈속에서 살아라.
어이없는 네가 나타나다니
영원히 꿈속에서
아픔이라도 좋아라.
깨지 말고 살아라.
꿈辭說·땅콩, 그리고
땅콩 한 알에 맥주 한 컵
나는 그것을 좋아한다.
보리이삭 밟고 가는
나그네야. 나그네야.
길바닥에 엎디어 울지를 마라.
보리 근처 가도 취한다는
불쌍한 나그네야.
길 잃어 헤매지 마라.
땅콩 한 알 파서 먹고
사발채 마시는 막걸리 맛
목노주점
버들잎 늘어진 실날이 좋아라.
꿈辭說·童話
유치원 아이는 꿈속에서
갓난아기가 된 그를 만난다.
유치원 아이로 되돌아간 언니를
신비스런 세상 그 속에서 만난다.
오빠로 둔갑한 태권보이는
두 아이의 형제.
이럴 수가 있을까 우스워하며
아이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유치원 아이는 꿈속에서 만난
갓난아기가 된 그,
유치원 아이로 되돌아간 언니,
그리고
태권보이가 오빠라는
그렇고 그런
희한한 이야기를
꿈속에서처럼 이야기한다.
꿈辭說·날개
다리 난간에 기댄 채
하늘을 본다.
떨어져 내리는 태양 조각에
눈이 부시다.
물은 반대 켠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시기를 한다.
순간의 의식은 뛰어 내리는 것.
아, 어떤 신비가 나에게 묻어 왔을까.
겨드랑에 솟아나는 날개여 날개,
나는 李箱이 될 수 없다.
나는
다만
벽공 속에 흩어지는
한 방울의 요술이다.
꿈辭說·無
고양이야 고양이야 살려다오 살려 다오.
되집고 뒤집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자리
나는 이렇게 뛸 수 없구나.
하늘을 붙들었나
땅 속이 비었을 뿐,
찾으라 찾으라 비명의 소리
엄지발가락 물을 것 말 것
찰나의 고양이,
나는 하나의 거품으로 끝나
돌아가는 방바닥에 딩군 채
웃고 있구나 웃고 있구나
아하 고양이는 다만 나로구나.
꿈辭說·낚시와 사나이
그것은 어느 모래밭일 수도 있다.
그것은 바닷가 자갈밭 어느 모서리일 수도 있다.
낚시줄을 던지는 사나이
던져진 낚시줄이 되돌아와 사나이를 휘감는다.
사나이는 밀려간다.
목이 아프다 등줄기가 아프다 다리가 아프다.
모두가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시간은 새벽 그러나 새벽일 수가 없다.
모든 사건은 한 밤중이지만 행동은 새벽이다.
그리고 모두는 끝났다.
꿈辭說·山行
내가 오르는 山에는 바다가 없다.
얼어버린 계곡
나뭇가지에 매달린 말라버린 잡목 잎
그것은 초롱이다.
날리는 눈발은 산신령처럼
빛이 난다.
신령님, 신령님, 배를 띄워 주셔요.
아, 황홀히 빛나는 번쩍임.
초롱은 하나의 배
사방은 얼음에 싸여진 바다
고드름을 따라
계곡에 나타난 신비의 바다 따라
나는 흘러간다.
응시하며 흘러간다.
내가 오르는 山에는 바다가 없다.
그것은
하나의 상식이다.
꿈辭說·幻想
Ⅰ
세수를 하다 말고 수건을 들어라
대문안 첫째 기둥밑 섬돌 위를 문지르다
아, 쏟아지는 돈 돈 돈 그리고 황금,
허망은 그것으로 끝났다.
Ⅱ
돌난간일 수도 있고 마굿간일 수도 있다.
그 여인은 나에게 다가와 아는 체한다.
언젠가 어디선가 보긴 보았다만
그건 하나의 상식
한 순간 바다가 밀리고 파도가 계속 되더니
어느 틈에 빈배가 가까워진다.
다만 그것뿐이다.
Ⅲ
당신을 만나서 세력 속에 들다.
바퀴도 굴리고 돌리는 의자
열 두번 치는 소리 끝나자
어찌하여 다만 소리와 함께
형체도 없어졌나.
꿈辭說·女人
철쭉을 따셔요. 따라가는 여인.
여인의 다리는 넷,
어찌하여 둘일 수 없고 넷일 수밖에 없는가.
둘흔 내해엇고 둘은 뉘해언고
나타나는 암벽 틈사귀에 끼인 채
두 다리는 하늘이다. 그것은 하늘이다.
땅을 향한 한 다리와 또 한 다리
나는 어쩔 수 없구나,
들리는 소리
철쭉을 따셔요.
그것은 피일 수밖에 없다.
꿈辭說·죽음
죽음은 날으는 것.
밑도
끝도
없는 사이로
날으는 것
그것이 죽음이다.
구름도 먹고
바람도 먹고
햇빛을 마시며
달빛을 마시며
그 사이 사이로
미끄러지듯 날으는
그것이 죽음이다.
아, 행여나
이 아쉬운 잠에서
깨어날까
두려워하는
그것이 죽음이다.
꿈辭說·차이코프스키 작품 50번
루빈스타인씨. 루빈스타인씨.
왕십리 삼각 로타리에서
번데기 장수의 마이크 소리
뻥, 뻥, 뻥,
리어카는 가지 마시오.
호각소리는 날으고
가지마시오
가지마시오
루빈스타인씨는 울고
흐느끼는 소리에
번데기 장수의 마이크 소리
나는 지금
울고 있는 걸까.
꿈辭說·素描
Ⅰ
그것은 어느 개울가
물은 바람같이 흘러간다.
낚시줄을 던져라.
한 동안 하늘을 날으며
흩어진 구름의 전설을 읽다가
문득 돌아와 보니
무지개처럼 피어나는 물줄기
낚시줄 따라 억겁으로 피어난다.
Ⅱ
열 살 하고 세 살인가 네 살 때
무학산 돌 바위 어느 모서리에
푸심 약병에 넣고 묻은 동전 몇 닢
잠자는 머릿맡에 날아와
일어나라. 일어나라.
너는 왕이다 성곽을 지어라.
방안에 흩어지는 동전의 난동으로
어디론지 날으는 나는
바람을 긋고
산을 긋고
사람을 긋고
하나의 형체가 없어진 채
동전이 되었다가 날으는 동전이 되었다가
일어나라. 일어나라.
일어나 보아라.
아, 나는 어디로 갔을까.
꿈辭說·찾아오는 유령은
밤이면 찾아와
당신의 가슴을 짓누르는 다섯 손가락 유령은 누구일까.
밤이면 찾아와
당신의 가슴을 짓누르는 네 손가락 유령은 누구일까.
밤이면 밤마다 찾아와
당신의 가슴을 짓누르는 세 손가락 유령은 누구일까.
밤이면 밤마다 찾아와
당신의 가슴을 짓누르는 두 손가락 유령은 누구일까.
밤이면 찾아와
당신의 가슴을 짓누르는 한 손가락 유령은 누구일까.
밤이면 밤마다
당신의 곁에 누워
짓누르는 유령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나는 무엇일까.
도대체
밤이면 밤마다
그 유령은 누구일까.
아, 정말
그 유령을 나는 모르는 것일까.
꿈辭說·황홀
벽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
불빛이 부서져 흔들리는 소리.
아내가 천정으로 날으는 소리.
천지가 움직이는 소리.
소리 소리 소리가 있기에
내 눈이
소리만큼 부풀어올라
용같은 큰 불덩이
뱀 한 마리
아내의 배를 가르며
기어드는 순간의
놀람.
모든 욕망은
그 찰나에 끝났다.
꿈辭說·幻覺
그들은 어찌하여 총을 잡고 나를 잡으려 하느냐.
사방에서 나타나 위협하고
위협에 몰린 나는 하나의 나무
흐르는 냇물 소리에
나는 얼얼한 채 서서 무엇 하느냐.
옆으로 스쳐 지나는 사나이들
너는 나를 알지 못하고
스치는 매서운 눈 속에서
살려줄 하나의 기적을 기다린 채
어둠을 거둬 줄
신비여.
승천하는 나무여.
꿈辭說·음악을 들으며
월광곡을 듣다 잠이 든 날
베토벤을 만난다.
달빛이 하이얀
국민학교 골목에서
밀짚모자를 쓴
베토벤을 만난다.
어느 틈엔가
너풀너풀 춤을 추며
월광 속으로 스며들어 버렸다.
꿈辭說·철쭉을 두고
초설이 내리기에
철쭉을 곁에 하여
잠든 날 밤
일어 나셔요.
귓속을 드나드는
향기로운 소리 있어
일어 나셔요.
어디선가 눈부신 꽃 빛
방안 가득 머물러 있어
아 눈 부셔라.
어둠 가득찬 머릿속을
마음으로 움직여
나뭇가지에는 철쭉이 피지 않았는데
내가 잠든 방은
철쭉의 꽃망울일 줄이야.
꿈辭說·自由
빛을 모읍니다.
빛은 한 줌 손바닥 밖에 머뭇거립니다.
서풍이 불고
돌이 깨어지고
모과가 떨어지고
까마귀 울고
모두가 그대롭니다.
빛을 잡을려 해도
빛은 한 줌 손바닥 밖에서 웃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뿐입니다.
꿈辭說·행복
바람을 간음하는 시간에
나는 그 빛을 본다.
시간도 순간도 찰나도
헤아리지 못하는
그 빛이
움직이는 사이
회오리치는 바람의 소근거림처럼
스치는 억겁의
하나 하나에 박힌 고요,
아지랑이 물결이 춤추는
무한의 바다에
떨어지는
떨어지는
그 빛을
나는 본다.
꿈辭說·허망
세상에, 세상에
모든 세상에
길가는 나그네
길 따라 가다
길바닥에 떨어진
한 덩어리,
그것이 금일 줄 알지 못 했다.
그러나 금이라고 좋아했다.
그것이 황금일 줄 알지 못했다.
그러나 황금이라고 좋아했다.
아소 님하
그러나 그것은
내가 싸 놓은 그것인 것을.
▒ 新海歌詞
新海歌詞·바다 앞에서
그때 나는 열리라, 바다의 문을
아무도
그에게
이르는 노래는 없어도
바다의 파도가 거세어질 때
바다의 해일이 용솟음칠 때
바다의 물결이 일렁거릴 때
바다에 뛰어 들어
바다의 문을 열리라.
찬란한 빛의 눈가림으로
나의 눈빛을 태우고 마나
바다 속에 기어든
다섯 개의 손가락으로
억겁의 신비가
억겁으로 쌓였어도
노한 바다의 움직임은
나의 의식의
커다란 문이 열림과 같이
태양의 뜨거운 열기를
견디려는 몸부림같이
소리 거세어 울부짖어도
바다 속에 이르는 소리 뿐으로
한 뼘의 손바닥 크게 벌려
온통
바다를 덮을 때
바다는 힘없이 쓸어 지리니
나는 바다의
왕자.
그때
나는 열리라,
바다의 문을,
新海歌詞·바닷길 繪畵
바다 깊이 스며든 배는
진한 물감으로 한 획을 터뜨려 놓고
하늘만큼 닮은
새로운 소식의 줄을
한 점 한 점 풀어놓고 있다.
흰 물보라가
끓어 오르는 것은
역사가 열리는 순간에 있었던
깊은 태양열의 따가움 속에서
오늘에야
흔들려 오는 소식의 순간
지구는
저려 오는 아픔을 안은 채
바다 싸움의 징 소리를 듣고
흩어져 달아나는
갈리버의 소인들
바다는 영원히 찢기고 마는가.
新海歌詞·바다의 歷史
바다에 뛰어든 자는 알리라.
바닷물의 짜릿한 감촉과 그 은은한 운율을,
바다와 같은 우주의 바다 속은
단파 높은 투명한 무전 통신망,
너의 작은 우주를 휘감아 돌아
바다의 오랜 소문은
파도에 따르는 진폭의 느낌,
바람은 율동하는
파장에 의지한 채
장엄한 역사의 소식을 듣는다.
다시 바다에 뛰어 든 자는 알리라,
바다의 고고한 흔들림과
무한한 色相의 연결을
질풍과 해일과 전쟁이 스며드나
용솟음의 흔들림은 찰나 같아도
이어 닿아 내리는
하늘의 요요한 빛의 바래임.
바다에 뛰어 든 자여,
바다에 뛰어 든 자여,
너는
한갖
바다의 노리갯감,
바다의 운율을 들어라.
바다의 흔들림에 자유로와라,
그리고
바다의 소리에 스스로 귀먹어라.
新海歌詞·소리는
그때
대문광장의 바다 못에서
신비스런 소리의 근원은
기억의 오랜 날,
畵商의 행사가 지나갈 무렵
큰 파도의 가무(歌舞)가
물빛 흔들림에
용솟음 치다가
낙하하는 사이에서
탄생한 신생아의 소리,
크고 작은 물빛 소리에 말려
멀리 가까이
생각의 부분에 붙어 있는
그 위도에설까
들려 오는 비명의 실마리
오랜 흐름 속에서
시간이 지나면
그것은
바다빛 소리에 엉겨
무궁한 요동의 어려움에서
파아란 소리를 왕복할 것이다.
新海歌詞·바다의 신비는
바다 햇빛을 꺾어
하늘로 보내면
하늘에는
커다란 원주형의 무리,
투시된
바다에 얼굴을 묻으면
하늘같은 우주가 기어오르는
그 숱한 역사의 방울을
한줌 쥐어 공간에 던져
하늘에나 가깝게
타원형을 형성하면
사랑이여, 사랑이여,
절규의 몸부림이 교차한 후
믿음의 입김이 평행하는
머리카락 끝자락에 자리한 도시,
빛이 무리진 도시는
숱하게 숱하게
故事의 유형을 창조하는 모형이 되고
그 미묘한 거리만큼서
수정알 같은 도시의 빛이 되고 만다.
新海歌詞·멀리서 오는 배
그 바다 가운데 서서
바다를 쳐다보면
열기 익은 부분이 터지 듯
솟아 오른 점 하나,
푸른 빛 하늘이
엉겨 붙은 바다에 채색칠 되어
비늘 돋아
하늘에 은빛 손짓이 무르익으면
보이지 않는 바다의 별,
서서히 움직여
빛의 무리가 가득 커가고
폭포 쏟아지듯
커다란 고함이 머릿속에 가득 찰 때
멀리서 닥아온 점은
심장의 고동이
뱃고동으로,
온통 푸른 바닥이 울림질하여
내가 선 바다가
뒤집혀,
바다는 터졌는가,
하늘에 솟구쳐 오르는
그 점,
그것은 바다의 파편이다.
▒ 한 餘白의 소리
華陽洞 느티나무
華陽洞 느티나무는
새들이 바람을 일으킨다.
나조무렵 물든 깃 속에
울음 소리 타고 오는 바람은 감추어진다.
華陽洞 느티나무는
연륜만큼
많은 알을 안으로 가려
바람을 일으킨다.
바람은 느티나무 마음 흔들어 주어
세월을 헤아리며
불적 마다 바람이
한 알 씩 까놓고
나뭇잎처럼 떨어진다.
木魚
木魚를 뚜드려라.
木魚를 뚜드려라.
四生은 오는 것에서 오는 것,
가는 것은 어디인지 그것도 몰라,
질주하는 자동차의 바퀴에
눌러진 지렁이의 형체는
어디쯤 떠났다 와서
무한 어지러운 길 복판에
알지 못하겠구나,
지금쯤 누워있는 이유를,
그러나 木魚는
소리와 함께 가고 있다.
흔적의 상태가 계속하는
迷路의 곳까지
소리와 함께 가고 있다.
비 내린 거리에
비 발라진
아스팔트 거리에
흩어져 뿌려지는
붉은꽃, 노랑꽃,
투명한 옷깃의 바닥만큼이나
비치어, 비추어진
하늘 힘 눌러 내리는
줄기의 泡沫,
힘에 엉겨 붙어
소리 소리 지르는 꽃물의 바다,
굴러온 차바퀴에 짓눌린 채
울부짖는 소리 하나 남김없이
거두어들이곤
흔적이 사라져 버린 자리엔
또
다른
꽃이 아우성하고 있다.
가을 뜨락에서
로댕의 징 끝에 매듭진 손짓은,
진한 피의 由來 속에서
찾아오는 민족의 손놀림일까.
광장 한 복판 가운데 서서
하늘 끝 正中線을 눌러 보아도
진한 피의 아우성은
까마득한 곳에서 들려 오지 않는 소리,
아, 나의 先人의 따뜻한 손은,
필요한 사색만큼 따 주고 간
거품 넘치는 금속음의 느낌만큼이나 하다면,
幻影의 소용돌이 속으로
물밀려 오르내리는 피,
꽃이 피는 가을의 뜨락에서
머물러 응결되는지
알 수 없는 마음의 구석이여.
진한 소리 울려 내리어
그것은
다시
어느 광장의 축대 밑에서
활짝하는 순간의 떨림처럼
귀한 마음의 찰나에
너와 나를 찾지 않는
진한 피의 민족이 되었으면,
화서
한 잎 꽃가루를 주머니에 넣고
고가도로에 오르면
주머니 밖으로 발아하는 꽃줄기.
각목 틈틈이 나타나는 바람은
주머니 안에
물을 뿌리 듯 마음을 두고
사랑을 하면,
하늘은 온통 꽃가루가 날고
꽃가루에 취한 향기로움은
둥둥 공중으로 올라
연연하게 짙은 빛깔이 엉키어
밀물과 썰물의
수액, 수액, 수액,
아, 신나게도
그 길목에 가득할 것이다.
雨脚의 소리
그리하여
비가 되어 내린다.
안테나가 있는 마을
오색의 꽃들이
부딪치는
사이.
의식의 순간이 연결되고
번쩍이는 섬광에
황홀한 언어의 잔사,
아, 눈이 부시는데
그 행렬은 질서를 따르고
그 마음은 영원을 따르고
그 고함은 청춘을 따르고
의사의 마당에 내려라,
중앙의 청사에 내려라,
태평의 노변에 내려라,
진통하는 잔해여.
가락가락 뽑아내는
면목이다.
진면목이다.
억센 줄기의 음향이
층층이 울림하여
확장.
서서히 융기하고
그리하여
비가 되어 내린다.
밤 열시 陸橋 위에서
사방 팔방
대각지점에 서서
나는
눈이 빙빙 도는 현기증 속으로
몰입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
한 줄기로 와서
와락 토해 버리는 불빛에
하나의 불조각이 되어
그만 타 버리고 만다.
그것은
스스로 용해되어 가는
불구덩 속으로부터
또 하나의
나는
한없이 웃고 있는데
하늘에 펼쳐 지는
사방 팔방의 벽
아 벽이 열리는 데
그 벽
나의 하나 하나의 하나의
얼굴 그 속에 있구나.
그것은 벽화, 그 벽화는
활활 불조각으로
열이고 스물이고 열리고 있어
그만큼이나
웃고 있는
나의
얼굴은
난간에
계단에 떨어지는
불이 되고 만다.
소리의 비
천년 손때 무늬 얼룩진 丹靑에
화안한 媚笑가 펼쳐진다.
法聲 카랑카랑한 소리는
내일의 진폭을 의식하여
스스롭게 피어나는 운무의 조직이
하나의 흔적으로
大悲의 靈肉에 교차하여
화려한 울림이
가득 가득 反音되어
室內에 交感된 음폭에
훨훨 나는
三千大千 世界의 善男子, 善女子여.
三娶淨戒 알몸으로 흐느껴
흐느끼듯 흐르는
十方淨土
한 손아귀 속이라
法悅의 기림이 영원하다 했으나
눈앞으로 열려 오는
無音의 法說이니
斯陀含을 얻었다고 생각하랴.
阿羅漢을 얻었다고 생각하랴.
阿那含을 얻었다고 생각하랴.
빛과 소리가 부딪쳐
천정으로
下降하는 바람기 있어
무한의 色感이 눈으로 끼여
소리 안으로 微物이 되어 갈 때
如來여
如來여
사방에서
法雨 오는
그것은
十方空이다.
音響餘白
그 아이는 무엇 때문에
들었나· 그 소리를,
가슴의 무게
구천의 깊이에 박혀
어려운 처지에서
가늠하기조차 어려워
수천 길바닥으로
달음질 쳐봐도
발길에 채이는
숱한 그림자, 그림자,
뒤따르는
비명의 사정에 따라
그 아이는 무엇 때문에
들었나· 그 소리를,
불빛 촐촐한 가운데
속으로 속으로 밀려 온
회색의 무서움은
흐느적거리는
소리, 소리, 소리다.
임금의 귀는 당나귀 귀
임금의 귀는 당나귀 귀
그 아이는 무엇 때문에
들었나 그 소리를,
開花序章
Ⅰ
木手는 담배를 잇빨로 갈았다.
연기는 하늘로 뿜어갔다.
한정이 무한정으로 먹줄을 퉁기었다.
그러나
잇빨은 성한대로 있었다.
Ⅱ
肉眼으로 투과되는 연기
지나간 오랜 세월을
한정과 무한정의 로타리에서
갈지자로 허둥이는 소리.
-無에 가로 막혀 버린 접두사야 !-
木手는 또 한번 담배를 잇빨로 갈았다.
Ⅲ
흑갈색 먹줄이 뻗어진 사이에
분수가 하아얀 포말을 뿜고 있었다.
언 듯, 연기에 싸인 신비의 포말-.
그것은 커다란 질주의 이어짐,
木手는 더욱 또 한번 담배를 잇빨로 갈았다.
그러나, 그러나,
연기는, 분수는, 먹줄은,
다 하아얀 꽃으로 변하고 있었다.
Ⅳ
그것은
無의 작난이었다.
어떤 의식
그 계단옆
각목나무 옆으로
넓은 잎을 한 파초 모서리에서
나는 본다.
화안한 아내의
웃음을
때 였을까
그 계단옆
각목나무 옆으로
한 빛깔의 소리와 함께
피어 나는 그것은
얼얼한 넋
몽롱한 조각 조각이 조각으로 끝난 뒤
하늘로 나는
타원형의 파장에 의해
연거푸 연거푸 타원으로
부서져 흩어지는 빛의 가루와 음향
사방으로
사방으로 물결처럼 피어나
겹겹이 이우러지는 무늬의 무덤이여.
아지랑이 꽃이 되듯
아른 아른 어지러워라
아지랑이 아지랑이 아지랑이 꽃이 되듯
아.
그것은
이미
온통 가득찬 내밀의 폭에서
아내는
유리처럼 웃음을 만지고 있었다.
文鳥歌
당신은 아십니까.
물든 아침의 창가
빛이 모이는 자리에 찾아드는 소리를.
마음을 열어 보이십시오.
그들은 노래하고
그들은 부르며 다가올 것입니다.
빠알간 부리로
흐르는 소리에 따라
그들의 부리 속으로 스미어
노래와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하아얀 알.
신비로운 비밀의 동자 속에
마음은 가득찬 소리와 어울려
이루어지는 한 알 한 알의 비밀
그들이 찾아드는 소리 따라
마음은 비밀을 감싼 채
어울려 소리와 어울려
물든 아침의 창가
빛이 모이는 자리에 찾아 드는 소리는,
날은다,
작은 새가 되어 날은다.
重力밖의 손님
광화문 네거리에서
나는 아폴로 우주선이 된다.
눈부신 빛 가루를 얼굴에 뿌리는
그것은
태양의 하강인데
네 개의 팔 다리를 벌려
광화문 네 거리에 서서
익어 가는 열기를 느낀다.
비각에 흐르는 순간
오른쪽 팔뚝에 하얀 쥐
왼쪽 팔뚝을 넘겨보고
왼쪽 다리를 넘겨보고
오른쪽 다리를 넘겨본다.
서로의 상반된
개념에 따라
무색한 방향이여.
생각할 것이다 나의 열기를,
실험실 바닥에서
인공의 문명에 얼룩진
광화문 네거리
나의 우주선에
방향의 우주총을 찾아다니며
그렇게
몰려오는 열기 속에서
부상하는 형태의 사고력은
무중력의 허기를 느끼는 정밀된 기계.
하늘
그것은 淡靑色 마음입니다.
내 눈동자는 떨어져 그 가운데 머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경복궁 연못 가운데 떨어진 한 알의 유리.
그 하늘은 하나의 세계입니다.
눈동자는 하늘인지도 모릅니다.
하늘은 눈동자인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이미 어느 것이나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하나의 입법의 빛입니다.
어떤 독백
정육점의 불빛은 홍등색이었다.
초점이 흐려진 아래
육신을 의지한 나는
무의식의 염원에 취해
하얀 꽃을 피우고 있었다.
내 이웃은
토막난 한 덩어리의 장미
몇 장의 지폐가 바람에 날리자
여행할 차비를 마련한다.
초원에 자유를 얻던
그 세계,
힘과 의지로움의 바탕은
씻어 버리는 개울에 잠겨
무한량의 바다로
돌을 던지던 하나
망망한 마음은
한갓 바람을 마시는
자유로움에 의해
내 이웃은
영원한 또 영원한
여행을 하고 있었다.
소음이 울리고
긴 소음이 울리고
내 이웃이
텅 비인 자리를 마련하자
육중한 몸짓은 흔들리고
어느 틈엔가
나는
초원의 바다로
서서히 잠겨드는
꿈속으로
또 하나의 피가 된다.
바늘은 한쪽으로 돈다
그 바늘은 한쪽으로
돌아가고, 나는 그
것을 보고 있다. 나
의 눈은 그 바늘의
돌아가는 방향을
응시하지만 같지 않
다. 돌아가기도 하
고, 돌아오기도 한
다. 그 바늘은 흐르
는 물, 태양이여, 흐
르듯, 한쪽으로 흐른
다. 나는 그 바늘이
되지도 못하고 태양
을 따라 물을 따라
증발된 피조물이 된
다. 멍청한 움직임만
연속하는 고전된 행
위에 나는 나를 탈
출 시킬 묘안에 빠져
든다. 그리고 반복한
다. 바늘이 한쪽으로
돌 듯 나는 자꾸 돌
안 간다. 돌아간다. 멈
추게 할 수 없다. 멈
추게 할 수도 없다.
知而不知考
어쩐지 단군 神話는 너와 나의 것이고
고구려, 백제, 신라는 너와 나의 것이라지만,
만원 버스 정류소에 선 너와 나는 他人이고
그 어떤 時間때면 他人이고
너의 등과 나의 배는 물론 他人이고
그래서 너와 나는 아무 관련없다.
實相을 찾지 못한 사실 때문에
서로 모르고 있을 뿐 他人이고
그래서 너와 나는 아무 상관없다는 것
만원 버스 정류소 퇴색한 標抹 곁에서
너와 나는 등이나 배가 부딪쳐도
너와 나는 눈이 마주치어도
서로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너와 나는 단군신화며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는 멀어지고
輕蔑의 눈빛이 토닥토닥 떨어질 때
너와 나는
막다른 진실을 어쩌지 못하지만,
그러나 하나의 사실은
정류소에 와 닿은 버스
문이 열리면
實相이 떨어져 가득찬
하나 같은 表情의 깊은 內面으로
너의 등을 밀어 주는 감촉을 느끼고
나의 등을 밀어주는 감촉을 느꼈을 때
그 틈 사이 어느 틈에선가
너와 나의 관련없는 등과 배는
하나되어
아무 관련없는,
하나의 사실을 잊은 채
무한한 관련을 맺은 實相이 되어
만원버스의 여행은 시작되고
당신의 등과 배는 他人이라는 실체의 사실을,
만원버스 정류소에 두고 왔기에
그 순간은 영원한 피의 연속 속에
거리낌없이 스치고 부딪치는 관련 속,
버스가 정지되면
어찌하여 너와 나는
또 다시 아무 관련 없는 사실 앞에
머물러야 하느냐.
달
어둠이 물들 때, 나
는 문을 열고 들어
섰습니다. 달빛은 온
통 나를 붙들고 놓아
주지 않습니다. 오열
하는 마음, 나는 달
빛이 되어 울고 있습
니다. 한 울음에 뿌
서지는 달빛은 모과
가 되고, 석류가 되
고, 대추가 되고, 또
무화과가 됩니다. 나
는 그들 속에서 어쩌
면 또 다른 모과가 되
고 석류가 되고, 대
추가되고, 또 무화과
가 되고 있는지도 모
르겠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풍물입니다.
허망의 꽃이 물결친다
허망의 꽃이 물결친다.
나비는 타고
향기는 어디로 갔나.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밀려온 발자국 소리에
노을은 날으고,
어지러워라.
가고 없는
미망의 마음이여.
허망의 것이여.
꽃술이 나부끼고
입술이 떨어진다.
불꽃 엉겨 몸부림치는
잿빛의 쓰라림은
까마득한 소리로 사라지는
그 거리의
날개여.
허공의 꽃이여.
後記
어떤 무념(無念)의 상태를 뚫어가다가 그것이 새로운 영감(靈感)으로 둔갑될 때가 있다.
무념이란 무아(無我)의 경지를 합할 수 잇는 선(禪)이 되어야겠으나 그렇지 못함은 하나씩 나타나는 영감 때문일까.
어찌하였든 그것이 영감으로 비축될 때 나의 의식의 세계는 이상한 방향으로 비상의 날개를 펄럭이게 된다.
나는 한 동안 분명히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상황에 무한히 내재해 있을 신비스러운 세계를 형체로 찾으려 노력했다. 그 작업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사람의 의식(意識)이란 정신과 감성과 육신이 결합된 상태에서 신비스럽게 나타난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형상화시킬 수 있으랴.
내가 쓴 일련의 시는 이러한 내용을 문제삼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꿈의 신비성을 찾는 문제 역시, 그 꿈의 신비성을 형상화하는 문제만이 아니라 꿈이 현실화되어질 때, 그 두 가지 사이에 스파크 형상으로 비치는 그것이 무엇인가· 나는 그러한 것을 찾으려는 것이다.
물론 그 위에 또 다시 복합되는 것은 사상성의 절충을 부인 할 수 없다.
그러한 모든 것이 얼마나 성공했느냐 하는 문제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침착하게 공부하고자 한다.
나에게 문학의 깊은 경지를 알겠끔 영향을 주시고 문학 평론을 하도록 추천해 주신 趙演鉉선생님, 시란 어떤 것인가를 알도록 해 주신 徐廷柱선생님, 文德守선생님께 대해서 항상 푸른 하늘에 한 점 티 없음을 알리고 싶다.
그리고 나의 모든 친우들과 이 책을 제작해 주신 이원조님께 고마운 인사를 밝힌다.
78년 가을, 華陽洞 느티나무 마을에서
著者
詩集 꿈 · 辭說
1978년 10월 20일 발행
저 자 曺 秉 武
발행자 洪 光 裕
편집인 李 源 祚
발행처 光 德 出 版 社
인쇄소 光 德 印 刷 所
등록번호 No. 8-55
등록일자 1976년 7월 28일
값 1.300원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 69-1 Tel. 712-1157
참 오래된 시집을 발견했습니다.
조병무시인, 지금은 初老 의 신사이시지만, 그도 한 때는 피끓는 청춘이었을...
청춘의 첫 시집을 보면서,
만약 제가 지금 청춘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나의 청춘을 생각하고 꿈꾸며...
나의 初老 또한 생각해 봅니다.... 인생은 알면서 가는 듯 합니다. 모르는 척하면서
꿈辭說·無
고양이야 고양이야 살려다오 살려 다오.
되집고 뒤집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자리
나는 이렇게 뛸 수 없구나.
하늘을 붙들었나
땅 속이 비었을 뿐,
찾으라 찾으라 비명의 소리
엄지발가락 물을 것 말 것
찰나의 고양이,
나는 하나의 거품으로 끝나
돌아가는 방바닥에 딩군 채
웃고 있구나 웃고 있구나
아하 고양이는 다만 나로구나.
밤 열시 陸橋 위에서
사방 팔방
대각지점에 서서
나는
눈이 빙빙 도는 현기증 속으로
몰입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
한 줄기로 와서
와락 토해 버리는 불빛에
하나의 불조각이 되어
그만 타 버리고 만다.
그것은
스스로 용해되어 가는
불구덩 속으로부터
또 하나의
나는
한없이 웃고 있는데
하늘에 펼쳐 지는
사방 팔방의 벽
아 벽이 열리는 데
그 벽
나의 하나 하나의 하나의
얼굴 그 속에 있구나.
그것은 벽화, 그 벽화는
활활 불조각으로
열이고 스물이고 열리고 있어
그만큼이나
웃고 있는
나의
얼굴은
난간에
계단에 떨어지는
불이 되고 만다.
*시집 전체를 보고 싶으신 분은 계속보기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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